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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2 (금)

이슈 성착취물 실태와 수사

"그러다 훅간다"…성착취물 위장 수사에 몸 사리는 텔레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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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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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정윤 기자] "여기 단체대화방에도 경찰 1명 정도는 있겠지."
"야동 공유하고 그러다 훅간다."

'박사방', 'n번방' 사건 등을 통해 성착취 음란물의 온상으로 지적됐던 텔레그램. 아동·청소년을 노린 디지털 성범죄에 대해 경찰의 위장수사가 가능해지면서 변화가 발생하고 있다. 지난달 24일부터 위장수사를 할 수 있게 되자 몸을 사리는 이들이 늘고 있는 것이다.

3일 텔레그램의 한 음란물 공유 대화방에서는 경찰의 위장수사와 관련된 글을 찾아볼 수 있다. 대화방 참여자들은 위장수사에 대한 언론 보도와 정보를 공유했다. 또 경찰의 포위망을 벗어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토론을 진행하고 "위장수사를 시작한다고 하니 절대 (음란물) 금전 거래나 교환하지 말라"는 채팅도 있었다. 이러한 상황을 신경 쓴 듯 해당 대화방에는 '야동 업로드 금지'라는 항목이 포함된 공지가 새로 올라오기도 했다.

아울러 텔레그램 내 음란물 공유 대화방 중 다수가 문을 닫았다는 반응도 나왔다. 한 참여자는 "요즘 위장수사 때문에 (음란물 공유 대화방이) 다 터졌다"라며 "몸을 사려야할 때 같다"고 했다. 또 음란물을 공유하는 채팅을 적는 이를 향해선 '경찰 아니냐' '추방해야 한다'는 글이 쏟아졌다.

다만 경찰의 위장수사 대상이 아동·청소년에 국한돼 성인을 대상으로 한 디지털 성범죄 등에는 적용하기 어렵다. 한 대화방에선 성인을 대상으로 한 음란물을 공유하고 지인능욕을 했으며 경찰의 위장수사는 신경쓰지 않았다. 지인능욕은 지인의 얼굴과 음란한 사진을 합성해 배포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처럼 아동·청소년으로 한정돼 성인을 대상으로 한 성착취 음란물이 여전히 유통되자 범위를 넓혀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신중하게 결정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아직 제도 시행 초기이고 범죄를 저지를 생각이 없는 사람의 범행을 유도하는 등 오남용에 대한 걱정 때문이다.

오윤성 순천향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위장수사를 시행해보고 효과가 있다면 범위를 확장해볼 수 있겠지만 경찰권 오남용에 대한 우려가 있을 수 있다"라면서 "시간을 가지고 지켜본 뒤 이로 인한 효과가 나타나고 부작용 등이 두드러지지 않는다면 범위를 확대하는 것에 대해 고려해볼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윤호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도 "오남용 등에 대해서도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사회적 공감을 얻을 수 있는 아동과 청소년을 대상으로 해 제도를 시행한 것으로 보인다"라며 "제도를 시행해보고 대상 범위를 늘려갈지에 대해 검토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했다.

이정윤 기자 leejuyo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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