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이탈리아 국방장관 통화… “긴밀한 협조”
WSJ “바이든 정부, 주한미군 기지도 검토”
미군 장병들이 아프가니스탄에서 탈출하려는 어린이 등 난민을 보살피는 모습. 미 국방부 홈페이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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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가 자국 내 미군기지에 이프가니스탄 난민들을 위한 임시 수용소를 설치하는데 동의했다. 이탈리아와 미국은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동맹국이다. 앞서 외신이 “미 국방부가 주한미군 기지를 상대로도 비슷한 요구를 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보도한 가운데 이것이 현실화하는 경우 한국 정부의 대응이 주목된다.
미 국방부 존 커비 대변인은 22일(현지시간) 로이드 오스틴 국방장관과 로렌초 구에리니 이탈리아 국방장관이 전화 통화를 갖고 아프간 사태 대응책을 협의했다고 소개했다. 커비 대변인에 따르면 오스틴 장관은 “과거 아프간의 미군과 나토 군대를 도왔다는 이유로 탈레반 치하에서 보복 위험에 처한 아프간 국민들을 안전하게 대피시키는 과정에서 이탈리아가 긴밀한 협조를 제공한 것에 감사를 표한다”고 말했다.
한국 입장에선 중요한 건 그 다음 내용이다. 오스틴 장관과 구에리니 장관은 이탈리아 내 미군 시설에 특별이민비자(SIV) 신청자를 임시로 유치하기로 합의했다. SIV는 탈레반이 아프간을 재장악한 뒤 ‘부역자’ 등으로 몰려 보복을 당할 처지에 놓인 아프간 국민들이 미국 이주를 위해 신청할 수 있는 비자다. 현재까지 2만명 넘는 아프간 국민이 SIV를 신청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미국은 그동안 자국 내 군기지 등에 임시 수용소를 마련해 아프간 신청자들을 거주하게 하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했으나, SIV 신청자가 급증하자 미군의 해외기지에 이들을 임시 수용하는 방안도 동맹국들과 협의하고 나섰다.
이탈리아에는 여러 곳에 미군기지가 있다. 오스틴 장관은 이탈리아가 자국 내 미군기지에 아프간 난민을 임시로 수용하는 것에 동의해준 데 대해 고마움을 표시했다. 이어 구에리니 장관한테 “미·이탈리아 양국이 힘을 합쳐 최대한 많은 인원을 아프간에서 대피시키고, 그 과정에서 긴밀한 접촉을 계속 유지하자”고 제안했다.
로이드 오스킨 미국 국방장관(왼쪽)과 로렌초 구에리니 이탈리아 국방장관. 세계일보 자료사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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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미 월스트리트저널(WSJ)는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주한미군 등 해외 미군기지에 아프간 난민을 임시로 수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보도했다. 이탈리아와 더불어 한국 내 미군기지도 아프간 SIV 신청자들의 임시 거처 후보지로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는 뜻으로 받아들여져 국내에 파장을 일으켰다.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원내대표는 22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WSJ 보도와 관련해 우리 정부와 협의한 바 없고, 그게 현실적이지 않다”고 말했다. 주한미군 리 피터스 대변인(대령)도 “주한미군은 현재까지 아프간에서 출국하는 사람들에게 임시 숙소나 다른 지원을 제공하라는 지시를 받은 바 없다”고 답했다. 다만 그는 “만약 임무 수행 지시가 내려지면 주한미군은 한·미동맹과 강력한 연합 방위태세를 유지하면서 미 국무부·국방부, 한국 정부와 협력하겠다”고 덧붙여 묘한 여운을 남겼다.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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