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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2 (일)

이슈 '징벌적 손배' 언론중재법

유엔 인권보고관 "대선 앞둔 언론중재법 개정, 더욱 우려 커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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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 자유권규약 위반 가능성 지적

"근거없거나 충격적인 의견도 '표현의 자유' 보장돼야"

정부에 과도한 재량 부여 가능성도

이데일리

이의춘(왼쪽부터) 한국인터넷신문협회 회장, 박기병 대한언론인회 회장, 서양원 한국신방송편집인협회 회장, 김수정 한국여기자협회 회장, 김용만 한국기자협회 본부장이 3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언론중재법 개정안 철회를 위한 언론7단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이데일리 노진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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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정다슬 기자] 유엔 인권 전문가가 한국 정부와 여당이 추진하는 언론중재법 개정안이 “정보와 표현의 자유를 심각하게 침해할 수 있다”며 한국정부에 설명을 요구했다.

1일 유엔 인권최고대표사무소(OHCHR) 홈페이지에 공개된 아이린 칸 유엔 의사·표현의 자유 특별보고관의 서한에 따르면, 칸 보고관은 언론중재법 개정안이 유엔 자유권규약(ICCPR) 19조 등 국제인권법을 위반할 우려를 나타냈다.

우리 정부 역시 1990년 가입한 ICCPR 19조는 시민이 정부의 간섭없이 의견을 가질 자유를 규정하고 있다. 이는 매우 근본적인 권리로 어떠한 예외도 적용되지 않으며 정부는 국민에 의사·표현의 자유를 존중·보호할 의무를 가진다.

칸 보고관은 한국 정부과 여당이 언론중재법이 언론에 대한 공신력을 높혀줄 것이라고 주장하지만, 정반대의 효과를 낼 수 있다고 강조했다. “독립적이고 다양한 언론”이야말로 알권리를 충족하고 법에 기반한 질서를 강화하며 공공분야에서의 시민의 권리에 공헌하는 주요한 요소라는 것이다.

칸 보고관은 ‘표현의 자유’는 “근거 없는 의견이나 진술을 하거나 패러디나 풍자를 할 수 있는” 권리 역시 포함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가짜뉴스와 허위조작정보, 디지털 프로파간다 활동에 대응하기 위한 국제적 조치에 대한 제언을 담은 2017년 공동성명 역시 “정보와 사상을 전달할 수 있는 인권이 올바른 진술에 국한되지 않으며, 충격과 불쾌감 교란할 수 있는 정보와 이념을 보호한다”고 규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소위 ‘비엔나 공동선언’이라고 불리는 이 성명은 언론과 표현의 자유에 관한 유엔 특별보고관, 유럽안보협력기구 언론자유담당관(OSCE), 아프리카 인권위원회(ACHPR), 미주기구(OAS) 등 4개 국제기구가 채택했다.

이에 따르면 잘못된 정보를 제한하기 위해서는 ICCPR 19조 3항 및 20조와 “밀접하고 구체적인 연관성”을 확립해야 한다. 그러나 칸 보고관은 언론중재법 개정안과 이들 조항은 이같은 연관성이 부재한다며 “당국에 과도한 재량을 부여해 (법의) 임의적인 시행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ICCPR 19조 3항은 표현의 자유에 대한 일정한 법적 제한을 허용하지만, “타인의 권리 또는 신용의 존중” 및 “국가안보 또는 공공질서 또는 공중보건 또는 도덕의 보호”를 위해 필요한 경우로 한정한다.

20조는 “전쟁을 위한 선전”, “차별, 적의 또는 폭력의 선동이 될 민족적, 인종적 또는 종교적 증오의 고취”를 금한다.

특히 칸 보좌관은 2022년 3월 대선을 앞두고 자유로운 생각의 흐름과 정보 접근이 더욱 중요한 시점에 이같은 법이 추진된다는 데 더욱 큰 우려를 표했다.

그는 허위·조작 보도에 최대 5배의 손해배상을 허용한 개정안 30조 2항의 매우 모호한 표현이 “뉴스 보도, 정부·정치 지도자·공인 비판, 인기 없는 소수 의견 등 민주주의 사회에 필수적인 광범위한 표현을 제한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 손해배상 규모가 “너무 균형에 맞지 않는다”며 “과도한 손해배상이 언론의 자체 검열을 초래하고 공중의 이익이 걸린 사안에 대한 중요한 토론을 억누를 수 있음을 진지하게 우려한다”고 밝혔다.

고의·중과실 추정에 대해서는 “언론인들이 이 같은 유죄 추정을 반박하기 위해 취재원을 누설하도록 강요받을 수 있으며 이는 언론 자유에 중대한 위협이 된다”고 지적했다.

이 서한은 국내인권단체인 전환기정의워킹그룹이 지난달 23일 OHCHR에 진정서를 보낸 데 따른 것이다.

특별보고관은 유엔 인권이사회로부터 권한을 부여받아 인권 침해 관련 정보를 수집하고 해당국 정부에 권고할 수 있다. 법적 구속력은 없지만, 보고관의 활동은 인권이사회에 보고되며 국제사회에 공론화되는 효과가 있다. 정부가 보고관의 질에 따른 답신 역시 추후 공개된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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