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과 UN총회 참석차 뉴욕을 방문한 김정숙 여사가 현지시각 20일 뉴욕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을 방문했다. 황희 문체부 장관과 BTS가 김 여사와 이 행사에 동행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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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대통령 특별사절단(특사) 자격으로 문재인 대통령 미국 뉴욕 출장에 동행시킨 방탄소년단(BTS)에게 항공료와 숙박비, 식비 등 여비(旅費)를 전혀 지급하지 않았다고 정부가 밝혔다. BTS는 이동 시간과 쉬는 시간을 제외하고 현지에서 3일간 문 대통령은 물론 김정숙 여사·황희 문체부 장관의 행사까지 줄곧 따라다녔다.
◇똑같이 특사로 갔던 與 의원, 다른 배우에겐 지급
조명희 국민의힘 의원이 30일 외교부로부터 제출 받은 ‘UN 총회 참석 관련 지출 비용 내역’에 따르면 외교부는 BTS에게 아무런 여비를 지급하지 않았다. 뉴욕 출장 당시 BTS는 황희 문화체육관광부 장관과 김정숙 여사의 뉴욕메트로폴리탄 미술관 일정에도 동행했다. 하지만 문체부 역시 BTS에게 초청비나 여비를 지급하지 않았다. 문체부 관계자는 조선닷컴과의 통화에서 “BTS에게 여비로 지급된 내역은 없다”고 밝혔다.
똑같이 ‘대통령 특사’ 자격으로 해외에 다녀온 여당 국회의원이나 다른 배우에겐 그러지 않았다. 지난달 15일 홍범도 장군 유해 수송 때 특사단으로 카자흐스탄을 방문한 우원식 민주당 의원과 배우 조진웅에게는 여비가 지급됐다고 외교부가 확인했다.
국회의원 해외 출장에는 비즈니스 왕복 항공권과 5성급 고급 호텔 기준으로 숙박료가 지급된다. 공무원이 아닌 사람을 공무수행을 위해 여행하도록 하는 경우, 공무원 여비 지급 규정을 준용해 여비를 지급할 수 있다. 이 경우 ‘동반 공무원의 직위’와 ‘해당 비공무원의 경력’ 등을 고려하게 돼 있다. 대통령과 동행한 BTS에게 이 규정을 적용했다면, 최상위 등급에 해당하는 비용을 지급했어야 한다.
정부가 BTS를 대통령 행사에 동행시키고 여비를 주지 않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18년 10월 BTS는 문 대통령의 파리 순방 때 차출된 바 있었는데, 당시 BTS가 받은 건 여비가 아니라 소위 ‘이니 시계‘라 불리는 문 대통령 시계였다. 당시 상황에 대해 탁현민 의전비서관은 “(BTS에게 지급할) 경비만 1억원∼2억원이 들겠더라. (문 대통령 행사) 전체 제작비가 그 정도 수준이었는데, 감사한 마음으로 ‘대통령 시계를 드리겠다’고 했고 고맙게도 (BTS 측이) 시계로 ‘퉁’ 쳐 줘서 잘 끝냈다”고 말했다.
◇연예계 “싫어도 불이익 무서워서 한다”
BTS는 18일 오후 인천공항에서 출발, 현지시각 20일 미국 뉴욕에서 열린 제76차 UN 총회에 참석해 ‘지속가능발전목표(SDG) 모멘트’ 개회 세션 연설 및 UN과의 인터뷰를 소화했다. UN 총회 직후 김 여사를 따라 뉴욕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행사에 참석했다. 이튿날인 21일엔 문 대통령과 함께 미국 ABC 방송 인터뷰를 가졌다. 22일엔 황 장관과 뉴욕한국문화원 전시회에 불려갔다.
BTS 소속사인 빅히트엔터테인먼트는 여비를 지급받지 못한 데 대한 입장을 묻는 조선닷컴 취재에 응하지 않았다.
정부가 연예인을 행사에 차출하는 문화를 개선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한 연예기획사 관계자는 “정부가 요청할 경우 금액을 떠나서 어쩔 수 없이 끌려가듯 가는 경우가 많다. 어차피 가격이 맞을 수 없기에 아예 안 받는 게 마음이 편하다”며 “스케줄상 하기 싫더라도 안 하면 불이익을 받을까 봐 보통 있던 스케줄을 빼서라도 하는 편”이라고 말했다.
[최훈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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