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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2 (일)

이슈 '징벌적 손배' 언론중재법

언론중재법 조항까지 꼼꼼히 지적한 문 대통령…‘유엔 서한’도 여당 멈춰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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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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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병석 국회의장과 윤호중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김기현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지난달 31일 국회의장실에서 언론중재법 개정안 처리 협의체 구성 등의 내용이 담긴 여야 합의문을 들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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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가 여당의 언론중재법 개정안 강행 처리에 일단 제동을 걸면서 임기말에도 여전한 문재인 대통령의 영향력을 보여줬다는 평가가 나온다. 문 대통령은 특히 법 개정안 내용에 대한 문제점까지 꼼꼼하게 지적했고, 문 대통령 지적이 여당 지도부에 전달되면서 속도 조절에 큰 힘이 실렸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1일 기자들과 만나 “임기 마지막 해에 처리해야 할 국정과제와 관련된 입법이 100여 가지가 넘는 상황에서 정기국회가 원만하고 원활하게 진행돼야 국정에 도움이 될 것으로 판단한다”며 “(언론중재)법안 내용은 국회가 논의할 사안이지만 그로 인한 정기국회 상황에 대한 우려를 (이철희 청와대 정무수석이 여당에) 전달한 것”이라고 말했다. 청와대가 향후 원활한 국정운영을 위해 여당에 언론중재법 처리 절차에 대한 우려를 제기했을 뿐 법안 내용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는 취지의 말이다.

하지만 청와대는 법안의 구체적인 조항에 대한 문제점도 지적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과정에서 율사 출신인 문 대통령이 직접 지적한 내용들이 여당에 전달됐다. 문 대통령은 특히 고의·중과실 추정 조항에 대한 문제를 지적한 것으로 전해졌다. 문 대통령은 전날 박경미 청와대 대변인을 통해 언론중재법 개정과 관련해 “남용의 우려가 없도록 면밀히 검토돼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문 대통령은 일부 법 조항이 언론 자유를 침해하는 것으로 비춰질 소지가 있다는 점도 지적했다고 한다.

문 대통령 지적은 실제 여야 협상 과정에도 반영됐다. 더불어민주당은 여야 합의 하루 전인 지난달 30일 국민의힘과의 협상 과정에서 고의·중과실 추정 조항을 삭제한 수정안을 제시했다. 문 대통령 우려가 전달된 뒤 민주당이 한발 물러난 것이다.

강행 처리를 추진하던 여당이 일단 멈춰선 데에는 국제사회 여론이 불리하게 돌아갈 조짐도 큰 영향을 미쳤다. 유엔 인권이사회(UNHRC) 산하 유엔 인권최고대표사무소(OHCHR)는 언론중재법에 대한 우리 정부의 입장을 요구하는 공문을 보내왔다. 아이린 칸 유엔 의사·표현의 자유 특별보고관은 이날 OHCHR 홈페이지에 공개된 8월27일자 서한에서 언론중재법 개정안이 국회에서 그대로 통과될 경우 정보의 자유와 언론 표현의 자유를 심하게 제한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고의·중과실 추정에 대해서는 “언론인들이 이 같은 유죄 추정을 반박하기 위해 취재원을 누설하도록 강요받을 수 있으며 이는 언론 자유에 중대한 위협이 된다”고 밝혔다. 특별보고관은 인권 침해 관련 정보를 수집하고 해당국 정부에 권고할 수 있다. 이러한 내용이 여당에 전달된 뒤 언론중재법 강행 처리를 주장하던 의원들이 급격히 누그러졌다는 것이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이 서한에 대해 “국회 논의 과정을 지켜보면서 그 결과에 따라 해당 부처와 협의해 답변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대연·박은경 기자 hoa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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