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김동엽. /사진=뉴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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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2일 삼성과 한화의 더블헤더 2차전. 경기를 앞두고 오더를 불러주던 삼성 허삼영 감독의 마음이 쓰렸다. 늘 1번에 기용하던 박해민의 이름을 더 이상 부를 수 없었다. 높은 출루율(0.382) 도루 능력(33개·2위) 게다가 수비까지 발군인 박해민을 빼고 2위 자리를 유지할 수 있을까.
1위 KT(이날 현재 4.5경기 차)는 멀고, 3위 LG(0.5경기 차)는 바짝 추격하고 있었다. 박해민은 부상자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대신 김동엽(31)을 2군에서 올렸다. 삼성의 아픈 손가락이다.
지난 달 30일 타격부진으로 그를 말소했다. 그 달 18일 한화전부터 1군에 복귀시켰으나 8경기서 1안타(타율 0.059)에 그쳤다. 결국 12일 만에 다시 2군으로 내려 보냈다. 이번엔 잘 할까. 확신이 서지 않았다. 그래도 대안이 없었다.
김동엽은 장타력을 지녔다. 그의 펀치력에 홀딱 반한 시카고 컵스는 북일고 3학년 김동엽에게 55만 달러(약 6억 4600만원) 계약금을 선뜻 안겨주었다. 그러나 대포는 불발탄이었다. 터질 듯 터질 듯 터지지 않았다.
그래도 늘 기대감을 갖게 했다. 맞으면 넘어가니까. 김동엽은 14일 LG전까지 42경기서 한 개밖에 홈런을 때려내지 못했다. 팀 내 홈런 순위 13위. 더 이상 김동엽은 홈런 타자가 아니었다.
16일 KIA전서 호투하던 임기영을 상대로 7회 좌월 홈런을 터트렸다. 이날 임기영이 허용한 유일한 홈런이었다. 김동엽의 시즌 2호 아치. 올 시즌 1호를 때리기까지 두 달, 2호까지 다시 두 달이 걸렸다.
고개 숙인 이학주. /사진=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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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호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불과 5일 만인 21일 롯데전서 5회 2점 홈런을 뽑아냈다. 3-3 동점에서 터져 나온 결승 홈런. 이 날 김동엽은 4안타의 맹타를 폭발시켰다. 그동안 부진에 대한 분풀이라도 하는 듯했다.
12일 1군에 다시 올라 온 후 6경기서 25타수 13안타(0.520) 홈런 2개, 7타점. 피렐라나 구자욱보다 더 뜨겁다. 박해민에 대한 아쉬움이 싹 달아났다. 그렇다고 삼성 타선이 온전한 것은 아니다. 또 하나의 아픈 손가락이 남아 있다.
삼성은 18일 주전 유격수 이학주(31)를 2군으로 내려 보냈다. 끝 모를 부진 때문이다. 누구에게나 슬럼프는 있다. 그러나 3년째 계속되면 슬럼프인지, 원래 실력인 지 헷갈리게 된다. 그가 야구천재만 아니었더라면 벌써 미련을 접었을 것이다.
이학주는 충암고 시절 천재유격수로 불렸다. 유격수로는 보기 드물게 187㎝ 장신에 화려한 글러브 동작, 펀치력, 강한 어깨, 빠른 발까지 갖추었다. 그는 김동엽의 시카고 컵스 입단 동기다. 계약금은 두 배가 넘는 115만 달러.
2019년 삼성에 입단한 첫 해 강한 인상을 남겼다. 야구를 잘 하는 선수는 많아도 그처럼 화려한 플레이를 하는 선수는 드물다. 첫 해를 제외하면 그의 화려함을 본 지 오래다. 빼어난 수비를 곧잘 과시하지만 평범한 실수도 잦았다.
이학주는 8월과 9월 1할에도 미치지 못하는 타율(0.09)을 기록했다. 선수를 믿고 기다려주는 편인 허삼영 감독의 인내심도 한계에 도달했다. 허 감독은 “정신, 체력 모두 새롭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삼성의 아픈 손가락 가운데 하나는 아물고 있다. 또 하나는 진행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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