19일 정치권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국민의힘 대선 후보인 유승민 전 의원은 증권거래세를 폐지하겠다는 공약을 내걸었다. 유 전 의원은 지난 12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증권거래세는 명백한 이중과세"라며 "시장 참여자들은 주식 거래를 통해 소득이 발생할 경우 소득세를 내는데, 거래세를 또 다시 걷어가는 것은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또 다른 국민의힘 대선 후보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도 국민의힘 합동토론회에서 증권거래세 폐지 의견에 찬성의사를 밝혔다. 더불어민주당 김병욱 의원은 지난해 증권거래세를 없애겠다고 했다. 김 의원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캠프의 핵심 참모로 활동하고 있다.
그림=홍종현 미술기자 |
유경준 국민의힘 의원실에 따르면 올 1분기 거둬들인 증권거래세는 3조1483억원, 농특세 중 증권 거래분은 1조6532억원으로 총 4조8015억원을 기록했다. 사상 최대 증권거래세를 기록했던 지난해(12조3743억원)의 38.8%에 해당한다. 정부는 올해 증권거래세를 5조681억원어치 걷힐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현재 코스피 시장에 상장된 주식을 사고팔 때는 그 거래액의 0.23%를 세금으로 낸다. 증권거래세 0.08%, 농어촌특별세(농특세) 0.15%다. 코스닥 시장 상장주는 농특세 없이 증권거래세만 0.23%다. 농특세는 지난 1994년 우루과이 라운드(UR) 타결 당시 농어촌 발전 사업에 드는 재원을 확보하기 위해 도입됐다. 코스피 상장주를 일종의 사치품으로 보고, 여기에 세금을 물려 농어촌을 살리는 데 쓰자는 논리였다.
이후 시대가 변하면서 코스피 상장주를 더 이상 사치품으로 보기 어렵게 됐고, 주식 거래 관련 세입이 증가하면서 농특세를 부과하는 것이 적절하지 않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정부는 오는 2023년부터 금융투자소득 연간 5000만원 이상에 대해 양도소득세를 부과한다. 금융투자소득 과세표준 3억원 이하는 20%, 3억원 초과는 25%의 양도소득세를 부과할 예정이다.
대신 코스피 증권거래세율은 2023년부터 0%다. 다만 코스피 상장주 매도시 부과되는 농특세 0.15%는 계속 유지된다. 코스닥 증권거래세율은 0.15%가 된다. 거래세와 양도세를 모두 거둬들이는 것은 과도한 과세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증권거래세율이 다른 나라에 비해 높다는 지적도 나온다. 중국과 홍콩의 증권거래세율은 0.1% 수준이다. 미국은 1965년, 일본은 1999년 증권거래세를 폐지했다.
개인 투자자들 역시 증권거래세 폐지에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소득세와 이중과세라는 지적이다. 주식 각종 커뮤니티에는 연말이 다가오면서 증권거래세를 폐지해야 한다는 글들이 수시로 올라오고 있다.
증권거래세 폐지론은 국회 국정감사로도 이어졌다. 지난 6일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박수영 국민의힘 의원은 거래세와 양도세 이중과세에 대해 작심 비판하며 "우리나라처럼 양도세와 거래세를 둘다 적용하는 나라는 없다"고 지적했다.
이에 고승범 금융위원장은 "손익통산을 허용한다든지 거래세율을 '0'으로 한다는 것은 동의하는데 자세한 내용은 기획재정부와 상의하겠다"며 "기본공제도 상의해보겠다"고 답했다.
하지만 증권거래세 폐지가 현실화되기까진 적잖은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농특세를 폐지를 둘러싼 다양한 이해관계로 쉽게 증권거래세 폐지를 결정짓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이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장기적으로는 증권거래세 폐지 방향이 맞는 것으로 보이지만 코스피 상장주에 부과되는 농특세 부분이 증권거래세 폐지에 가장 큰 제약요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입장에서 세수가 줄어드는데다, 외국인의 단타매매 방어막이 없어지면 개인 투자자들이 불리해질 수 있다는 점도 증권거래세 폐지가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에 힘을 보태고 있다.
증권거래세는 외국인의 단타매매 방어막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외국인의 국내주식 매매에 대해 한국 정부가 과세할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기 때문이다. 외국인은 국내주식으로 양도차익을 거둬도 자신의 국가에 세금을 낸다.
국회입법조사처도 지난 2019년 '증권거래세 개편 논의의 쟁점 및 향후과제' 자료를 통해 증권거래세 폐지시 고빈도 매매(HFT) 기술 등을 활용한 초단타 거래가 증가하는 부작용을 방지하기 위한 조치가 필요하다고 지적한 바 있다.
aza@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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