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헌법 마련 때까지 시행"…지난달 재집권 후 사회혼란 지속
"이슬람 율법과 맞지 않는 부분 배제"…구체적 지침은 없어
카불 시내에 걸린 탈레반 깃발 [AFP=연합뉴스] |
(뉴델리=연합뉴스) 김영현 특파원 = 아프가니스탄 재집권에 성공한 이슬람 무장조직 탈레반이 57년 전 왕조시대 헌법을 일시 도입하기로 했다.
과도정부 체제로 국가를 운영 중인 탈레반이 공식정부 체제를 구축할 때까지 사회 질서를 확보하려는 조치로 풀이된다.
29일 톨로뉴스 등 아프간 언론과 외신에 따르면 탈레반 과도정부의 압둘 하킴 샤라이 법무부 장관 대행은 전날 모하마드 자히르 샤 전 국왕 재임기인 1964년에 채택된 헌법을 잠정적으로 도입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샤 국왕은 아프간의 마지막 국왕으로 1933년부터 통치하다 1973년 쿠데타로 왕위에서 축출됐다.
1964년 헌법은 총 11장 128조로 구성됐으며 여성의 투표권도 허용하고 있다. 국정 운영에서는 국왕이 절대적 권한을 행사하도록 규정했다.
다만, 탈레반 과도정부는 1964년 헌법 규정 중 샤리아(이슬람 율법)나 자체 통치 원칙에 맞지 않는 부분은 배제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여성 투표권 허용 같은 사항은 도입되지 않을 가능성이 큰 상황이다.
이와 관련해 과도정부의 대외 홍보 창구인 문화위원회는 "샤 국왕 시대의 헌법은 새 헌법이 마련될 때까지 시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과거 헌법 조항 중 구체적으로 어느 부분이 도입되는지, 국왕 역할 관련 부분은 어떻게 재적용 되는지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아프간 과도정부 물라 모하마드 하산 아쿤드 총리대행이 회담 주재하는 모습. [탈레반 간부 아흐마둘라 무타키 트위터] |
탈레반은 지난달 15일 수도 카불을 점령하면서 재집권에 성공한 후 이달 초 과도 정부 명단을 발표하는 등 새 체제 구축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탈레반은 샤리아를 엄격하게 적용했던 과거 통치기(1996∼2001년)와 달리 여성 인권 존중, 포용적 정부 구성 등을 약속하기도 했다.
하지만 통치 인력 부족, 경제 위기, 여성 차별 조치 도입, 지도층 내분설 등이 겹치면서 사회 혼란은 계속되는 분위기다.
탈레반의 한 간부는 이달 초 하아마 통신에 이번에 공개된 과도정부 내각은 6개월만 지속할 것이며 이후 포괄적인 공식 정부가 출범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cool@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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