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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6 (화)

이슈 동학개미들의 주식 열풍

분산투자·수익극대화 노린 서학개미, 하룻밤 새 8.4% ‘와르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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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밤 미국 국채 금리가 치솟은 가운데 뉴욕의 3대 주가지수가 일제히 급락하자, 미국 주식에 투자하는 국내 ‘서학개미’들도 큰 손실을 입었다. 특히 국내 투자자들은 최근 테슬라나 애플 등 단일 종목보다는 나스닥 등 주가지수를 추종하는 상장지수펀드(ETF)를 많이 사들였는데, 이날 증시 급락으로 하룻밤 새 최대 8.4%의 손실을 봤다.

투자자들이 종목 대신 ETF를 사들이고 있는 것은 미국 증시에 테이퍼링(양적완화 축소)과 인플레이션 등 변수가 워낙 많아, 여러 종목에 분산 투자해 안정성을 높이기 위해서다. 그러나 동시에 수익을 극대화하려는 목적으로 지수를 2~3배로 추종하는 ETF를 고르는 경우가 많아, 투자에 각별한 유의가 필요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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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한 달 간 'ProShares Trust UltraPro QQQ'의 가격. /단위=달러, 자료=인베스팅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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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현지 시각) 뉴욕 증시에서 나스닥지수는 전날보다 2.83% 급락한 1만4546.68로 마감했다. 이는 지난 3월 18일 이후 가장 큰 하락폭이다.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전날보다 1.63% 내린 3만4299.99를,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2.04% 하락한 4352.63으로 마감했다. S&P500의 하락률 역시 5월 12일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

뉴욕 증시의 급락은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의 발언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았다. 파월 의장은 이날 사전 공개된 상원 은행위원회 모두발언에서 “경제 성장이 지속적으로 강화되고 있다”며 “인플레이션은 상승하고 있고 앞으로 몇 달 간 높은 수준을 유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파월 의장은 그간 인플레이션 압박이 크지 않으며 물가 급등이 ‘일시적’이라는 입장을 견지해온 만큼, 이날 그의 발언은 시장에 충격을 줬다.

시장 참여자들의 우려는 최근 일주일 간 채권 금리에 이미 반영된 상태다. 지난 23일 1.3%대 초반에 머물렀던 미국 10년물 국채 금리는 29일 1.5%대 중반까지 치솟았다. 채권은 만기에 받을 금액이 정해져 있어, 인플레이션 압력이 강해지면 만기에 받을 돈의 가치가 떨어지게 된다. 따라서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 투자자들은 채권을 내다 팔 확률이 높으며, 시장에 풀린 채권의 양이 증가해 채권 값이 하락하면 반대로 할인율(채권 금리)은 높아질 수밖에 없다.

이처럼 채권 금리가 이미 높아진 상황에서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미 의회에서는 부채 한도 상향 조정에 대한 협상이 지연되는 등 정치적 이슈까지 불거지자, 미 증시는 직접적인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특히 성장성에 대한 기대때문에 밸류에이션(기업 가치 대비 주가 수준)이 높은 기술주들이 큰 타격을 입었다. 나스닥지수가 특히 큰 폭으로 급락한 것도 이 때문이다.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지수가 폭락하자, 국내 투자자들은 하룻밤 새 최대 8%가 넘는 손실을 본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한 달 간 서학개미들은 고변동장에서 분산 투자를 할 목적으로 나스닥ETF를 많이 사들였는데, 문제는 이 중 일부 ETF가 지수를 정방향으로 2~3배씩 추종하는 상품이라는 것이다.

김남기 미래에셋자산운용 상무는 “과거에는 발빠른 일부 투자자들만 미국 ETF에 투자했다면, 요즘은 유튜브 등을 통해 ETF를 접하고 직접 투자에 나서는 사람들이 점차 늘고 있다”며 “그들은 ‘미국 증시가 잠깐 조정 받더라도 결국은 우상향한다’는 강한 믿음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개별 종목의 주가 전망은 불확실하더라도 미 증시의 전망에 대해 긍정적으로 확신하는 투자자들이 많기 때문에, 여러 종목에 분산투자하는 동시에 고수익을 추구하고자 레버리지 ETF를 택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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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정다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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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최근 한 달 간 국내 투자자들이 가장 많이 사들인 해외 주식은 ‘ProShares UltraPro QQQ’였다. 나스닥100지수의 일일 성과의 3배를 추종하는 상품이다. 애플과 마이크로소프트 등에 분산투자하는 동시에 3배의 수익을 노릴 수 있다.

한 달 간 국내 투자자들은 이 ETF를 총 2500억원어치 사들였는데, 하룻밤 새 나스닥지수의 급락으로 8.4%의 손실을 봤다. 예탁원에 따르면 현재 이 종목은 7400억원어치가 보관돼있는 상태다. 국내 투자자들은 이 기간 나스닥100지수의 일일 성과 2배를 추종하는 ‘ProShares Ultra QQQ’도 480억원어치 사들였다. 이 상품 역시 하룻밤 새 5.7%의 손실을 봤다.

KB자산운용 관계자는 “ETF에 투자할 때는 스스로 감당할 수 있는 자금을 투자해야 하며, 긴 호흡으로 충분한 분산 투자를 해야 한다”며 “그러나 레버리지를 사용하게 되면 이 세 가지 조건에 전부 어긋나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1000만원을 3배 레버리지 ETF에 투자하게 되면 결국 당초 투자금의 세 배인 3000만원을 투입하는 셈인데, 이 경우 가격이 급등락하면 긴 호흡으로 기다리지 못하고 쉽게 손절하는 사람이 많다”며 “ETF는 자주 사고 팔다 보면 매매 과정에서 발생하는 비용 때문에 손실이 더 커질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말했다.

김 상무 역시 “세계적인 혁신 기업이 미국에 많이 몰려있는 만큼 미 증시에 투자하는 ETF 자체는 좋은 상품이나, 증시의 단기적인 조정은 언제든 올 수 있기 때문에 레버리지 상품에는 가급적 투자하지 않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그렇다면 미국 ETF는 어떤 방식으로 투자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일까. 김 상무는 레버리지 대신 지수를 1배로 추종하는 ETF에 ‘적립식’으로 투자할 것을 권했다. 그는 “과거에는 가격이 많이 하락한 날 레버리지 상품을 사고 많이 오른 날 되파는 식으로 ETF 투자를 많이 했다면, 요즘은 연금이나 퇴직금 계좌에서 매달 일정 금액을 적립식으로 투자하는 사람이 늘었다”며 “ETF도 5~10년 뒤를 바라보며 장기 투자하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노자운 기자(jw@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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