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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4 (일)

이슈 탈레반, 아프간 장악

탈레반, 자유 외치는 女시위대에 수십발 위협사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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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레반, 여성들 지하 주차장에 가두고 소처럼 묶어뒀다”

조선일보

탈레반 조직원들이 아프간 여성 시위대를 해산하려고 소총 수십발을 공중에 발사하는 모습. /Zahra Rahimi 트위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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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레반이 장악한 아프가니스탄의 수도 카불의 한 거리. 대낮이지만 별안간 폭죽놀이를 하는 듯 폭음이 들려온다. 시위에 나선 아프간 여성들에게 공포심을 주기 위해 탈레반 대원들이 하늘을 향해 소총을 연사한 것이다. 연이은 총격에 히잡을 쓴 여성들은 주저앉아 비명을 지르기도 한다.

7일(이하 현지 시각) 영국 더선은 탈레반이 여성 시위대를 해산시키기 위해 소총을 난사하는 장면의 사진과 영상을 공개했다. 영상을 보면 여러 명의 탈레반 대원들이 시위대를 해산시키려 소총 수십발을 공중에 발사한다. 아프간 옛 국기를 들고 “자유”를 외치며 행진하던 수백명의 시위대는 총소리에 혼비백산해 길 한구석으로 대피한 뒤 몸을 웅크린다. 탈레반이 시위대를 위협하기 위해 차량에 설치된 기관총을 마구 쏘거나, 시위에 참여한 여성을 채찍과 장대 등으로 때리는 모습도 포착됐다. 이들은 경찰 트럭을 훔쳐 사이렌을 울리며 해산 방송을 하기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CNN은 탈레반이 여성 수십명을 주차장에 가두기도 했다고 보도했다. 이 여성들이 시위대와 합류해 시위대의 규모가 커지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당시 영상을 보면 굳은 얼굴의 여성의 뒤로 다른 여성들이 주차장에 빼곡하게 모여있다. 영상은 한 남성이 소리를 치면서 급하게 끝난다. 당시 시위를 취재하던 기자들도 억류됐다가 풀려났다고 한다. 현지 매체 아마지뉴스는 “탈레반이 이들이 다시 행진에 합류하지 못하도록 이들을 주차장에 소처럼 묶어놨다”고 말했다. 한 아프간 여성은 이란TV와의 인터뷰에서 “탈레반은 가난한 사람들을 향해 총을 쏘고 있다. 이들은 인간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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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들이 시위에 가담하지 못하도록 탈레반이 이들을 주차장에 가둬둔 모습. /Masih Alinejad 트위터


이날 서부 헤라트 지역에서는 탈레반 대원들이 시위대에 발포해 2명이 숨지고 8명이 다쳤다. AFP통신은 보복 우려로 익명을 요구한 현지 의사를 인용해 “사망·부상자 모두 총상을 당했다”고 전했다.



탈레반은 아프가니스탄을 장악한 뒤 여성 인권을 보장하겠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여성 고위 경찰 간부 등 공무원들은 직장에서 쫓겨났다. 임신한 여성 경찰관은 가족이 보는 앞에서 처형되기도 했다. 최근에는 사립대학에 다니는 여성들에게 전신을 가리는 아바야 로브와 눈만 드러나는 니캅을 착용하도록 하고, 아프간 내 대학에서 남녀가 분리돼 교육을 받도록 했다. 탈레반은 1996년부터 5년간 아프간을 통치했을 당시에도 이슬람 율법 ‘샤리아’를 적용해 여성을 억압했다.

[정채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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