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년 전 조난당한 바이든 도왔던 아만 할릴리, 美 도움으로 아프간 탈출
2008년 2월 20일 아프가니스탄을 방문했던 조 바이든(왼쪽에서 네 번째) 당시 상원의원의 모습. 그는 이곳에서 눈보라로 조난 당했다가 구조됐다. 바이든 구조에 참여했던 아프간 통역사는 이 사진에 없다./ 미 국무부 |
13년 전 아프가니스탄에서 조난당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목숨을 구해준 현지인 통역사가 탈레반이 장악한 아프간에서 결국 탈출에 성공했다. 미 CNN방송은 11일(현지 시각) 2008년 아프간전 때 미군 통역사로 일한 아만 할릴리가 파키스탄을 거쳐 제3국으로 떠났다고 전했다.
아프간전 때 미군 통역사로 바이든대통령의 구조를 도왔던 아만 할릴리(오른쪽에서 3번째)와 그의 가족들.아프간 탈출 후 가족이 함께 한 모습이다./Human First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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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도에 따르면 할릴리는 미국의 퇴역 군인, 국무부 등의 도움을 받아 탈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지난주 아내와 자녀 4명을 데리고 파키스탄 국경까지 600마일(965㎞) 이상 이동해 아프간 국경을 넘었다.
미 육군 통역사로 근무한 할릴리는 지난 2008년 2월 아프간 산악 지역에서 미 육군 블랙호크 헬기가 눈폭풍을 만나 불시착했을 때 구조 작전을 함께했다. 그때 헬기엔 분쟁 지역을 시찰 중이던 바이든 당시 상원의원이 타고 있었다. 비상 착륙 지점은 바그람 공군기지에서 남동쪽으로 32㎞ 떨어진 계곡으로, 전날 미군과의 대규모 교전으로 탈레반 반군 24명이 숨진 곳에서 가까웠다.
당시 36세였던 할릴리는 82공수사단 신속대응팀과 함께 눈보라를 뚫고 조난자들을 찾았다. 그는 위험 인물들이 접근하지 못하도록 헬기 인근에서 경비를 서기도 했다. 같은 해 11월 미 대선에 부통령 후보로 나온 바이든 대통령은 자신이 아프간에서 조난당한 일화를 여러 차례 언급했다.
아프가니스탄 수도 카불의 여권 사무소 앞에서 6일 여권을 발급 받으려는 주민들이 앞다퉈 신청서를 내밀고 있다. 탈레반 정권은 전날 자국민을 대상으로 여권과 신분증 발급을 재개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로이터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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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대통령의 목숨을 구한 할릴리이지만 이번 아프간 탈출엔 번번이 실패했다. 탈레반이 아프간을 점령하기 직전이던 지난 6월 미국에 특별 이민비자를 신청했지만 그가 속한 방위산업체에서 필요 서류들을 잃어버려 무산됐다. 미군의 카불 공항 대피 작전 땐 직접 공항으로 갔지만 그를 제외한 가족은 입장이 허락되지 않았다.
할릴리는 미국의 아프간 철군과 대피가 마무리되던 지난 8월 30일 월스트리트저널(WSJ)에 가명으로 구조 요청 이메일을 보냈다. 그는 이 글에서 “안녕하십니까, 대통령님. 저와 제 가족을 구해주십시오”라며 “저를 잊지 마세요”라고 호소했다. 그의 사연이 알려지면서 미 참전용사들은 할릴리 구하기에 적극 나섰다. 론 클레인 백악관 비서실장은 “우린 형식적 절차를 생략하고 그를 찾아 데리고 나올 것”이라고 언급했다. CNN방송은 “할릴리 탈출 작전은 미 국무부와 참전용사의 도움으로 결국 성공했다”고 했다.
[이벌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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