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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이재명 “가깝다고 한자리씩 주면 최순실 된다”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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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교익 경기관광公 사장 내정 논란

더불어민주당 대선 주자인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경기관광공사 사장에 음식 칼럼니스트 황교익씨를 내정한 것에 대해 ‘보은(報恩)인사’ 논란이 당 안팎에서 거세지고 있다. 이 지사의 ‘형수 욕설’을 두둔한 직후 황씨가 경기관광공사 사장으로 지명된 배경이 석연치 않다는 것이다. 당내에서는 올해 경기관광공사 사장 모집 공고에서 예년과 달리 지원 자격을 대폭 완화한 것을 두고서도 ‘황교익 맞춤형’이라는 의혹이 제기됐다.

조선일보

(왼쪽부터) 황교익씨, 이재명 경기지사/유튜브 '황교익TV'


15일 정세균 캠프 대변인인 장경태 의원은 논평에서 “가까운 사람들에게 한자리씩 주면, 잘못하면 (최)순실이 된다”던 이 지사의 과거 발언을 소환했다. 그러면서 “이 지사가 했던 지난날 발언을 공정하게 그대로 돌려주고 싶다”며 “친분이 있는 ‘내 사람 챙기기’가 공정세상은 아니다”라고 했다. 이보다 앞선 14일 이낙연 캠프 수석대변인 오영훈 의원도 “황씨는 이 지사의 형수 욕설 논란에 ‘이해한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며 “정말 전문성과 능력만 본 인사인가”라고 했다.

이낙연·정세균 캠프는 경기관광공사가 이번 사장 모집 공고에서 지원 자격을 대폭 완화했다는 점도 지적했다. 2017년 경기관광공사 사장 지원 자격에는 관련 분야 경력을 3~8년까지 까다롭게 적용했는데 올해 모집 공고에는 이 같은 조건이 사라지고 ‘풍부한 경험을 가진 분’ 식으로 변경됐다는 것이다. 오 의원은 “참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대목”이라고 했고, 이낙연 캠프 정운현 공보단장도 “이 지사가 강조해 온 ‘공정’에 위배된다”고 했다. 자격 요건 변경과 관련해 경기도청은 이날 설명자료를 내고 “2018년 경기도의회에서 ‘공공기관 채용 기준이 과도하다’는 문제가 제기된 데 따른 것”이라고 반박했다.

정치권에선 이 지사와 황씨가 대학 동문이라는 점에서 ‘중앙대 인맥’도 새삼 주목받고 있다. 실제 이재명 캠프 상황실장인 민주당 김영진(경영학과) 의원, 공동상황실장 문진석(정치외교학과) 의원, 수행실장인 김남국(행정학과) 의원이 모두 중앙대 출신이다. 황씨는 신문방송학과 출신으로 법학과를 졸업한 이 지사보다 중앙대 1년 선배다.

야권은 “이 지사의 인사 원칙이 의심된다”고 공격했다. 국민의힘 대선 주자인 원희룡 전 제주지사는 “경기도지사 임명권으로 보은성 인사를 남발하는 ‘지사 찬스’를 쓰는데, 대통령이 되면 ‘재명천하’가 되는 것은 빤해 보인다”며 “형수 욕설 이해한다는 취지의 발언으로 경기관광공사 사장을 한다면, 김어준은 KBS 사장 자격도 충분할 것”이라고 했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마지막 차를 타보자. 형수 욕설 이해한다”고 했다. ‘형수 욕설’을 이해하면 자신도 경기도청 요직에 임명해 줄 수 있겠냐고 비꼰 것이다.

황씨는 음식 칼럼니스트라는 본업과 거리가 있는 정치 현안에 적극적으로 발언하면서 논란을 빚어왔다. 지난해 7월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성범죄 피해자 측에게 “증거가 없으면 범죄를 저질렀다고 확정적으로 말할 수 없다”고 했고, 같은 해 12월엔 “골고다 언덕길을 조국과 그의 가족이 걸어가고 있다. 예수의 길이다”라고 했다. 올해 4월에는 강성 친문(親文) 지지층을 겨냥해 “내버려두면 이들이 문재인은 물론 민주당도 죽일 것”이라며 “당장에 해체해야 한다”고도 했다.

경기도민 청원게시판에선 “황씨의 사장 내정을 취소해달라”는 청원 글에 6000여 명이 동의한 상태다. 청원인은 “이 지사는 최순실 사건에서 측근 챙겨주기에 대한 신랄한 비판을 한 전적이 있음에도 이런 행동을 하여 도민들과 관광공사 임직원분을 실망시키고 있다”고 했다. ‘내로남불’이 아니냔 것이다.

경기도의회는 오는 30일 황 내정자에 대한 인사 청문회를 진행할 예정이다. 이 지사 측은 “도정과 관련된 일”이라며 정치적 논란에 선을 그었다. 다만 이재명 캠프 현근택 대변인은 라디오에 나와 “맛집 찾아다니는 사람이 많다는 점에서 전문성이 있는 분”이라고 했다. 황씨는 “후보자가 가타부타하는 건 적절치 않은 것 같다”고 했다.

[김형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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