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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1 (토)

이슈 탈레반, 아프간 장악

“고립된 채 살고 싶지 않다” 유화 제스처… 탈레반 달라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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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 전쟁 끝 통치 스타일 변화 주목

“문제 해결 위해 모든 국가 협상 희망”

여성·소수자 권리 존중 입장도 밝혀

가니 대통령 탈출에 아프간인들 분노

카불 공항 피란길 대혼란… 시내는 적막

세계일보

아프가니스탄 탈레반 세력. EPA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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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가니스탄 전쟁은 끝났다.”

이슬람 무장 단체 탈레반이 15일(현지시간) 이같이 선언하며 국제사회에 유화적 제스처를 보냈다. 7년간 아프간을 이끈 아슈라프 가니 대통령은 일찌감치 패배를 인정하곤 인접국 우즈베키스탄으로 줄행랑쳐 비난 여론이 들끓고 있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탈레반은 이날 수도 카불 대통령궁까지 장악한 뒤 승리를 선언했다. 모하마드 나임 탈레반 대변인은 알자지라방송에 “오늘은 아프간 국민과 (탈레반 전신) 무자헤딘에 좋은 날”이라며 “그들의 20년간 노력과 희생의 결실을 봤다”고 말했다.

나임 대변인은 새 정권 형태에 대해선 “곧 명확해질 것”이라고 말을 아끼면서도 “탈레반은 고립된 채 살고 싶지 않다”며 국제사회에 손을 내밀었다. 그는 “우리는 우리 땅을 이용해 누군가를 공격하는 것을 허용하지 않을 것이고, 다른 사람들을 해치고 싶지 않다”며 “어떤 문제든 해결을 위해 모든 국가가 우리와 함께 (협상 테이블에) 앉기를 요청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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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궁 접수 아프가니스탄 정부의 항복을 받아 20년 만에 정권을 탈환한 탈레반 조직원들이 15일(현지시간) 수도 카불에 무혈입성해 아슈라프 가니 대통령이 국외로 도피하며 버려둔 대통령궁을 접수하고 있다. 탈레반은 “아프간 전쟁은 끝났다”며 승리를 선언했다. 카불=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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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명을 요구한 탈레반 지도자는 로이터에 “새로운 통치 구조를 만들기에 앞서 외국군이 아프간을 떠날 때까지 기다릴 것”이라면서 “대원들에게 아프간인들이 일상 생활을 재개하게 하고 민간인들을 겁주지 말라고 명령했다”고 말했다. 그는 “평범한 생활이 훨씬 더 나은 방식으로 계속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를 두고 탈레반이 국제사회와의 평화적 관계를 위해 보다 온건한 이미지로 변신을 꾀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로 탈레반은 과거 집권기(1996∼2001년)와 같은 인권탄압이 재현될 수 있다는 우려를 의식한 듯 샤리아법(이슬람 율법) 테두리 안에서 여성 및 소수자의 권리와 표현의 자유를 존중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에 앞서 가니 대통령은 “탈레반이 승리했다. 그들은 이제 국민들의 명예와 재산을 보호할 책임이 있다”는 말을 남기고 아내, 두 측근과 함께 우즈베키스탄으로 도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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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페이스북을 통해 “수도에서 유혈사태가 발생하지 않도록 나라를 떠나기로 했다”며 “내가 남는다면 수많은 애국자들이 순교하고 카불이 파괴될 것”이란 궤변을 늘어놨다. 전날 “불안정과 폭력의 확산을 막는 데 집중하겠다”고 밝힌 지 하루 만이다.

아프간인들은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혼돈 속에서 가니 대통령의 배신에 분노하고 있다. 압둘라 압둘라 국가화해최고위원회 의장은 “신이 그에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 정치인도 “가니의 출국은 수치”라며 “그는 그동안 국민들에게 거짓말했다”고 비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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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슈라프 가니 대통령. EPA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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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불의 국제공항엔 피란길에 오르려는 아프간인 수천 명이 몰린 가운데, 시내는 긴장 속 적막감에 휩싸였다. AP통신은 “대부분 사람이 집에 숨어 있고, 무장괴한들이 집집마다 대문을 두드리며 약탈하고 있다”며 이같이 전했다. 이와 관련해 탈레반은 “아프간 전역에서 어떤 충돌도 보고받지 않았다”며 “상황은 평화롭다”고 밝혔다.

박진영 기자 jyp@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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