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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8 (수)

이슈 '먹튀 논란' 머지포인트

머지포인트 사태에도 '개점휴업' 전금법 개정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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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신문

18일 서울 영등포구에 위치한 머지포인트 운영사 머지플러스 사무실이 불이 꺼진채 닫혀있다. 사진= 이동근기자 foto@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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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지포인트 사태로 인해 금융당국이 사용자 예탁금 보호 가이드라인 준수실태 재점검에 나서는 등 시장환경 정비에 나섰지만 핵심 관련법 개정안에 대한 국회 움직임은 여전히 조용하다. 금융위원회와 한국은행이 빅테크의 내부거래 외부청산 등 지급결제 권한을 놓고 오랜기간 대립했지만 최근까지도 중재안을 마련하지 못했다. '제2의 머지포인트 사태'가 발생해도 사용자 예탁금을 보호할 강력한 장치가 없어 우려가 지속되고 있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사용자 예탁금 보호 의무 등 강력한 사용자 보호 장치를 신설한 '전자금융거래법 개정안'이 국회에서 표류하고 있다. 지난 6월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논의될 것으로 기대를 모았지만 가상자산 투기와 LH 직원의 부동산 투기의혹 등 현안에 밀려 논의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전금법 개정안 핵심은 이용자 보호다.

특히 현행 전금법에 없는 이용자 예탁금 보호 조항을 신설해 사업자가 회사 운영자금과 이용자 예탁금을 분리해서 관리·보호하도록 규정했다. 자금이체업자는 이용자 예탁금 전액을, 대금결제업자는 예탁금의 50%를 고유재산과 구분해 은행 등 관리기관에 예치·신탁해야 한다.

전금업자의 허가·등록이 취소·말소되거나 파산선고를 받더라도 이용자가 본인 자금에 대한 우선변제권을 갖고 관리기관 등에 직접 예탁금을 청구할 수 있다. 고객별 1일 총 이용한도를 1000만원으로 설정하는 방안도 담았다.

미국, 일본, 중국은 이미 이용자 자금 보호·관리 규정을 시행하고 있다. 중국의 경우 이용자 자금 전액을 중앙은행에 예치하도록 했다.

간편결제 등 전자금융거래 규모가 급증하자 금융당국은 최소한의 안전장치 확보를 위해 고객 자금을 외부에 신탁하거나 보증보험 가입을 의무화한 이용자 자금보호 가이드라인을 지난해 9월 마련해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가이드라인은 강제성 없는 권고사항이어서 지키지 않아도 제재할 장치가 없다. 만약 또 다른 대형 전금업자에게 불가피한 상황이 발생해 이번 '머지런'(머지포인트+뱅크런) 같은 사태가 발생하더라도 이용자 자금을 보호할 법적 규제장치가 없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해 6월 독일 1위 핀테크 기업 와이어카드는 19억유로(약 2조6000억원) 규모 분식회계로 파산신청을 해 이용자가 피해를 입은 사태가 있었다.

금융당국은 여기서 더 나아가 디지털 금융거래의 투명성을 확보해 이용자를 보호하기 위한 장치로 '전자지급거래청산업'을 제도화하는 방안을 전금법 개정안에 담았다. 이는 다수 채권·채무를 차감하고 이에 따른 결제금액을 확정해 한국은행과 은행 등 결제기관에 결제를 지시하는 업이다.

하지만 전자지금거래청산업을 두고 한국은행이 고유 업무를 침해한다며 반발하자 이후 뚜렷한 중재안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한국은행은 신설 청산업을 금융위 감독대상으로 제도화하면 중앙은행 본연의 업무와 충돌이 불가피하다고 주장했다.

또 한국은행이 한은금융망 이용 여부를 승인하는 고유 기능을 갖고 있는데 금융위가 한은에 결제를 지시하는 업무를 허가하게 되면 사실상 감독당국에 의해 중앙은행의 고유 기능이 통제되는 유례없는 경우가 생긴다며 반발했다.

빅테크 플랫폼 내부에서만 순환·유통하는 이용자 자금 규모가 급증함에 따라 빅테크가 자체 청산하는 내부거래를 외부 청산기관에 맡기는 '내부거래 외부청산'도 금융위와 한은이 대립각을 좁히지 못하고 있다. 금융당국은 빅테크에 내부거래 외부청산을 적용해야 자금유용 가능성을 근본적으로 차단하고 예탁금을 정확하게 환급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이에 비해 한은은 지급결제시스템의 결제안전성을 훼손시키기 때문에 별도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머지포인트 사태로 전금업 개정안 논의 필요성이 다시 불거지자 한국은행은 “개정안 중 지급결제 관련 조항은 소비자 보호와는 무관하다”고 강조했다.

또 “국회에서 지급결제 관련 조항을 제외한 전금법 개정안을 조속히 논의해 전자금융거래의 소비자보호 체계가 시급히 확립되기를 기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배옥진기자 withok@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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