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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5 (목)

이슈 탈레반, 아프간 장악

“탈레반, 아프간 장악에 충격…” 노벨평화상 말랄라, 국제사회 도움 호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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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을 쫓는 아이’ 베스트셀러 작가 호세이니 “눈앞에서 펼쳐지는 악몽…아프간 여성들 다시 문 안에 가둬선 안 돼”

“탈레반이 아프가니스탄을 장악하는 것을 우리는 완전한 충격 속에 지켜보고 있다.”

이슬람 무장단체 탈레반이 아프가니스탄 정부를 전복하고 20년 만에 재집권에 성공하면서 자신의 삶과 문학으로 탈레반 집권기의 참상을 알렸던 유명 인사들이 국제사회의 관심을 호소하고 나섰다.

조선일보

파즈룰라 탈레반 지도자(왼쪽), 말랄라 유사프자이.


열일곱 살에 최연소로 노벨평화상을 받은 파키스탄의 여성 인권운동가 말랄라 유사프자이(24)는 15일(현지 시각) 트위터에서 “탈레반이 아프가니스탄을 장악하는 것을 우리는 완전한 충격 속에 지켜보고 있다”며 “여성, 소수자와 인권운동가들의 안전이 깊이 걱정된다. 전 세계와 지역의 관계자들이 즉시 휴전을 요구해야 한다. (아프간 지역) 난민·민간인들을 보호하기 위해 긴급히 인도적 지원을 해야 한다”고 했다. 앞서 탈레반은 아프간 전 지역을 장악하면서 국제사회의 인식을 우려해 무력 점령을 지양하고 기존 사회 기반 시설들의 운영과 여성들 권리도 보장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유사프자이의 트윗에선 탈레반을 향한 여전한 불신이 드러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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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가니스탄의 여성인권악화를 우려한 말랄라 유사프자이의 15일 트위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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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키스탄과 아프가니스탄의 접경 지대인 스와트 계곡에서 살고 있던 유사프자이는 열다섯 살 때인 2012년 학교 수업을 마치고 친구와 함께 탄 버스에서 인생이 송두리째 바뀌었다. 정체불명의 남성이 버스에 올라 “유사프자이가 누구냐”고 물으며 소총을 발사했다. 왼쪽 눈 옆과 어깨에 치명상을 입은 유사프자이는 인근 군병원에서 응급처치를 받고 영국으로 옮겨져 수차례 수술받은 끝에 간신히 목숨을 건졌다. 저격범은 여성의 사회활동과 교육 권리를 부정하는 탈레반 소속이었다.

유사프자이의 고향 스와트는 탈레반과 정부군이 번갈아 점령하던 분쟁 지역이었다. 2007년 그곳을 장악한 탈레반은 모든 여성의 외부 활동을 금지하고 여학교를 강제 폐쇄했다. 유사프자이는 그런 탈레반의 만행을 2008년부터 필명으로 영국 BBC 현지어 사이트 블로그에 일기 형식으로 고발했다. 그의 글이 반향을 일으키자 BBC는 영어로 번역해 세계에 알렸다. 병상에서 일어난 유사프자이는 탈레반의 위협을 피해 영국에서 다시 여성과 아동을 위한 교육 운동에 나섰다. 2013년 7월 12일 열여섯 번째 생일에 분홍 히잡을 쓰고 미국 뉴욕 유엔본부 총회장 연단에 선 그는 “총탄은 우리를 침묵시키지 못한다. 한 명의 어린이, 한 권의 책, 한 자루의 펜이 세상을 바꾼다”고 역설했다. 반기문 당시 유엔사무총장 등 모든 이가 기립 박수를 보냈다. 이 같은 활동으로 그는 여성·어린이 인권운동의 상징이 됐다. 2014년 노벨평화상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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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가니스탄 난민에 대한 국제사회의 인도적 지원을 호소한 베스트셀러 작가 할레드 호세이니가 출연한 동영상. /유엔난민기구 트위터. 할레드 호세이니 트위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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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레반 집권기 아프간 사람들의 고달픈 삶을 그린 소설로 세계적 베스트셀러 작가가 된 할레드 호세이니(56)도 친선 대사로 활동 중인 유엔난민기구(UNHCR)에 아프간에 대한 관심을 호소하는 영상을 올렸다. 영상에서 그는 “최근 아프간 내전 격화로 30만 주민이 집을 버리고 난민이 됐다”며 “이미 40년 동안 내전으로 고생한 아프가니스탄에 현재의 상황은 가슴 찢어지는 새로운 장(章)”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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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 트위터에선 탈레반에 대한 불신과 두려움을 드러냈다. 그는 탈레반 대원들이 아프간 헤라트 지역에 입성하는 사진을 띄우고 “그들은 달라졌다고 하지만 1997년 장악할 때와 다름없는 모습”이라고 했다. 또 다른 글에선 “아프간인들이 두려워하던 악몽이 눈앞에서 펼쳐지고 있다. 40여 년간 평화를 희구해온 아프간인들을 내버려둬선 안 된다.” “아프간 여성들을 또다시 커튼과 문 안에 가둬선 안 된다”고 했다.

외교관 아버지와 고등학교 교사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호세이니는 1980년 고국 아프간의 상황이 소련의 침공과 내전 등으로 격화하자 가족과 함께 미국으로 망명했다. 의사가 된 그는 탈레반 집권기 아프간인들의 고달픈 삶을 다룬 소설을 발표하며 세계적 베스트셀러 작가가 됐다. 2003년작 ‘연을 쫓는 아이’는 부유한 상인의 아들 아미르와 그의 하인이자 친구인 하산의 이야기를 통해 아프가니스탄 수난사를 그린 그의 대표작이다. 아미르와 하산의 삶을 어린 시절부터 성년에 이르기까지 파멸의 구렁텅이로 몰아넣는 악한 아세프가 탈레반 대원으로 묘사된다. 1979년 소련군의 아프간 침공부터 2001년 9·11 테러 이후 미국의 공격으로 탈레반 정권이 무너지는 시대가 배경이다. 주인공 아미르가 어린 시절의 잘못을 바로잡으며 자기 고백을 통해 구원에 이르는 과정을 담은 성장소설이다. 아이들의 연날리기를 소재로 아프간 전쟁과 인종·민족·종교 문제 등을 그려내 우리나라에서도 큰 사랑을 받았다. 후속작 ‘천 개의 찬란한 태양’(2007)도 탈레반 집권기 인권을 유린당한 두 여성의 가슴 아픈 사연을 그렸다. 호세이니는 UNHCR 친선대사로 활동하면서 자신의 이름으로 된 자선재단을 세우고 전 세계 난민 지원 활동을 벌여왔다.

[정지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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