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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이슈 강제징용 피해자와 소송

법원, 강제징용 피해자 손배소 기각… “소송 제기 시효 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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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해 알게 된 날부터 3년내 해야

일제강점기 강제징용 피해자들이 일본 기업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1심 법원이 “소멸시효가 지나 배상 책임을 물을 수 없다”며 기각했다. 손해배상 소송은 피해자가 손해를 알게 된 날부터 3년 이내에 내야 하는데, 피해자들이 이 기간이 지난 뒤 소송을 냈다는 이유다. 서울중앙지법 민사단독 25부 박성인 부장판사는 11일 강제징용 피해자 이모씨와 유족 등 5명이 일본 미쓰비시 마테리아루(전 미쓰비시 광업)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 기간 내에 소송을 제기하지 않았다”며 이같이 판단했다.

지난 2012년 5월 이 사건과 별개의 다른 사건에서 대법원은 일본 기업이 일제강점기 강제징용 피해자들에게 손해배상을 해야 한다는 취지로 2심을 파기했다. 피해자들은 2018년 10월 대법원에서 최종적으로 승소 판결을 받았다. 이씨 등은 대법원의 최종 판단이 나온 2018년 10월 이전인 2017년 2월 소송을 냈기 때문에 시효(3년)가 지나지 않았다고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대법원이 승소 취지로 파기한 2012년 5월을 기산점으로 삼아야 한다고 판단했다. 이날 재판부는 본안에 대한 판단은 하지 않았고, 소송 비용은 원고인 피해자들이 부담해야 한다고 했다.

강제징용 피해자들이 일본 기업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패소한 것은 이번이 두 번째다. 지난 6월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34부(재판장 김양호)도 강제징용 피해자 85명이 일본 기업들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을 각하했다. 이 재판부는 1965년 한일청구권협정에 따라 한국 국민이 일본 국민을 상대로 소송 권리를 행사하는 것은 제한되는 것이 맞는다고 판단했다. 이는 지난 2018년 10월 대법원 전원 합의체가 “강제 동원 위자료 청구권은 한일청구권협정 적용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한 것과 정반대되는 결정이라 논란이 됐다.

법조계에서는 이날 1심 법원의 판단은 강제징용 피해자들의 위자료 청구권과 관련한 본안 판단을 한 것은 아니지만, 대법원 판단과 달리 피해자들이 패소하는 판결이 연달아 나오면서 혼란이 가중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일선 법원이 이례적으로 대법원 판결과 다른 결정을 내리는 것은 김명수 대법원장이 이끄는 대법원의 낮아진 위상을 반영한다는 분석도 있다.

[표태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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