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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1 (토)

이슈 [연재] 매일경제 '정철우의 애플베이스볼'

대만이 하위 리그? 미란다 데이터는 '착각'이라 말하고 있다[정철우의 애플베이스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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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 에이스로 자리매김한 미란다는 지난 해 대만 리그에서 활약했다.

10승을 거두기는 했지만 10승8패, 평균 자책점 3.80으로 아주 빼어난 성적을 거두지는 못했다. KBO리그 보다 수준이 떨어지는 것으로 여겨지고 있는 무대에서 뛰다 온 선수였기에 시즌 초반 부진한 투구를 했을 땐 편견 속에 갇히기도 했다.

하지만 미란다는 실력으로 이같은 시선을 극복해냈다. 과연 미란다는 대만 리그에서 보다 업그레이드가 된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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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란다는 지난 해 대만 리그서 뛰었다. 우리 보다 수준이 낮은 리그라고 여겨졌지만 그를 통해 실력차가 크지 않음을 엿볼 수 있었다. 사진=김영구 기자


결론부터 말하자면 미란다는 크게 달라진 것은 없다. 기존의 패스트볼을 좀 더 자신있게 구사하고 스플리터 비중을 높인 정도다. 큰 차이를 발견할 수 없다.

오히려 대만 타자들과 한국 타자들의 차이점만 발견할 수 있었다.

스포츠 데이터 에볼루션의 도움으로 미란다의 지난 해 대만 투구 데이터와 올 시즌 한국 투구 데이터를 분석해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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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란다는 대만 리그서 뛸 때보다 KBO리그서 뛸 때 패스트볼 구사 비율을 더 높였다.

대만에서 54%였던 패스트볼 구사 비율이 60%까지 높아졌다. 구속에는 큰 차이가 없는 상황. 미란다의 패스트볼에 한국 타자들이 더 적응을 못했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대만 타자들은 미란다의 패스트볼에 0,310의 높은 적응력을 보였다. 반면 한국 타자들은 미란다의 패스트볼을 공략하는데 0,271의 타율을 기록했을 뿐이다. 대만 타자들이 미란다의 패스트볼을 더 잘 쳤다.

미란다는 슬라이더나 커브를 던지는 비율을 줄이고 스플리터 구사 비율을 높였다.

대만에서 16%이던 스플리터 구사 비율이 KBO리그선 22%까지 높아졌다.

스플리터의 위력은 비슷했다. 대만과 KBO리그 모두 0.184의 낮은 피안타율을 기록했다. 미란다의 장점이 스플리터에 있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구속이나 구위의 차이는 별로 크지 않은데 미란다의 공을 KBO 타자들이 더 못 치고 있는 것이다.

답은 하이 패스트볼에서 찾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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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란다의 패스트볼 피칭 맵을 비교해 봤다.

왼쪽이 KBO리그고 오른쪽이 대만 리그다. 그 결과 별다른 변화가 없었음을 알 수 있다. 투구 분포가 대만에서나 KBO리그에서나 큰 차이가 없었다.

미란다는 그저 자신이 잘 던질 수 있는 공을 열심히 던지고 있을 뿐이었다. 대만에서 보다 더 좋은 공을 던지고 있다는 증거는 어디서도 찾을 수 없었다.

문제는 미란다의 하이 패스트볼에 대한 국내 타자들의 대응 능력에 있었다.

대만 타자들은 미란다의 하이 패스트볼을 0.362로 잘 쳤다. 반면 KBO리그 타자들은 미란다의 하이 패스트볼에 맥 없이 헛 방망이가 돌았다. 하이 패스트볼 공략 타율이 0.165에 불과했다.

반대로 헛스윙을 하는 비율은 크게 늘었다. 대만 타자들이 19%만 헛스윙 했던 하이 패스트볼을 우리 타자들은 25%나 헛치고 있었다.

발사각 혁명이 일어난 이후 많은 타자들이 어퍼 스윙을 새로운 무기로 장착하고 있다. 공을 일단 띄우는 것이 목표가 됐기 때문이다.

하이 패스트볼은 그에 대한 투수들의 반격이다. 일명 라이징 패스트볼을 던지며 어퍼 스윙의 궤적을 피하려는 시도를 하는 것이다.

미란다도 그와 같은 방식으로 하이 패스트볼을 승부구로 많이 썼다.

하지만 이 공에 대한 양 리그 타자들의 대처 능력은 큰 차이를 보였다. 대만 타자들은 미란다의 하이 패스트볼을 효과적으로 공략한 반면 KBO리그 타자들은 알면서도 당하고 있는 것이다.

대만 리그 타자들의 투수 적응력이 KBO리그를 앞선다는 해석이 가능한 대목이다. 또한 최근 트랜드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대처 방법도 대만 타자들이 KBO리그 타자들 보다 앞섰다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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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란다의 스플리터 분포도 대만 리그 때와 KBO리그 때가 큰 차이를 보이지 않는다. 미란다는 지난 해나 올 시즌이나 달라진 것이 없음을 뜻한다.

그런 미란다가 대만 리그서는 B+ 투수였다면 한국에선 A급 투수가 됐다. 우리가 쉽게 대만 리그를 KBO리그 보다 낮은 수준의 리그라고 자신할 수 없는 이유다.

미란다의 케이스만 놓고 양 국 리그의 수준 차이를 가름할 수는 없다. 다만 미란다의 케이스를 통해 우리가 무조건 대만 리그에 앞서 있다는 환상은 깨야 할 때가 됐음을 알 수 있다.

특히 미란다의 하이 패스트볼에 대한 대처 능력은 양 국 수준 차이가 결코 크게 나지 않음을 증명하고 있다. 어퍼 스윙에 대한 투수들의 반격은 최근 트랜드다. 이를 이겨낼 수 있는 방법을 찾아낸 대만과 여전히 숙제로 남아 있는 KBO리그는 그 우열을 가리기 힘들다 할 수 있다.

우리 선수들이 기량 향상을 위해 더 많이 노력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언제든 대만 리그에 추격을 허용할 수 있음을 미란다를 통해 엿볼 수 있다.

미란다의 호투 행진은 KBO리그에 많은 시사점을 남겼다고 봐야 한다.

[정철우 MK스포츠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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