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키스탄의 한 공원에서 남성 수백명에게 둘러싸여 한 여성이 폭행을 당하고 금품을 갈취당한 사건 이후, 22일(현지 시각) 당국이 해당 주의 모든 공원에 유튜버와 틱톡커의 출입을 금지하는 조치를 취했다./abbaszahid24, Kashifkorejok 트위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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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키스탄의 한 공원에서 남성 수백명에게 둘러싸여 한 여성이 폭행을 당하고 금품을 갈취당한 사건 이후, 당국이 해당 주의 모든 공원에 유튜버와 영상 기반 소셜미디어 틱톡을 이용하는 ‘틱톡커(TikToker)’의 출입을 금지하는 조치를 취했다.
23일(현지 시각) 파키스탄 현지 매체 에리뉴스, 파키스탄투데이 등에 따르면 파키스탄의 펀자브 공원 및 원예 당국(PHA)이 지난 22일 파키스탄 펀자브주 내 모든 공원에 유튜버와 틱톡커의 출입을 금지하기로 결정했다.
PHA에 따르면 영상을 촬영하기 위해선 사전에 대본을 제출해야 하고, 공원 내 보안요원들의 감시 하에만 촬영을 진행할 수 있다. 또한 공원 내 촬영은 언론사에만 허가된 것으로 전해졌다.
PHA 측은 2명 이상 남성의 공원 출입 제한, 교복을 입은 학생들의 가족 동행 없는 공원 출입 금지 방안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이러한 결정은 지난 14일 파키스탄 독립기념일을 맞아 수백명의 사람이 파키스탄 펀자브주 라호르에 위치한 그레이터이크발공원에 모인 가운데, 남성 수백명이 여성 1명을 둘러싸고서 폭행을 하고 장신구 등을 빼앗은 사건이 발생한 이후 나온 조치이다.
여성은 당시 친구 6명과 함께 틱톡 영상을 촬영하기 위해 해당 공원을 찾았다. 소셜미디어에 공개된 영상을 보면 여성이 도움을 요청하며 소리를 지르지만 수많은 남성들은 여성을 붙잡고 이리저리 잡아당긴다. 남성들은 여성을 들고 옮기고 신발을 벗겨 집어던지기도 한다. 22일 게시된 또 다른 영상을 보면 심지어 남성들은 여성의 옷을 들추고 일부 벗기기도 한다.
여성에 따르면 “현장에 300~400명 정도의 남성들이 있었다”며 “그들은 내 몸을 더듬었고 옷이 찢어질 정도로 나를 밀고 당겼다. 또 귀걸이와 반지도 갈취당했다”고 밝혔다. 또한 “당시 여러 명이 나를 도와주려 했지만 역부족이었다”며 “친구들 중 한 명도 휴대전화와 현금 1만 5000루피(약 23만원)를 강제로 빼앗겼다”고 전했다.
파키스탄투데이는 해당 사건과 관련해 현재 용의자 126명이 경찰에 체포됐고, 90명이 수감돼 있다고 보도했다.
파와드 차우드리 파키스탄 정보방송부 장관은 이에 대해 “체포가 이뤄지고 있고 파키스탄 총리도 주목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나 현지 매체에 따르면 그는 집단 폭행에 대해 정부가 취할 수 있는 조치들에 대해선 설명하지 않았다.
한편 사건 발생 이후 비난 여론이 빗발쳤다. 파키스탄 야당 파키스탄인민당(PPP)의 의장 빌라왈 부토 자르다리는 트위터를 통해 “이 사건은 모든 파키스탄인을 수치스럽게 한다. 책임이 있는 자들은 모두 법의 심판을 받아야 한다”며 “파키스탄 여성들은 불안감을 느끼고 있다. 모든 사람들의 안전과 평등권을 보장하는 것이 우리의 책임”이라고 말했다.
또한 파키스탄 가수 파르한 사이드는 트위터를 통해 “역겹고 분노하고 상심이 들고 부끄럽다!”며 “이 나라 사람들이 이틀에 한 번씩 이런 끔찍한 짓을 하는 걸 부끄럽고, 나라의 법이 다시는 이런 일이 없도록 이런 약탈자들을 교수형에 처하지 않는 걸 부끄럽게 여기고 있다”고 말했다.
[정채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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