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영업자 빚만 877조원…4명 중 1명은 '다중채무자'
비은행권 개인사업자대출 증가세 가팔라…1년새 20% ↑
13일 서울 명동 임대로 나온 상점 모습. 2021.8.13/뉴스1 © News1 김명섭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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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민선희 기자 = "코로나19 이후에 매출이 거의 6분의 1 토막이 났어요. 그래도 사업을 해야 하니까, 결국 빚을 냈는데 한번 2금융에서 돈을 빌리니 신용도가 계속 낮아지더라고요. 나중엔 정말 뭘 하려고 해도 자금 융통이 안 됐어요."
서울에서 의류업체를 운영하는 이모씨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사업이 어려워지자 은행에서 2000만원을 빌렸다. '코로나 쇼크'가 계속되면서 이씨는 2금융권에도 손을 벌렸고, 빚은 5000만원까지 늘어났다. 이후 신용도 하락으로 대출길이 막혀 고민하던 이씨는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을 찾았고, 재도전특별자금을 받아 급한 불을 끌 수 있었다. 이씨는 기약 없는 코로나19 상황 속에 "재도전자금을 받을 수 있게 된 것은 다행이지만 사업을 계속한다고 상황이 나아질지 모르겠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코로나19 장기화로 전체 자영업자 수는 감소하는데 이씨와 같은 자영업자들의 대출은 점차 증가하는 추세다. 특히 전체 자영업자의 24%가 3곳 이상의 금융회사에서 빚을 낸 '다중채무자'인 것으로 조사됐다.
17일 나이스신용평가에 따르면 지난 1분기 말(3월 말) 기준 국내 자영업자 수는 538만8000명으로 전분기 대비 11만명(2%) 줄었다. 반면 3월 말 개인사업자대출을 낸 자영업자는 261만3000명으로 전분기 대비 7만명(2.7%) 늘었다. 개인사업자 대출 금액 역시 574조5000억원으로 전분기 대비 17조6000억원(3.2%) 증가했다.
개인사업자대출을 받은 자영업자들의 총대출액은 1분기 말 877조1000억원을 기록했다. 전분기 대비 25조8000억원(3%) 증가했다. 사업자명의로 받은 기업대출(개인사업자대출)에 사업자가 개인 명의로 받은 가계대출도 포함한 액수다. 자영업자들은 개인명의로 가계대출을 받고 사업자 명의로 개인사업자대출을 함께 받는 경우가 많은데, 두 대출 모두 최종 변제 책임은 채무자 개인에게 있다. 개인사업자대출 보유 차주 261만3000명 중 가계대출을 동시에 보유하고 있는 차주는 204만명에 달했다.
자영업자들의 비(非)은행권 대출 역시 늘어나는 추세다. 비은행권 개인사업자대출은 지난 1분기 말 기준 164조7000억원으로 전기 대비 7조4000억원(4.7%) 늘었다. 은행권 사업자 대출이 2.6% 증가한 것과 비교하면, 비은행권 개인사업자대출의 증가세가 더 가팔랐다.
개인사업자대출을 받은 자영업자 중 3곳 이상의 금융회사에서 대출을 낸 다중채무자는 지난 1분기 말 130만6000명으로 집계됐다. 전체 자영업자의 24.2% 규모이며, 개인사업자대출을 낸 자영업자 중 다중채무자 비중은 49.5%였다.
개인사업자대출과 가계대출을 동시에 낸 자영업자 204만명을 분석한 결과, 10명 중 8명(79%)은 비은행 대출을 함께 갖고 있었다. 개인사업자대출은 은행에서, 가계대출은 비은행권에서 빌린 경우가 22.1%로 가장 많았고 두 가지 대출 모두 비은행권에서 빌린 자영업자도 10.9%였다.
신용상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보고서에서 "기준금리 인상과 원리금 상환 유예 종료로 특정 시점에 상환 부담, 부실 위험이 집중되지 않도록 리스크 연착륙 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며 "자영업자 대출 전반에 대한 총량 관리 목표를 설정하고 잠재적 취약, 고위험 자영업자들에 대한 맞춤형 대응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minssu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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