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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6 (화)

이슈 세계와 손잡는 K팝

현실 지구는 좁다… 메타버스로 무대 옮긴 K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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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차원 가상세계 진출 잇따라

인기 가수 아바타로 팬들과 소통

디지털 친숙한 MZ세대에 파급력

현실·가상 경계 없이 문화로 연결

SM엔터 ‘컬처유니버스’ 대표 사례

팬데믹 우려 없이 다양한 스킨십

이터니티 등 AI가수 데뷔도 속출

세계일보

메타버스 걸그룹 ‘에스파’와 이들의 아바타 ‘아이(æ)’의 모습. 지난 5일 발매된 에스파의 첫 미니앨범에는 에스파 멤버들이 아바타와 함께 빌런 ‘블랙맘바’와 맞서는 스토리가 담겼다. SM엔터테인먼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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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4인조 걸그룹 ‘에스파’는 가상의 세계에 사는 아바타 ‘아이(æ)’와 인공지능 브레인 ‘싱크(SYNK)’로 교감한다. 하지만 ‘블랙맘바’가 싱크를 끊어버리며 접속을 방해하고, 세계는 혼란에 빠진다. 지난 5일 발표된 에스파의 첫번째 미니 앨범 ‘새비지’에서는 ‘아이’가 조력자 ‘나이비스’의 도움으로 미지의 세계 ‘광야’에서 ‘블랙맘바’와 맞선다. 에스파는 æ를 만나 강한 힘을 얻는다. ‘광야’는 “전 세계 팬을 초대하는 거대한 세계”이자 “아티스트와 콘텐츠가 서로 공유하는 세계관”이다.

#2. 지난달 6일 가상세계 ‘제페토’에 개설된 ‘페스티벌 맵’에 가수 선미의 아바타 ‘SUNMI’가 등장했다. SUNMI와 소통하기 위해 각자의 아바타로 등장한 국내외 팬들은 맵에 숨겨진 선미의 미니앨범 ‘1/6’의 미공개 티저 사진을 찾거나 선미의 의상과 소품을 착용해 보기도 했다.

K팝이 전 지구를 넘어 3차원 가상공간 메타버스로 무대를 옮겼다. 이곳에서는 시공의 제약은 물론 팬데믹 우려도 없다. 팬들은 메타버스를 돌아다니며 가수를 만나 이야기하고, 굿즈를 걸치고 공연장에 입장해 야광봉을 흔든다.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영화 ‘레디 플레이어 원(2018)’이 현실이 됐다.

대중음악계에서 현실세계와 가상의 세계를 연결하려는 노력은 최근 몇 년간 꾸준히 이어져 왔다. 이제 K팝 팬들은 가수의 노래만을 소비하는 데서 벗어나 아이돌 그룹이 갖고 있는 저마다의 영화 같은 스토리 ‘세계관’에 들어가 함께 즐긴다.

에스파의 소속사 SM엔터테인먼트의 ‘SM컬처유니버스(SMCU)’가 대표적이다. SMCU는 현실과 가상의 경계 없이 모든 세계가 문화로 연결된 대규모 버추얼 세상이다. SM엔터테인먼트 이성수 대표는 지난 7일 한국콘텐츠진흥원의 콘텐츠 스타트업 콘퍼런스 ‘2021 스타트업콘‘에서 “에스파는 SMCU의 시작이다. 뮤직비디오 등 영상에 카툰, 애니메이션, 웹툰, 모션그래픽, 아바타, 소설 등이 접목된다”며 “모든 예술가의 세계관을 연결하고, 수십 년간 축적해온 킬러 콘텐츠와 지식재산권(IP)을 확장해 콘텐츠의 또 다른 세계를 만든다”고 말했다.

메타버스의 또다른 키워드는 ‘소통’이다. 특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확산으로 공연이나 팬미팅 같은 오프라인 행사들이 위축되면서 가요계는 이 물리적 제약을 넘기 위해 메타버스에 더욱 집중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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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제트가 운영하는 메타버스 플랫폼 제페토에서 만들어진 블랙핑크의 아바타. 제페토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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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그룹 블랙핑크는 지난 8월 데뷔 5주년을 앞두고 닌텐도 스위치의 ‘모여봐요! 동물의 숲’에 자체 섬인 ‘인유어에리아(InYourArea)’를 오픈했다. 팬들은 이 섬에 마련된 ‘블핑하우스’를 비롯해 공연장, 뮤직비디오 세트, YG엔터테인먼트 등을 방문했다. 지난해 제페토에서도 블랙핑크는 아바타의 모습으로 팬사인회를 개최해 전 세계 2600만명의 팬들과 만났다.

가수들의 아바타뿐 아니라 아예 가상의 가수까지 등장하고 있다. 1998년 데뷔한 사이버 가수 ‘아담’은 “시대를 너무 앞서갔다”는 평가와 함께 모습을 감췄지만 20년 후가 흐른 지금의 가요계 분위기는 그때와는 다른 양상을 보인다. 올 초 데뷔한 AI 걸그룹 이터니티가 대표적이다. 지난 8월30일에는 가상세계 ‘게더타운’에서 이 그룹 멤버 다인의 솔로 데뷔 쇼케이스가 열리기도 했다. 이날 공개된 신곡 ‘노 필터(No Filter)’ 뮤직비디오에서 다인은 딥리얼 1.0 버전에서 3.0으로 업그레이드된 만큼 다양한 각도로 상큼한 매력을 뽐냈다. 이 영상은 공개 5일 만에 90만 조회 수를 넘었고, 현재 150만 조회 수를 앞두고 있다.

싸이더스 엑스도 올해 말쯤 3인조 남성 가상인간 아이돌 그룹을 데뷔시킬 계획이다. 이 회사는 4만6000명의 SNS 팔로어를 보유하고 있는 ‘버추얼 인플루언서’ 로지를 만들었다. 로지는 보험·자동차·식품광고 등에 출연하고, 패션 잡지의 모델로 활동 중이다.

디지털 문화에 익숙한 MZ세대를 중심으로 시장이 급속하게 성장하다 보니 연예기획사들의 메타버스 진입도 활발하다. 미국 래퍼 트래비스 스콧은 지난해 BTS가 ‘다이너마이트(Dynamite)’ 안무 버전 뮤직비디오의 첫선을 보인 메타버스 게임 플랫폼 ‘포트나이트’에서 3일간 콘서트를 열었다. 트래비스 스콧은 이 공연으로 2000만달러(227억원)의 수익을 올렸다. 전년도 오프라인 공연에서 거둔 수익은 18억원에 불과했다.

독일 통계 플랫폼 스태티스타는 메타버스 시장규모가 2024년 약 329조8500여억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한다. 국내 대표적인 메타버스 플랫폼인 네이버의 제페토에 하이브는 70억원, JYP와 YG엔터테인먼트는 각각 50억원을 투자했다. SM은 지난 6월 메타버스, 인공지능, 로봇 등 기술 협력·공동연구를 위해 카이스트와 업무협약을 맺었다.

이성수 SM 대표는 “K팝의 문법은 근미래에 펼쳐질 포스트 코로나의 시대, 메타버스라고 하는 세계적인 기조의 관점에서 볼 때 기존의 음악 장르에서는 볼 수 없는 새로운 형태의 문화적 IP라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권이선 기자 2su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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