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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4 (일)

이슈 탈레반, 아프간 장악

탈레반, 여성 스포츠도 금지… "얼굴·몸 보여선 안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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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레반 문화위 "女 스포츠 불필요" 주장
내각에서도 여성 제외…여권 침해 우려
한국일보

아프가니스탄 카불 대학에서 학생들이 수업을 듣고 있다. 탈레반의 교육 지침으로 인해 커튼으로 남녀를 분리했다. 카불=로이터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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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가니스탄에 새 정부를 설립한 이슬람 무장조직 탈레반이 이제는 여성들의 스포츠 참여도 금지하겠다고 밝혔다. 경기를 하다가 부르카 밖으로 얼굴이나 몸이 드러날 수 있다는 이유다. 교육과 취업은 물론 문화·스포츠 영역까지 사회 전 분야에서 여성 인권 탄압 우려가 현실화하고 있다.

탈레반 문화위원회 아마둘라 와시크 부대표는 8일(현지시간) 호주 SBS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여성에게 스포츠는 부적절하고 불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크리켓 경기를 예로 들면서 “여성의 몸과 얼굴이 가려지지 않는 상황이 생길 수 있다. 이슬람은 여성이 이런 모습을 보이는 것을 허용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크리켓은 아프간에서 인기 있는 종목이다. 생활 스포츠로도 즐긴다. 탈레반은 아프간 남자 크리켓 대표팀이 올해 말 호주에서 열리는 시험 경기에 참가하는 것은 허용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제 여성에게는 금지다.

와시크 부대표는 “지금은 미디어 시대이고 사람들은 사진과 영상을 본다”면서 “이슬람과 이슬람 토후국은 여성이 크리켓이나 스포츠를 하는 것을 허용하지 않는다”고 재차 강조했다.

탈레반은 전날 발표한 내각 인사에서도 여성과 비(非)탈레반을 모두 제외했다. 정부 수반을 맡은 모하마드 하산 아쿤드를 비롯해 부총리 대행, 국방장관, 내무장관, 외무장관, 이민장관 등 정부 요직은 탈레반으로 채워졌다. 여성과 전 부족을 아우르는 ‘포용 정부’를 구성하겠다던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다. 여성 인권을 폭넓게 존중할 것이라던 공언도 공염불에 그칠 가능성이 커졌다.

최근에는 새 교육 지침을 내려 △남녀 수업 공간 분리 △여학생 전용 출입구 사용 △여학생은 여성 교사나 나이가 많은 남성 교사의 수업만 허용 △여학생의 아바야·니캅(눈을 제외한 전신을 가리는 옷) 착용 등 엄격하게 남녀를 분리하도록 했다. 가을학기가 시작된 대학들에선 이미 이 지침이 적용되고 있다.

김표향 기자 suza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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