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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5 (목)

이슈 탈레반, 아프간 장악

아프간 수백만명 피란길…"신이 도와주기만을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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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추산 석달새 25만명…80%가 여성·어린이

탈레반 만행에 고향 떠나 노숙하며 굶주려

최후 피란처는 카불…유엔 "이웃국 국경 열라" 당부

연합뉴스

12일(현지시간) 아프간 수도 카불 남서쪽에 있는 칸다하르에서 아프간 정부군과 무장반군 탈레반의 교전으로 검은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다. [AP=연합뉴스]


(서울=연합뉴스) 이재영 기자 = 아프가니스탄 무장반군 탈레반이 아프간 곳곳을 장악해나가면서 수십만 명이 피란에 나섰다.

유엔난민기구(UNHCR)는 5월 말 이후 피란에 나선 아프간인이 25만여명이고 이들 가운데 80%가 여성 또는 아동이라고 13일(현지시간) 밝혔다.

올해 집을 버리고 피란길에 오른 아프간인은 40만명으로 추산된다.

이들을 포함해 아프간 내 난민은 총 330만명으로 파악된다.

아프간 내 난민들은 수도 카불로 몰려들고 있다.

최근 수천명의 아프간 내 난민이 마지막으로 남은 안전한 피란처로 여겨지는 카불로 피란했다고 BBC방송이 이날 전했다.

비정부기구(NGO) 세이브더칠드런은 전날 보도자료에서 최근 며칠 새 카불로 피란한 가구가 1만5천~2만 가구라고 전했다.

아프간 평균 가구원 수가 8명이고 보통 가구원 60%가 아동인 점을 고려하면 최근 카불에 온 피란민은 약 12만명이고 이들 중 7만2천명이 아동일 것으로 추산된다고 세이브더칠드런은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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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현지시간) 아프가니스탄 수도 카불 한 공원에 마련된 난민촌의 모습. [AP=연합뉴스]


카불로 몸을 피한 난민 상당수는 노숙하며 배고픔에 시달리고 있다.

북부 쿤두즈주(州)에서 탈레반을 피해 카불로 탈출한 아사둘라(35)라는 이름의 노점상은 BBC에 "빵을 살 돈도, 자녀들을 위해 약을 살 돈도 없다"라고 말했다.

탈레반이 집에 불을 질러 도망칠 수밖에 없었다는 아사둘라는 "집과 물건이 전부 불탔다"라면서 "신이 우릴 도와주기만을 기도한다"라고 덧붙였다.

세이브더칠드런이 최근 카불로 피란한 630가구를 조사해보니 절반이 넘는 324가구가 식량이나 여러 형태의 지원을 거의 받지 못하거나 전혀 못 받는다고 밝혔다.

세이브더칠드런은 "다수 가구가 음식을 살 돈을 마련하고자 물건을 팔고 자녀들에게 일을 시키거나 식사량을 극단적으로 줄이는 등 생존을 위해 필사적으로 행동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현재 탈레반은 카불 턱밑까지 세를 넓힌 상황으로 카불조차 곧 탈레반의 수중에 넘어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최근 미국 당국자들 사이에선 탈레반이 30일 내 카불을 고립시킬 수 있고 90일이면 함락시킬 수 있다는 진단이 나온다.

탈레반이 카불마저 장악하면 난민들은 고국을 등져야 할 수 있다.

아프간과 국경을 접한 파키스탄에 이미 등록된 아프간 난민만 140만명이 있다.

미등록 난민까지 합치면 파키스탄 내 아프간 난민은 300만명에 가까울 것으로 추산된다.

UNHCR은 이날 아프간 위기가 심화하는 점을 고려해 아프간 이웃 국가에 국경을 폐쇄하지 말고 계속 개방해두라고 촉구했다.

과거 탈레반 지배 아프간에선 10세 이상 소녀는 교육받는 것이 금지되고 여성에게 전신을 덮는 부르카 착용이 강제되며 공개처형이 이뤄지는 등 반(反)인권 강압통치가 자행됐다.

jylee2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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