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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왜 OK 안줘?"…톱골퍼들의 날선 신경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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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욘 람 캐디(맨 왼쪽)와 드롭 지점을 놓고 언쟁을 펼치는 조던 스피스(왼쪽 사진)와 짧은 거리 퍼팅에 컨시드를 주지 않자 퍼터를 바닥에 놓고 항의하는 행동을 하고 있는 브라이슨 디섐보. [사진 제공 = 골프채널·데일리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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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볼이 구제가 안된다고? 손목 부러지면 당신들 책임."(브룩스 켑카)

"80㎝ 남았는데 컨시드 안줘? 퍼터보다도 짧은데."(브라이슨 디섐보)

"공이 물에 빠진 지점이 이쯤이지?" vs "아니. 20야드 더 뒤에서 해야지."(욘 람의 캐디 vs 조던 스피스)

미국과 유럽 남자골퍼들의 자존심 걸린 한판 승부. 라이더컵은 승부를 넘어서 '전쟁'에 가깝다. 단 1타로도 승부가 갈리고 대륙의 자존심을 내줄 수도 있기 때문에 언제나 승부와 함께 선수들의 신경전이 화두에 오른다.

물론 올해 열린 라이더컵도 예외는 아니다. 26일(한국시간) 미국 위스콘신주 헤이븐의 휘슬링 스트레이츠에서 열린 라이더컵 둘째날에도 선수들의 날 선 신경전이 펼쳐졌다.

매치플레이에서 가장 흔한 신경전은 '컨시드'다. 주말골퍼들 사이에선 일명 'OK'. 보통 1m 안쪽 거리는 특별한 상황이 아닌 한 상대방이 엄지손가락을 들어 보이며 '컨시드'를 대신한다. 이른바 '기브미 에티켓'으로 1m 안쪽 퍼팅 거리는 매치플레이에서 '우정 거리'로 불린다. 하지만 매치플레이에서는 상대의 자존심을 상하게 할 수 있는 최고의 방법이 되기도 한다. 이날도 '컨시드 신경전'이 여러 차례 펼쳐졌다. 토니 피나우·해리스 잉글리시(미국)는 유럽팀의 셰인 라우리가 1번홀에서 70㎝ 버디 퍼트하는 것을 지켜만 봤다. 당연히 컨시드를 받을 줄 알았던 라우리는 퍼팅을 성공한 뒤 짜증난다는 듯 표정을 지어 보였다. 또 패트릭 캔틀레이·잰더 쇼플리도 유럽팀 매슈 피츠패트릭의 50㎝ 퍼트에 컨시드를 주지 않았다. 바로 다음엔 유럽팀의 반격. 유럽팀 베른트 비스베르거와 빅토르 호블란은 미국팀 저스틴 토머스의 짧은 퍼트를 두고만 봤다. 이에 토머스는 자신의 퍼터를 수평으로 놓고 항의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이뿐만이 아니다. 오후에는 브라이슨 디섐보도 포볼 경기 1번홀(파4)에서 상대 토미 플리트우드·빅토르 호블란이 80㎝ 파 퍼트를 컨시드해주지 않아 볼과 홀 사이에 자신의 퍼터를 대보며 불만을 감추지 못했다.

1타가 아쉬운 상황에서 물에 빠진 공에 대한 드롭 지점을 놓고 언쟁도 펼쳐졌다. 5번홀에서 세계랭킹 1위 욘 람의 발이 미끄러지며 티샷이 물에 빠졌다. 선수들 모두 공이 빠진 지점에 대해 동의하고 현장을 찾았지만 람의 캐디가 20야드 앞 지점이 물에 빠진 지점인 것 같다고 주장하기 시작했다. 이에 조던 스피스와 언쟁을 펼쳤고 그 과정에서 람의 캐디가 화를 내고 목소리를 높이는 모습이 카메라에 담겼다.

브룩스 켑카는 경기위원에게 '무벌타 구제' 문제로 욕설까지 내뱉었다. 이날 포섬 경기 중 15번홀에서 파트너 대니얼 버거의 티샷이 배수로 구역 깊은 풀 속에 빠졌다. 하지만 경기위원들은 모두 "스윙에 방해가 되지 않는다"며 구제를 거부했다. 이에 켑카는 경기위원들을 가리키며 "내 손목이 부러지면 당신들 책임"이라며 욕설을 섞어 고함을 질렀다.

전쟁터로 변한 라이더컵에서 이틀간 포볼·포섬 8경기씩을 치른 가운데 미국은 11대5로 유럽을 크게 앞섰다. 이번 대회는 총 28경기가 열린다. 절반이 넘는 14.5점이 승리 스코어. 미국은 단 3.5점, 즉 남은 12경기에서 3승1무만 거둬도 우승이다. 미국과 유럽 대항전으로 확대된 1979년 대회 이후 최다 점수 차 승부는 9점이다. 미국이 승리한 1981년과 유럽이 이긴 2004년, 2006년에 18.5대9.5로 승부가 갈렸다. 반대로 유럽팀은 2012년 '메디나의 기적'을 다시 노리고 있다. 당시 미국은 10대6으로 4점이나 앞섰다. 하지만 최종일 유럽은 8승1무3패로 무려 8.5점이나 쓸어담아 합계 14.5점으로 미국에 1점 차 역전승을 거둔 바 있다.

[조효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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