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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4 (일)

이슈 정치계 막말과 단식

‘막말 홍카콜라’가 변했어요? 반말 안하고 애처 발언에 ‘내가 부덕’ 자성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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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홍준표 의원의 상승세가 예사롭지 않다. 지난달 하순부터 시작된 상승세가 한달 가까이 이어지고 있다. 일부 조사에선 유력 대선 주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을 넘어서는 결과도 나오고 있다. 아직은 범여권 후보에 국한했을 때 나온 결과다. 여야 후보를 모두 아우른 조사에선 여전히 윤 전 총장이 1위를 지키고 있고 국민의힘 지지층에서도 마찬가지다. 일부에선 “호남을 비롯한 여권 지지층이 홍 의원 지지세를 의도적으로 견인했다”는 지적도 없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홍 의원의 급상승세를 부인하지는 못한다. 닭이 먼저든 달걀이 먼저든 홍카콜라에 대한 지지 추세가 현실화하고 있는 건 확실하다.

전통적 보수 지지층과 중도층이 홍 의원에 대해 가진 인식이 바뀌었느냐가 변화의 핵심 관건이다. 지난 대선에서 홍 의원은 23%대 지지율로 문재인 대통령에 이어 2위를 했다. 가능성은 보였지만 대세를 뒤집기엔 턱없이 부족했다. 강성 보수이면서 무례하고 거칠게 말하는 정치인이라는 이미지가 강했다. 그래서 진보는 물론이고 중도층에서 지지를 받지 못했다. 대선을 판가름할 중도층은 문재인과 안철수에게 표를 던졌다. 그래서 홍준표 의원은 극보수로 낙인 찍혔다.

하지만 이번에 야당의 대선 레이스가 본격 시작되면서 홍준표에 대한 이미지가 조금씩 바뀌기 시작했다. 과거의 ‘꼴보수·마초’보다는 시원한 콜라 같은 정치인이라는 이미지가 덧씌워졌다. 특히 야권 대선 선두주자였던 윤석열 전 총장이 각종 의혹에 휩싸이는 동시에 대선주자로서 특별한 비전을 보여주지 못하면서 홍카콜라의 차별성은 더 부각됐다. 문재인 정부를 시원하게 비판하면서 자신의 목소리를 명확하게 전달하는 홍 의원에게 보수층이 관심을 갖기 시작한 것이다. 첫 시작은 2030세대였고, 거기에 편승한 것은 윤석열을 기피하는 여권 지지층의 역선택이었다. 그래서 역설적이게도 홍준표 지지층의 핵심이 호남과 여권 지지층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그런데 그게 다시 젊은층으로 옮겨 붙고 수도권 야당 지지층까지 반응하기 시작했다. 전형적인 밴드웨건 효과로도 볼 수 있다.

하지만 야권 내부에선 이걸 역선택 효과로만 볼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홍 의원에 대한 보수층이 시각이 근본적으로 바뀌었다는 것이다. 그 중요한 이유는 홍카콜라가 과거와 달리 꼴보와 마초 이미지에서 탈피해 ‘뉴 콜라’로 인식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홍 의원을 주변에서 만나본 사람들은 홍 의원이 과거와 많이 달라졌다고 얘기한다. 뭐가 달라졌을까.

홍 의원을 자주 접촉한 기자들은 “과거 홍 의원은 동료 의원이나 보좌진, 기자를 만나면 무조건 반말을 했다. 그런데 최근에는 경어체를 쓰더라. 그래서 깜짝 놀라서 왜 그러냐고 했더니 홍 의원이 ‘나 요즘 반말 안한다’고 하더라”고 전했다. 거칠고 자기 중심적이었던 홍카콜라가 요즘은 정제된 오렌지 쥬스가 되려고 하는 게 느껴진다는 것이다.

홍 의원은 과거 자신의 부인을 ‘각시’라고 불렀다. 전근대적인 명칭이다. 그런데 요즘은 그런 말을 잘 안 쓴다. 오히려 부인과 각별했던 연애사를 부각시키려 노력하고 있다. 홍 의원은 처가집의 반대에도 부인과 결혼을 했고 군 복무도 처가 주변인 호남에서 방위로 근무했다. 요즘은 집에서 설거지도 하고 부인을 각별히 위한다고 했다. ‘마초 홍준표’와는 상당히 다른 모습이다. 이게 정치적 쇼든 아니든 간에 ‘꼴보 홍준표’에서 탈피하려는 노력으로 비친다.

홍 의원은 자기 생각과 의견이 강하다. 주변과 잘 타협하지 못했다. 그래서 따르는 사람도 적었다. 본인 스스로 ‘나는 도쿠다이(도쿠다네·단독)’라고도 했다. 주변과 어울리기 보다는 혼자 간다는 뜻이다. 현재 홍 캠프에도 현역 의원은 서너명 뿐이다. 조경태 의원이 캠프 총괄이지만 과거 홍준표계 의원들 상당수는 윤석열 캠프에 가 있다. 그래서 대통령 될 사람이 저렇게 따르는 사람이 없어서 되겠느냐는 말도 나온다.

홍 의원과 가까운 한 인사가 최근 그에게 물었다고 한다. “왜 당신은 맨날 도쿠다이냐. 당신 주변 사람들은 왜 당신과 등을 돌리느냐. 왜 이리 배신자가 많으냐.” 홍 의원이 발끈할 줄 알았는데 의외의 대답이 돌아왔다고 한다. “내가 부덕해서 그렇지. 다 내 탓이다.” 과거 홍 의원에게 들을 수 없었던 말이었다. 홍 의원이 그만큼 다급하고 절박했다는 얘기이기도 하다. 버럭 홍준표가 정말 바뀌었는지는 아무도 알 수 없다. 하지만 최소한 바뀌려고 노력하는 모습은 보이는 것 같다고 주변에선 얘기한다. 사람이 과연 나이 들어서도 바뀔까. 아무도 모른다. 하지만 홍카콜라가 변신을 시도하는 것만은 맞는 것 같다.

[배성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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