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침공으로 권좌에서 축출 20년 만에
대통령 곧 사임… 과도정부 수반 내정
바이든 “8월 말 美 철군 완료” 재확인
고국 등지고 떠나는 아프간 주민들 탈레반이 아프가니스탄 수도 카불 인근까지 진격한 14일(현지시간) 아프간 주민들이 카불을 떠나는 비행기를 타기 위해 하미드카르자이 국제공항 탑승구로 향하고 있다. 탈레반은 15일 파죽지세의 기세로 카불을 에워싸 사실상 정부의 항복을 받고 권력 인수 절차에 들어갔다. 카불=AP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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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가니스탄 정부가 15일(현지시간) 이슬람 무장단체 탈레반에 사실상 투항했다. 지난 5월 미군 철수 시작 후 탈레반이 거침없는 기세로 주요 도시를 함락하고 수도 카불마저 포위하자 전의를 상실한 것으로 보인다. 탈레반은 2001년 9·11테러 이후 미국의 침공으로 권좌에서 축출된 지 20년 만에 정권 탈환을 눈앞에 뒀다.
AFP통신에 따르면 압둘 사타르 미작왈 아프간 내무장관은 이날 “과도정부에 평화적인 권력 이양이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아슈라프 가니 아프간 대통령은 조만간 자리에서 물러날 것으로 알려졌다. 로이터통신은 새 과도정부 수장으로는 알리 아마드 자랄리 전 내무장관이 내정됐다고 전했다. 다만 1987년부터 미국 시민권을 보유했고, 미국의 아프간 침공 이후 장관직을 역임한 그를 탈레반이 수용했는지는 불분명하다. 통신에 따르면 아프간 정부는 미국 관계자가 참여한 가운데 카타르에서 탈레반과 곧 회동할 예정이다.
앞서 탈레반이 카불을 에워싼 직후 수하일 샤힌 대변인은 “아프간인을 상대로 한 복수는 없을 것”이라며 “우리는 (카불로 진격하는 대신) 평화적인 권력 이양을 기다릴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현지 주민은 일부 탈레반이 마찰 없이 카불로 들어섰다고 주장했다.
탈레반은 본격적인 권력 인수 준비에 착수했다. 탈레반 측은 ‘인권 암흑기’가 찾아올 것이라는 안팎의 우려를 의식한 듯 “히잡을 쓴다면 여성도 학업·일자리에 접근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카불 내 외국인은 원할 경우 떠나거나 새 탈레반 정부에 등록해야 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공항 및 병원 운영과 긴급물품 공급은 중단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앞서 탈레반은 9·11테러 배후인 알카에다의 수장 오사마 빈 라덴을 넘기라는 미국 요구를 거부했다가 침공을 받아 정권을 잃었다. 그 뒤 국제사회 지원을 받은 아프간 정부와 20년간 전쟁을 벌여온 탈레반은 미군 철수가 본격화하자 공세를 강화해 최근 주요 도시를 대부분 장악했다. 탈레반은 이날 속전속결로 카불까지 진군했다.
서방 각국이 자국민 철수 작전에 나선 가운데 전날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국가안보회의를 열고 이를 지원하기 위한 미군 1000명 추가 배치를 승인했다. 이달 31일까지 아프간 철군을 완료하겠다는 방침은 유지했다.
유태영 기자 anarchy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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