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일 하나금융그룹 챔피언십에서 깜짝 우승한 리틀 박인비 송가은. 박인비처럼 퍼트를 잘해서 붙은 별명이다. [사진 KLPGA]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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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림 투어에도 박인비가 있다.”
2019년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드림 투어(2부 투어)에서 이런 소문이 돌았다. 박인비처럼 퍼트를 잘하는 선수가 나타났다는 얘기였다. ‘리틀 박인비’는 송가은(21)이었다.
송가은은 지난해 1부 투어에 올라오긴 했으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 탓에 7경기밖에 뛰지 못했다. 올해 그는 본격적으로 퍼터를 뽑아 들었다. 송가은은 신인임에도 몇 차례 우승 경쟁을 했고, 드디어 지난 3일 하나금융그룹 챔피언십에서 우승했다. 우승 상금 2억7000만원의 큰 대회였다. 게다가 미국 여자프로골프(LPGA) 투어에서 메이저 대회를 포함해 6승을 거둔 세계랭킹 7위 이민지(호주)를 연장 끝에 꺾어 더 인상적이었다.
송가은은 “가장 자신 있고, 좋아하는 클럽이 퍼터다. ‘퍼신(퍼트의 신)’이라는 별명을 갖고 싶다”고 했다. 송가인 측에서는 “퍼트 실력이 박인비 선수만큼은 아닌데 먼 거리 퍼트를 몇 번 넣는 걸 본 다른 선수들이 강한 인상을 받은 것 같다”고 했다.
그래도 그의 퍼트 실력은 정상급이다. 한때 송가은의 캐디를 했던 아일랜드인 셰인 코머는 “(퍼트가 좋은) 고진영의 캐디도 해봤는데, 송가은의 퍼트 실력이 더 낫다”고 말했다.
송가은의 라운드 평균 퍼트 수는 14위(29.9개)다. 그러나 그의 퍼트 실력이 14위는 아니다. 아담한 체격의 그는 드라이버 거리가 길지 않다. 먼 곳에서 아이언샷을 치고, 퍼트도 상대적으로 멀리서 한다. 따라서 수치로 보여지는 것 이상으로 그의 퍼트는 날카롭다. 박인비 이후 최고의 퍼터라는 평가도 나온다.
그의 어머니는 "딸은 어릴 때부터 그린을 잘 읽었고, 거리감이 뛰어났다"고 했다. 게다가 노력형이다. 그의 에이전트인 원오원커뮤니케이션즈 서일원 팀장은 “연습량이 많다. 연습 그린에서 하루 4~5시간을 보낸다. 숙소에서 남 몰래 퍼트하는 시간도 많다”고 말했다.
송가은의 드라이브샷 평균 거리는 78위(232야드)다. 송가은은 “1부 투어에 올라온 이후, 확실한 나만의 색깔이 있어야 한다고 느꼈다. 잘할 수 있는 부분을 더 강화했다. 정교한 퍼트와 쇼트 게임, 아이언샷의 거리를 정확히 맞추면 어디서든, 누구와도 경기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송가은 측에서는 “사실 드라이버 거리는 부족하지 않다. 안정성이 중요하므로 필요할 때만 세게 친다”고 했다.
그가 잘 나가는 이유는 퍼트와 더불어 긍정적인 마음이다. 그는 골프공에 ‘즐기자’라고 쓴다. 그는 “박인비 선배를 존경한다. 꼭 뛰어난 퍼트가 아니라도 단단한 마음이 부럽다”고 했다.
신인이 몇 차례 우승 경쟁을 하다 뒤처지면 슬럼프에 빠지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송가은은 “우승 경쟁을 할 때마다 내가 부족한 부분이 뭔지 알게 됐다고 여긴다. 하나금융대회에서 이민지 선수와 경기할 때도 ‘세계 랭커는 어떻게 치는지 배우고 오겠다’는 생각으로 임했다”고 말했다.
트로트 가수 송가인 때문에 그를 보면 “송가은이어라”라고 농담을 하는 사람이 많다. 송가은은 “나도 송가인처럼 유명한 사람이 되는 게 꿈”이라고 웃어넘긴다. 그러나 그 말을 들을 때마다 그는 “송가은은 송가인이 아니라 송가은의 길을 가야 한다”고 되새긴다.
성호준 골프전문기자 sung.ho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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