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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3 (토)

이슈 미래 모빌리티 생태계

전기차 사용자 90% 가 쓰는 앱, 이렇게 개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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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업도 ESG가 필요해

소프트베리 박용희 대표 인터뷰



스타트업 소프트베리 박용희 대표 인터뷰



초기 전기차 이용자들은 서러웠다. 대표적인 것이 충전소 문제였다. 도로 곳곳에 있는 주유소와 달리 전기차 충전소는 수도 적은 데다 위치 정보도 찾기 어려웠다.

소프트베리 박용희 대표도 마찬가지였다. 그는 아내의 권유로 2015년 가을 전기차에 입문했다. 차세대 모빌리티를 경험한다는 설렘에 새 차를 직접 받겠다고 온 가족을 동원해 광주광역시까지 내려갔다. 그러나 집으로 돌아가는 길 곧바로 문제가 터졌다. 비가 오는 습한 날씨에 에어컨을 계속 틀다 보니 예상 보다 더 빨리 배터리가 닳아버린 것이다.



충전소 찾아 삼만리 경험 창업 이끌어



중앙일보

소프트베리 박용희 대표 [중앙일보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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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지난달 9일 중앙일보 인터뷰에서 “나름 만반의 준비를 했는데도 충전시간을 예측할 수 없었다”면서 “환경부 누리집에서 아무리 찾아봐도 근처에 충전소가 없었고 온라인에 정보도 부족했다. 발을 동동 굴리며 헤맨 끝에 겨우 지자체 충전소를 찾아 충전했다”고 회상했다.

이후 그는 외출할 때마다 구글 지도에 전기차 충전소 정보를 표시하기 시작했다. 혹시라도 사람들에게 도움이 될까 하는 마음에 전기차 동호회에 공유했는데 반응이 폭발적이었다. 그가 한 땀 한 땀 모은 전기차 충전소 지도는 커뮤니티에서 불티나게 공유됐다.

본래 모바일 소프트웨어 개발자였던 박 대표는 2016년 5월 소프트베리를 창업했다. 소프트베리는 포도송이가 알알이 맺힌 것처럼 전기차와 관련된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의미에서 붙인 이름이다. 그리고 ‘EV Infra(인프라)’ 앱을 만들었다. 충전소 위치와 충전 타입 등 전기차 사용자들에게 필요한 충전 관련 정보를 모두 제공하겠다는 게 목표였다.



전기차 사용자 92%가 사용하는 플랫폼



가장 큰 원동력은 이용자들의 참여다. 현재 EV인프라에 등록된 8200여 곳의 충전소 위치 데이터는 대부분 이용자의 실시간 제보로 축적된다. 그는 “전기차 충전기가 지하에 있는지 지상에 있는지 등 아주 구체적인 전기차 충전소 위치부터 어느 시간대에 가장 충전소가 붐비는지까지 제공하고 있다”면서 “이는 집단지성의 힘”이라고 말했다.

간편결제 서비스도 도입했다. 박 대표는 앱 출시 다음 해에 한전에 충전 사업자 간 서비스를 통합하는 로밍 사업을 제안했다. 충전 사업자별로 각기 다른 충전카드를 이용해야 하는 번거로움을 줄이기 위해서였다. 충전 사업자들과 협약을 맺고 대량의 전기를 도매 방식으로 구매해 충전 서비스 비용도 낮췄다.

EV인프라는 이렇게 전국의 실시간 충전소 정보에 간편 결제 서비스까지 제공하는 종합플랫폼으로 발전했다. 2021년 2월 기준 17만 다운로드, 전기차 사용자의 92%(전기차 보급 대수 대비 회원 수)가 사용하는 대표 앱이 됐다.

위기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무료 플랫폼이다 보니 안정적인 수익 모델을 찾기 힘들었다. 어려울수록 초심을 떠올리고 사용자들의 목소리에 집중하고자 했다. 지금은 전기차 이용자들의 충전 패턴을 분석해 최적의 충전 가격과 충전소 운영 시스템을 제공하는 솔루션을 개발 중이다. 수소차 충전소 운영자와 사용자를 위한 플랫폼 ‘수달(수소로 달리다)’도 곧 출시 예정이다.



전기차 이용자 불편 줄여 환경을 살리다



중앙일보

소프트베리 EV인프라 [소프트베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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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대표는 “전기차와 관련된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의 문제를 해결해 전기차 이용을 늘리면 내연기관차에서 배출되는 온실가스의 양을 줄일 수 있다”면서 “궁극적으로는 지구의 대기오염을 막고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데에 도움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이러한 소프트베리의 친환경 비즈니스 철학은 시장에서 이미 인정받고 있다. 지난해 GS칼텍스, SK렌터카, 현대자동차그룹, SK이노베이션, LG화학, 롯데렌탈 등 기업들과 업무제휴를 맺었다. 최근엔 SK텔레콤의 스타트업 지원 프로그램인 ESG 코리아 2021에도 선정됐다.

박 대표는 더 큰 기업으로 지속 성장하기 위한 방법으로 ESG 경영에 대해 고민이 많다. 그는 “ESG 관점에서 새로운 사업 모델이 만들어지고 사업의 성과가 ESG 지표로 측정되는 게 좋겠지만 소프트베리는 스타트업이라 의미 있는 지표를 만드는 게 아직 쉽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스타트업이 비즈니스의 친환경적인 요소를 측정하고 분석하는 시스템을 만들 수 있도록 정부가 세제 혜택 등의 지원을 늘렸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정세희 기자 jeong.saeh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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