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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4 (일)

이슈 탈레반, 아프간 장악

아프간에서 음악이 사라졌다… 권선징악부 부활에 공포감 확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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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아프가니스탄 한 음악가가 풍금을 연주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이슬람 무장세력 탈레반의 잔혹한 통치가 계속되는 가운데 아프가니스탄 거리에는 음악이 사라졌다. 20년 전 공포 탄압이 되풀이될 것이라는 두려움이 확산하고 있기 때문이다.

24일 AP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아프간 수도 카불 주민들은 탈레반이 세력을 펼친 이후부터 공공장소에서 음악을 트는 것을 멈추고 있다. 탈레반이 음악을 공식적으로 금지한 것은 아니지만, 1차 집권기 당시 경험 탓에 자발적으로 이같은 움직임을 보인다는 것이다.

과거 탈레반은 1996년부터 5년간 극단적인 샤리아(이슬람 율법)에 따라 노래 부르기와 음악 감상을 금지했었다. 이와 함께 여성의 교육과 취업을 금하고 성폭력과 강제 결혼을 일삼는 등의 인권 탄압을 저질렀다. 또 절도범의 손발을 자르거나 불륜을 저지른 여성을 돌로 때려죽이는 공개 처형도 이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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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슬람 무장 세력 탈레반 조직원의 모습. /AF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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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새롭게 정권을 잡은 탈레반은 지난달 16일 여성의 인권 보장을 약속하며 변화한 모습을 강조했었다. 그러나 여전히 여성들의 부르카(전신을 가리는 복장) 착용을 강요하고 있고 취업에도 제한을 뒀다. 심지어 탈레반 조직원들이 현지 광고판 속 여성의 얼굴을 지우고, 부르카 없이 외출한 여성을 총살하는 사건까지 발생했다.

최근에는 여성부를 폐지하고 1차 집권기 당시 도덕 경찰로 활동하던 ‘기도·훈도 및 권선징악부’를 부활시켰다. 바로 이 권선징악부의 등장이 시민들의 두려움을 키우고 있다. 음악, TV 등 오락을 금지했던 과거에 시민들을 감시하고 규정을 어기는 이들을 처벌했던 역할이었기 때문이다.

한 시민은 “사람들이 음악을 트는 행동을 멈추고 있다. 과거의 경험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모두의 마음속에 두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밴드 멤버로 활동했다던 또 다른 시민도 “지금 상황은 매우 억압적”이라며 “벼룩시장에 이것저것 내다 팔아 생계를 연명하고 있다. 그러지 않으면 굶어 죽고 말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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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업을 중단한 아프가니스탄 카불의 한 노래방. /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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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레반에 의해 음악 활동을 금지당했다는 주장도 등장했다. 한 음악가는 “검문소를 통과할 때 탈레반 조직원이 차 안에 있던 3000달러 상당의 키보드를 부쉈다”고 말했다. 또 카불에서 노래방을 운영했다는 시민 역시 “탈레반이 갑자기 찾아와 아코디언을 부수고 노래방 간판을 철거한 뒤 손님들에게 집으로 돌아갈 것을 명령했다”고 호소했다.

앞서 탈레반 대변인 빌랄 카리미는 ‘음악을 금지할 것인가’라는 질문에 “현재 검토 중”이라며 “최종 결정이 내려지면 발표할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 상당수의 아프간 출신 음악가들은 탈레반 재집권과 동시에 해외로 망명한 상태다.

[문지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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