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힝야 4주기 국제사회 비판 덜기 꼼수? 반군부 무장투쟁 겨냥?
양곤 시내에 주둔한 미얀마 군인들. (자료사진) |
(방콕=연합뉴스) 김남권 특파원 = 지난 2017년 소수 무슬림 로힝야족을 집단 학살하고, 쿠데타 이후엔 1천명이 넘는 자국민 목숨을 앗아간 미얀마 군부가 최근 집단학살 관련 처벌을 형법에 명문화하는 법 개정 작업을 마무리해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27일 이라와디와 미얀마 나우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민 아웅 흘라잉 최고사령관은 금주 초 소수 민족이나 특정 인종, 종교 단체 등을 말살시킬 의도로 살인을 저지른 이들을 사형에 처할 수 있도록 한 새로운 법 조항을 형법에 추가했다.
이번 조처는 로힝야족 학살 4주기에 즈음해 이뤄졌다.
2017년 8월 미얀마 라카인주에서는 로힝야족 일부가 종교 탄압 등에 반발해 경찰 초소를 습격한 이후 정부군의 대대적인 토벌 작전이 전개됐다.
당시 정부군은 도처에서 성폭행, 학살, 방화를 저질렀고 이 과정에서 로힝야족 수천 명이 숨지는 한편 70만명이 넘는 난민이 방글라데시로 피신했다.
군부 최고 권력자인 흘라잉 총사령관은 로힝야 학살의 주범으로 지목돼 왔다.
2019년 11월 아프리카 서부의 감비아가 미얀마 정부가 집단 학살을 저질렀다고 강하게 비난하며 국제사법재판소(ICJ)에 제소함으로써 로힝야족 문제는 국제사회 심판대에 오르게 됐다.
군부 대변인인 조 민 툰 준장은 관영 매체를 통해 "미얀마가 집단학살 방지협약 회원국인 만큼, 집단학살을 예방하고 처벌하는 법 규정을 명문화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미얀마 군사정권이 로힝야 사태와 관련한 국제사회 압박을 피하려는 꼼수라는 지적이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한 법률전문가는 이라와디에 "이번 법 개정은 군부가 ICJ의 압박을 덜기 위한 조치로 보인다"면서, 그러나 이번 조치로 군부가 책임에서 비켜나는 일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일각에서는 이번 조치가 반 군정 세력을 겨냥한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고 미얀마 나우는 보도했다.
임시정부격인 국민통합정부(NUG)의 떼인 우 법무부 장관은 매체에 군사정권을 겨냥한 저항 세력의 무장 투쟁을 탄압하기 위해 이 법을 발효했다는 의혹이 있다고 주장했다.
떼인 장관은 "군부 인사들의 친척들이나 반군부 세력에 맞선 민병대들이 공격당하거나 학살당한다면, 군정은 반군부 세력이 집단학살 범죄를 저질렀다고 올가미를 씌울 것"이라고 말했다.
NUG는 미얀마 군부가 쿠데타 이후 많은 시민의 목숨을 앗아갔다는 점을 들어 국제형사재판소(ICC)에서의 처벌을 추진하고 있다.
미얀마 상황을 감시하는 인권단체 정치범지원협회(AAPP)에 따르면 전날 현재까지 군부에 의해 희생된 미얀마 시민은 1천19명에 달했다.
미얀마는 ICC 회원국은 아니지만 두와 라시 라 NUG 대통령 대행은 2002년 7월1일 이후 미얀마에서 저질러진 국제 범죄에 대한 ICC의 관할권을 수락하겠다는 입장을 지난주 전달했다고 이라와디는 보도했다.
sout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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