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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6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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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레반 공세 속 카불로 밀려드는 난민들..."강제결혼·징집 피해 도주"(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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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도시 잇따라 함락...피란민 수십만명

무력한 아프간 정부군, 전투없이 그대로 도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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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현지시간) 아프가니스탄 수도 카불의 도심 공원에 마련된 난민 수용촌에서 한 아이가 잠들어있다. 아프간에서는 지난 6일부터 무장조직 탈레반의 공세로 주요도시들이 잇따라 함락되면서 수십만명의 난민이 카불로 몰려들고 있다. 카불(아프가니스탄)=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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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현우 기자] 아프가니스탄 무장조직 탈레반이 주요 도시들을 점령하며 아프간 전역이 내전에 휩싸이면서 수도 카불로 수십만명의 피란민들이 몰려오고 있다. 탈레반이 점령지에서 약탈과 살인, 강제결혼과 징집 등을 일삼으면서 주민들의 탈출행렬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으로 알려졌다.

11일(현지시간) AFP통신에 따르면 아프간 수도 카불에 수십만명의 피란민들이 몰려들고 있다. 카불 시내 거리와 공원 곳곳에는 난민촌 수용 캠프가 임시로 설치됐고, 대부분 피란민들은 물과 음식조차 제대로 구하지 못한채 어린이들과 함께 연명하고 있다고 AFP통신은 전했다.

탈레반이 지난 6일부터 주요 대도시들을 중심으로 공세를 퍼부으면서 이날까지 아프간 주요 34개 도시 중 9개 도시를 장악하면서 수도 카불로 피난 행렬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 국제구호기구인 세이브더칠드런은 지난 주말 이후 쿤두즈에서만 약 6만여명의 주민이 탈출한 것으로 추산된다고 밝혔다. 앞서 유엔 국제이주기구(IOM)는 올해에만 아프간에서 35만9000명 이상의 피란민이 이미 발생했다고 집계했다.
아비규환 속 탈출행렬..."정부기관 근무했다고 살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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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출처=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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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레반이 점령한 지역에서는 아프간 정부군 소속 군인과 관료들, 그들의 가족들에 대한 대대적인 학살이 자행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8일 자녀 6명과 함께 쿤두즈를 빠져나온 여성 파리바는 AF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교도소 인근에 시신들이 널려져 있는 것을 봤고 바로 옆에는 개들도 어슬렁거렸다"고 참혹한 현장 상황을 전했다. 역시 쿤두즈에서 탈출한 주민 압둘마난은 탈레반이 자기 아들을 참수했다고 주장했다.

아프간 정부 기관에 근무했다는 이유로 탈레반에 살해되는 이들도 있다고 AFP통신은 전했다. 미르와이스 칸 아미리는 "탈레반은 이미 4∼5년 전에 정부 관련 직업을 그만둔 이들까지 살해했다"며 사흘 전에는 단순한 이발사마저 살해됐다고 말했다.
탈레반 조직원과의 강제결혼·징집도 잇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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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출처=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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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탈과 살인 뿐만 아니라 탈레반은 점령지에서 미혼 여성이나 과부 등에게 탈레반 조직원과 강제로 결혼하라는 명령을 내리고 있으며, 젊은 남성들은 강제징집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탈레반에 함락된 도시 탈로칸에서 빠져나온 미망인 마르와는 AF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16세인 조카는 약혼한 상태임에도 탈레반 조직원과의 결혼을 위해 끌려갔다고 들었다"고 밝혔다.

탈레반은 또 전투원 확보를 위해 젊은이들을 강제로 징집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정부의 최근 추산에 따르면 탈레반의 조직원 수는 7만5000명가량으로 최근 급속하게 세력이 확장됐음에도 30만명에 달하는 정부군 병력보다는 인원이 적은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이에따라 점령지에서 강제징집을 피하기 위한 피란민들이 늘고 있다.
수수방관, 도주하기에만 바쁜 아프간 정부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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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출처=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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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탈레반을 막아야할 아프간 정부군은 별다른 전투도 없이 도주하기 바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군의 도주에 실망한 지역 군벌들이 탈레반으로 돌아서면서 탈레반의 세력은 더 빠른 속도로 커지고 있다.

영국 가디언에 따르면 최근 함락된 사마간주 아이바크에서는 정부군과 이 지역을 지키고 있던 군벌 아시프 아지미 전 상원의원이 탈레반으로 돌아서면서 하루만에 함락됐다. 그는 사마간주 주지사와 정부군에 도시 방어에 참여해달라는 부탁을 받고 아이바크에 들어왔으나, 이미 주지사와 정부군이 무기만 챙겨서 도주한 것을 보고 분노해 탈레반에 항복한 것으로 알려졌다.

피란민들도 탈레반에 무력하게 밀리고 있는 아프간 정부에 대한 분노를 드러냈다. 최근 쿤두즈를 탈출한 파오지아 카리미는 AP통신에 "탈레반이 우리 지역을 장악할 때 정부군은 싸우지 않았고 주거지역에 폭격만 했다"고 비난했다.

이현우 기자 knos8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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