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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5 (목)

이슈 탈레반, 아프간 장악

아프간정부 백기 투항… 美, 2조 달러 쏟은 ‘20년 전쟁’ 빈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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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 ‘미군 철수 책임론’ 비등

아프간정부 능력 호언장담 무색

9일 만에 주요 도시 대부분 함락

美 “대사관 72시간 내 철수” 속도

바이든 5000명 미군 배치 승인

NYT “동맹국들의 美 신뢰 추락”

美조야 “사이공보다 굴욕적 패배”

세계일보

무기 들고 이동하는 탈레반 아프가니스탄의 이슬람 무장단체 탈레반 전사들이 15일(현지시간) 수도 카불과 동쪽으로 접한 라그만주에서 무기를 든 채 차량을 타고 이동하고 있다. 라그만=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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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가니스탄 정부군이 미군 철수 후 이슬람 무장단체 탈레반에게 속수무책으로 당하면서 결국 정권까지 넘겨주게 되자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에 대한 비판이 고조되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이 이달 말까지 아프간 내 미군을 완전히 철수하겠다고 밝힌 이후 탈레반의 공세가 강화됐고, 결국 미국이 약 2조달러(약 2338조원)의 군비와 재건비용을 들인 ‘20년 전쟁’이 성과 없이 마무리될 공산이 커져서다.

15일(현지시간) 정치 전문매체 더힐에 따르면 미치 매코널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는 “아프간은 거대하고 예상 가능하며 막을 수 있었던 참사로 향하고 있다”며 “바이든 대통령의 무모한 정책을 옹호하려는 행정부의 이상한 노력은 솔직히 굴욕적”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세계 최강대국 미국이 유일하게 패배한 베트남전 당시 최후 탈출 작전을 뜻하는 ‘1975년 사이공(현 베트남 호찌민)’까지 거론하며 “당시 굴욕적인 패배보다 더 최악의 속편으로 나아가고 있다”고 했다. 섣부른 철군 결정으로 자국민을 위태롭게 했다는 지적이었다. 미국은 15일 아프간 수도 카불 주재 대사관 인력을 대피시키기 시작했으나, 이후 불과 몇 시간 만에 아프간 정권이 탈레반에 사실상 넘어갔다. 미국은 카불 대사관을 72시간 내 철수시킨다는 목표로 대피 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미국은 남베트남 패망 직전인 1975년 4월 북베트남군의 포격이 당시 미군이 주둔했던 사이공 떤선녓 공군기지까지 닿자 비행기 탈출을 중단하고 헬기를 이용해 잔류 미국인을 남중국해 함정에 실어나른 ‘프리퀀트 윈드 작전’(Operation Frequent Wind)을 벌인 바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달 초 “나는 잘 훈련되고, 장비와 역량 측면에서 전쟁 수행 능력을 잘 갖춘 아프간 정부군을 믿는다”며 자신의 철군 결정을 정당화했다. 그의 호언장담과 달리 아프간군은 9일 전부터 주요 도시 점령을 본격화 한 탈레반 앞에서 물러서기 일쑤였다. 15일에는 카불 동쪽 잘랄라바드를 별다른 저항도 못 해보고 탈레반에 넘겨주는 등 최근에는 전의를 완전히 상실한 모습이었다. 영국 BBC방송은 아프간군이 그간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등 서방 동맹국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았지만, 장부상에만 있고 실체가 없는 ‘유령 병사’가 존재하는 등 부패와 비리로 얼룩졌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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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주도로 전쟁이 시작된 지 20년 만에 미국이 갑작스레 철수하면서 미국에 대한 서방 동맹국들의 신뢰도 추락하고 있다고 뉴욕타임스(NYT)는 지적했다. 프랑스의 국방 전문가 프랑수아 에스부르는 “아프간 사태로 인해 미국에 장기적으로 의지할 수만은 없다는 생각이 더 깊은 뿌리를 내릴 것”이라며 “바이든 행정부는 출범 뒤 ‘미국이 돌아왔다’고 했는데, 미국은 자기 집으로 돌아갔다”고 꼬집었다.

영국 하원 외교위원회 톰 투겐트하트 위원장은 “영국군을 돕고 훈련을 함께한 아프간 군인들, 우리의 독려를 받아 여학생들을 위한 학교를 세운 사람들이 모두 위험에 처하게 됐다”고 우려했다.

캠프 데이비드에서 주말을 보내던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전날 탈레반의 카불 공세가 임박하자 회상 국가안보회의를 열고 1000명을 증원해 총 5000명의 미군을 배치하는 계획을 승인했다.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에게는 아슈라프 가니 아프간 대통령을 지원하라고 지시했다. 하지만 탈레반의 진격이 예상보다 훨씬 빠르게 진행되면서 아프간 정부는 백기투항을 하게 됐다.

바이든 대통령은 14일 회의 후 성명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올해 5월 1일을 철군 시한으로 탈레반과 합의하고 이미 미군을 2500명까지 줄인 상황에서 정권을 물려받았다면서 “나는 이 전쟁을 5번째 대통령에게 넘기지 않을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탈레반이 카불 주재 미국 대사관에 깃발을 내건다면 이 얼마나 망신스러운 일인가”라며 “이는 나약함과 무능, 총체적인 전략적 모순에 따른 완전한 실패”라고 맹비난했다.

유태영 기자 anarchy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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