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주 중 가계부채 보완책
총량 6% 고수 땐 대출 곧 막혀
신생 토스마저 가계대출 중단
여권 표심 의식 규제완화 압박
전세대출 월평균 2.8조대 유지
실수요자 보호용 핀셋대책 유력
상환능력내 대출 원칙 변함없어
문재인 대통령은 14일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회의에서 “서민 실수요자에 대한 전세대출과 잔금대출이 일선 은행지점에서 차질 없이 공급되도록 금융당국은 세심하게 관리하라”고 당부했다. 사진은 14일 서울 시내의 한 시중은행의 대출 관련 현수막. 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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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계대출을 줄이기 위해 고강도 대출규제 드라이브를 걸던 금융당국이 14일 한발 물러섰다. 실수요자 피해를 우려하는 여론이 들끓는 상황에서 내년 대선을 앞둔 문재인 대통령과 여권의 압박에 고강도 총량관리 방침에서 한발 후퇴한 모양새다. 다만 금융당국이 상환능력 범위 내에서 대출이 이뤄져야 한다는 원칙에는 변함이 없는 상황이라, 이르면 다음 주에 발표할 가계부채 보완대책에 실수요자 대책이 어떤 수준에서 담길지 주목된다.
일단 금융당국이 실수요자 보호를 위해 대출총량 규제를 다소 유연하게 관리하기로 하면서 연말까지 금융권의 대출 여력은 현재보다 8조원가량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14일 금융권 등에 따르면 전날 금융당국이 발표한 가계대출 동향에 따르면 은행권의 전세대출은 8월 2조8000억원, 9월 2조5000억원으로 집계됐다. 4분기에도 8∼9월과 비슷한 전세대출 수요가 있다고 보면 연말까지 7조5000억원에서 8조4000억원이 가계부채 증가율 목표치에서 빠질 수 있다는 얘기다.
금융당국이 대출총량 규제를 다소 유연하게 관리하기로 한 것은 실수요자 피해가 우려되기 때문이다.
이달 7일 기준 5대 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703조4416억원으로, 연말까지 최대 13조5000억원가량이 남은 것으로 추산된다. 5대 시중은행이 금융감독원에 제출한 지난해 말 기준 가계대출 잔액 670조1539억원에 당국의 목표치 최상단인 6.99%를 적용하면 연말 잔액을 716조9977억원 이하로 묶어야 하기 때문이다.
한 발 물러선 총량규제 고승범 금융위원회 위원장이 1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금융투자협회에서 열린 투자자 교육 플랫폼 ‘알투플러스’ 오픈 기념회에 참석한 뒤 가진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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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9월 가계대출 동향을 살펴보면 금융당국의 강력한 가계대출 총량관리에도 불구하고 주택담보대출은 6조7000억원 늘어나며 8월보다 4000억원밖에 줄어들지 않았다. 이런 추세에서 총량관리 기조에 변함이 없으면 연쇄 대출 중단이 불가피해 서민들의 실수요가 가장 시급한 전세대출을 가계대출 증가율에서 제외하는 고육책을 펼 수밖에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실수요자의 반발이 거세져 문 대통령의 실수요자 보호 지시가 떨어지고, 여권에서도 실수요자 보호방안 마련 요구로 압박한 것도 금융당국의 총량관리 기조를 바꾸게 한 것으로 분석된다. 신현영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이날 국감 대책회의 직후 “가계대출 총량관리 과정에서 실수요자들이 피해를 받을 우려가 있다는 지적이 있다”며 “그에 따라 실수요자 보호를 위한 핀셋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5대 시중은행 중 지난 9월 말 기준으로 가계대출 잔액이 지난해 말과 비교해 금융당국의 권고치(5∼6%)를 넘어선 NH농협은행은 지난 8월24일 이후 신규 담보대출을 아예 막고 있다. 상호금융인 수협중앙회도 이달부터 모든 조합원·비조합원 대상 신규 가계대출을 취급하지 않고 있고, 카카오뱅크는 고신용자 대출을 중단했다. 신생 인터넷전문은행인 토스뱅크도 이날 신규 가계대출을 중단했다. 대출한도가 소진돼 금융당국에 올해 가계대출 한도를 5000억원에서 8000억원으로 늘려달라고 요청했지만 “불가능하다” 답변을 받았기 때문이다.
금융당국은 이르면 다음주 가계부채 보완대책을 발표할 계획이다. 고 위원장은 “이르면 다음 주, 늦어지면 그다음 주에 가계부채 보완 대책을 발표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 보안 대책에는 지금까지 말한 여러 가지 안들이 포함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 송파구의 한 부동산 중개업소.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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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계대출 총량관리 기조가 이전보다는 느슨해지긴 해도 고 위원장의 평소 소신인 가계대출 증가율 관리는 지속하겠다는 의지도 내비쳤다. 그는 “가계대출 잔액 증가율의 6%대 관리를 지속해 왔는데 그것이 가능하도록 최대한 노력할 것”이라면서 “내년 이후까지도 가계부채 관리 측면에서 보자면 상환능력 범위 내에서 가계대출이 이뤄져야 한다는 원칙에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조만간 발표될 가계부채 보완 대책에는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등 상환능력에 초점을 맞춘 대출 관리 방안과 함께 전세대출 등 선의의 피해자를 막기 위한 실수요자 배려 방안이 함께 나올 것으로 보인다. 전체 가계대출 증가의 3분의 1에 해당하는 전세대출의 경우 현재 80∼100%인 보증비율이 축소되면 서민·취약 계층에 치명타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전세대출의 경우 국민은행과 하나은행이 앞서 실행한 보증금 증액 범위 내로 대출한도를 축소하는 것을 의무화하는 방안이 유력해 보인다. 또한 차주의 상환능력만큼 대출을 취급하기 위해 이자와 원금을 함께 상환하는 전세대출의 ‘부분 분할상환 방식’도 고려될 것으로 전망된다.
남정훈 기자 ch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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