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일 강원도 원주시에서 열린 민주당 강원도당 경선 투표에 앞서 연설하고 있는 이재명 후보. /남강호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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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경기지사가 21일 성남시 대장동 개발사업 의혹을 반박하면서 ‘우리 안의 수박 기득권자들’이란 표현을 사용, 이낙연 전 대표 지지자들의 반발을 사고 있다. 이낙연 캠프가 불과 닷새전 이재명 지사 지지자들을 향해 ‘수박’ 표현 자제를 요청한 상황에서 이번엔 이 지사가 직접 해당 표현을 사용했기 때문이다. 이낙연 캠프에서는 ‘수박’이란 표현이 악성 온라인 커뮤니티 ‘일베’에서 호남과 5·18을 모욕하는 단어로 널리 쓰여왔다고 지적한다.
21일 이 지사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억지기소 후 1,2,3심 무죄, 비오는 김포 연설’이란 제목의 글을 올렸다. 글에는 “민간개발업체에 뇌물 받아먹고 LH 공영개발 포기시킨 건 국민의힘 정치인들. 성남시 공영개발 막으려고 발버둥친 것도 성남시 국힘 정치인들. 하나은행 컨소시엄에 참가한 토지매입자들에게서 혜택받은 것도 곽상도, 원유철 같은 국힘 국회의원들”이라며 “2010년 국힘당이 시장이었다면, 2014년 시장선거에 LH에 포기압력 가한 신영수 국회의원이 당선되었다면 민간개발 허용으로 모든 개발이익 그들이 다 먹었을 것”이라고 했다.
'수박 기득권자' 표현이 들어간 이재명 경기지사 페이스북 글./이 지사 페이스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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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이 입장문에서 이 지사는 “저에게 공영개발 포기하라고 넌지시 압력 가하던 우리 안의 수박 기득권자들”이란 표현을 썼다. 이낙연 캠프가 논평으로 이 지사 지지자들을 향해 ‘수박’ 표현 자제를 요청한지 닷새만이었다. 일베에서 수박은 5·18 당시 머리에서 피를 흘리는 광주 시민을 조롱하는 의미로 사용돼 왔다. 2015년에는 김대중 전 대통령 얼굴에 수박을 합성한 사진이 올라와 논란이 되기도 했다.
일베에 올라온 수박 관련 이미지. /일베 |
이낙연 캠프 대변인인 이병훈 민주당 의원은 지난 16일 “최근 특정 후보를 지지하는 일부 유튜버와 네티즌 사이에서 이 전 대표를 지지하는 국회의원과 지지자를 수박이라고 비하하는 끔찍한 일이 자주 목격되고 있다”며 “수박이란 용어는 일베라는 극우 커뮤니티에서 쓰기 시작한 호남 혐오, 호남 비하 멸칭이다. 사용을 멈춰달라”는 취지의 논평을 낸 바 있다.
이 의원은 그 논평에서 “수박은 ‘홍어’와 함께 일베 사용자들이 호남과 호남인들을 비하하기 위해 만든 단어다. 이 단어가 우리 당 안팎에서 무분별하게 사용되는 것은 참담한 일”이라며 “특히 반이낙연 성향을 띠는 팟캐스트나 특정 후보 지지성향을 보이는 유튜브, 커뮤니티 등에서 사용이 목격되고 있다. 호남의 아픔을 희화화하지 말아달라”고 덧붙였다.
이 지사의 페이스북 입장문에도 비난 댓글이 붙고 있다. “일베 못 끊었구나”, “대권주자가 호남비하 혐오 언어를 대놓고 당당하게 쓰는 거 정말 실화 맞지?”, “수박? 대놓고 일베 티내네. 이러면서 호남 표를 바란다고요?”와 같은 댓글이 달렸다.
이재명 캠프 측은 “수박은 겉과 속이 다른 사람을 표현하는 관용적인 표현일 뿐”이라며 “갑자기 광주 5·18과 연결 짓는 이낙연 캠프의 논리를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최훈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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