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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4 (일)

이슈 탈레반, 아프간 장악

아프간 버리고 중국…바이든, 시진핑과 '톱다운 돌파구' 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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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택과 집중' 전환한 美, "교착 풀자" 대화 제의…90분간 전화통화

팬데믹·기후협력? 원론적 대화 속 난제 수두룩…"北문제도 논의 가능성"

"톱다운밖에 해답없다"…연내 미중 대면회담 성사될지 주목

연합뉴스

바이든 미국 대통령 -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통화 (PG)[홍소영 제작] 일러스트


(서울=연합뉴스) 장재은 기자 = 미국과 중국 정상의 9일(현지시간) 전화통화는 바이든 행정부 대외정책에서 하나의 전환점으로 읽힌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아프가니스탄, 이라크 전쟁에서 발을 빼는 작업이 일단락되면 대중국정책에 힘을 쏟겠다고 밝혀왔다.

실제 그는 지난달 31일 아프간전쟁 종료를 공식 선언하는 대국민 연설에서 미국의 이익을 최우선에 놓기 위해 아프간이 아닌 중국과의 경쟁에 집중하겠다고 천명했다.

중국의 글로벌 세력확장 속도가 간과할 수 없을 정도로 빠르고 미국 이익을 위협하는 분야도 많아 선택과 집중을 한다는 취지였다.

미국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지난 2월 이후 7개월만인 이날 바이든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통화는 그런 배경에서 바이든 대통령의 제안으로 이뤄졌다.

바이든 대통령은 본격적으로 대중국 정책에 힘을 싣기 전에 관계경색을 완화할 땅고르기 필요성을 느낀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 당국자는 약 90분간의 통화에서 "바이든 대통령이 정상급 대화가 그 아래급 대화보다 효율적이라는 걸 시험해보려고 했다"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이 먼저 수화기를 들도록 한 경색완화의 필요성은 그간 미중협상 실무자들의 협상을 보면 잘 드러난다.

미국과 중국은 올해 3월 미국 알래스카에서 1박2일 고위급 회담에서 서로 원색적 체제 비방만 하다가 공동성명도 없이 헤어졌다.

그 자리에는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양제츠 중국 공산당 외교 담당 정치국원, 왕이 중국 외교 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 등 양국 정책기조 입안자들이 있었다.

올해 7월에는 웬디 셔먼 미국 국무부 부장관, 지난주에는 존 케리 기후문제 특사가 중국을 방문했으나 빈손으로 귀국했다.

바이든 대통령과 시 주석의 이날 통화 전에도 실무진 회담이 있었으나 전혀 진전을 보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의 한 당국자는 거친 경쟁 속에 양국이 우발적으로 충돌하는 사태를 막을 규칙을 논의하려 했으나 결실이 없었다고 WP에 밝혔다.

이 같은 경색은 바이든 행정부에 대한 중국의 실망을 반영하는 실태이기도 하다.

중국은 대중국 초강경매파인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임기가 끝나자 미중관계가 개선될 가능성에 희망을 품어왔다.

그러나 바이든 행정부가 중국 인권을 강도 높게 비판하고 트럼프 행정부가 무역전쟁 때 부과한 고율관세를 존치하자 태세를 바꿨다.

호전적으로 변한 중국은 대화의 문을 닫고 자국 관리와 외교관들을 앞세워 미국식 민주주의 체계를 비방하는 데만 열을 올렸다.

연합뉴스

2017년 스위스 다보스 포럼에서 만난 바이든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신화=연합뉴스 자료사진]


이런 형국에서 이날 바이든 대통령이 꺼내든 톱다운 돌파구에는 일단 협력할 수 있는 부분부터 찾아보자는 제안이 담겼다.

백악관은 두 정상이 미국의 이익이 집중되는 분야와 그렇지 않은 분야를 두고 광범위한 전략적 논의를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두 정상이 두 가지 의제 집합에 대해 모두 공개적으로 솔직하게 관여하기로 의견을 모았다"고 강조했다.

백악관은 두 정상 간 회담 의제를 구체적으로 나열하지는 않았지만 한 고위 당국자는 CNN에 "폭넓은 논의의 맥락에서 북한과 이란 문제도 논의됐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날 회담에서 시진핑 주석은 기후변화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을 협력할 분야로 거론했다.

시 주석은 양국이 관계를 최대한 빨리 정상궤도로 되돌리기를 촉구하며 깊이 있는 대화와 정기적인 접촉에도 합의했다.

그러나 이런 원론적인 합의가 양국관계가 개선되는 데 당장 얼마나 도움이 될지는 미지수다.

미국과 중국은 중국의 위구르족 탄압문제, 홍콩 자치권 훼손, 대만의 독립성과 민주주의 위협, 불공정 통상관행 논란, 첨단기술 탈취, 군사굴기,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 등 갖은 난제를 두고 갈등하고 있다.

협력 가능한 분야로 거론된 기후변화, 코로나19 대응도 노후 산업구조에 대한 과감한 개혁, 발병 기원 규명을 위한 초기 발병지 중국에 대한 조사가 수반되는 까닭에 쉬운 문제가 결코 아닐 것으로 관측된다.

미국이 아프간 전쟁에서 발을 뺌과 동시에 탈레반이 아프간 정권을 장악한 뒤로, 중국이 탈레반에 유화적 제스쳐를 보내는 등 아프간을 둘러싼 주변국의 셈법도 복잡해지고 있는 형국이다.

그러나 미국 관리와 미중관계 전문가들은 형식적으로라도 정상 간 대화가 이뤄졌다는 사실 자체에 의미를 부여했다.

바이든 행정부의 한 고위관리는 로이터 통신 인터뷰에서 "지금까지 했던 것보다 실질적으로 더 관여할 수 있는 역량이 있을지 보는 것"이었다며 "뭐든지 해봐야 아는 법"이라고 말했다.

마이런 브릴리언트 미국상공회의소 부회장은 미중갈등을 극복할 해법은 톱다운 방식밖에 없다고 WP에 강조했다.

그는 "팬데믹, 기후변화, 경제적 불확실성을 해결하는 것과 같은 공동이익 분야에서 생산적인 경로를 만들면서 관계경색을 극복할 정치적 의지를 가질 방안은 두 정상의 대화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번 대화에서 일정이 잡히지는 않았으나 바이든 대통령과 시 주석이 추가논의를 위해 연내에 만날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두 정상은 10월 이탈리아 로마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 참석할 것으로 관측된다. 거기에서 대면회담이 열릴 수 있다.

오는 11월 스코틀랜드 글래스고에서 열리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도 기회다.

일단 바이든 대통령은 참석하겠다는 뜻을 밝히고 있으나 시 주석의 참석 여부는 아직 불확실하다.

jangj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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