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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5 (일)

이슈 '먹튀 논란' 머지포인트

머지포인트 측, 환불해 준다며 인원·액수·일정 고지 안 해…‘뿔난’ 소비자들, 집단소송 움직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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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반환액 1000억 넘어 능력 불투명
고의성 입증 못해 ‘사기죄’ 어려워

‘머지포인트 사태’가 법적 분쟁으로 비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투명하지 않은 환불 방식에 항의하며 일부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집단소송을 준비하는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머지포인트는 17일 온라인 공지를 통해 “(17일) 0시10분경 온라인 환불 신청 대상자분들의 3차 환급이 진행됐다”며 “환불 및 서비스 재개가 빠르게 진행될 수 있게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머지포인트는 그러나 환불받는 인원과 환불 액수, 향후 일정은 공지하지 않아 소비자들의 원성을 사고 있다. 특히 환불 방식이나 대상이 ‘복불복’인 데다, 일부 소비자들은 비공개 각서까지 요구받으면서 소송을 준비하는 모임도 늘고 있다.

공동소송 플랫폼 ‘화난사람들’ 관계자는 이날 기자와 통화하면서 “몇몇 변호사들이 소송 등 머지포인트 피해자 구제를 위한 다양한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머지포인트 운영사인 머지플러스가 미등록 업체인 만큼 금융당국의 중재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머지포인트를 팔거나 제휴하며 ‘보증’을 섰던 대형 유통사들과 금융사들에도 책임을 물을 법적 근거가 없다.

이 때문에 소비자들이 피해를 구제받으려면 머지플러스를 사기죄로 고소하거나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것 외에는 현재로선 방법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당국은 문제 해결을 위해 머지플러스를 전자금융업자로 등록해 제도권 내로 끌어들이는 방안을 제시하고 있지만 이 방법도 현실적이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자금융거래법에 따르면 전자금융업 등록 시 전자자금이체업은 30억원, 직불전자지급수단이나 선불전자지급수단 발행·관리업은 20억원이 필요하다. 부채비율도 200% 이내여야 하는데, 이 기준을 머지플러스가 통과할 수 있을지 미지수다. 머지플러스는 자본금이 30억원 수준이라는 것 외에는 경영 상황조차 알려진 게 없다.

포인트 발생 누적 금액이 1000억원을 웃돌아 환불 능력 여부도 불투명하다. 신규 고객 돈으로 기존 고객에게 수익을 주며 돌려 막는 ‘폰지사기’ 의혹이 제기되는 배경이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사기죄도 적용키 어렵다는 견해도 나온다. 처음부터 고객을 속이기 위해 규제 사각지대인 상품권발행업 형태로 현금 유동성을 확보하려 했다면 사기죄가 성립할 가능성이 있지만, 고의성 입증이 어렵다는 것이다.

소비자들은 머지플러스를 상대로 계약불이행·채무불이행에 대한 손해배상 성격의 민사소송을 제기할 수도 있다. 금융당국에 등록돼 감독을 받는 업체는 파산에 대비해 고객 예치금(선결제 포인트)을 위탁 보관하는데, 머지플러스는 예치금을 어떻게 보관하고 사용했는지조차 알 수 없는 상황이다. 소송을 제기해도 소송비가 포인트 환불액보다 많이 나오거나, 머지플러스가 예치금을 제대로 관리하지 않았을 경우 원금을 못 찾고 소송비만 날릴 가능성도 있다.

한 변호사는 “피해자들을 대신할 법률대리인을 선임해 머지플러스와 협상하는 단일창구를 마련하는 것도 검토해볼 만하다”고 말했다.

김은성 기자 ke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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