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티비뉴스=박성윤 기자] 모두가 바라는 성과를 내지 못한 한국 야구대표팀의 과제는 2020 도쿄 올림픽으로 명확해졌다.
한국은 국제대회에서 에이스 선발투수 걱정이 없었다. 류현진과 김광현 등 KBO 리그 수준을 뛰어 넘는 선수들이 존재했기 때문이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을 돌아보면 류현진, 봉중근, 송승준, 김광현, 장원삼 등이 선발투수로 6이닝 이상 투구를 하며 불펜 소모를 막았고, 안정적인 투수, 경기 운영의 밑거름이 됐다.
그러나 이번 도쿄올림픽은 선발투수들의 몫이 적었다. 원태인, 고영표, 이의리, 김민우가 선발투수로 나섰는데, 5이닝을 넘긴 투수가 없다. 지난 1일 도미니카공화국과 경기에 선발 등판한 이의리가 5이닝 74구, 지난 4일 일본과 준결승전에서 고영표가 5이닝 91구를 던졌다. 이어 5일 미국과 경기에서 이의리가 5이닝 88구를 기록했다. 이외에는 조기 교체 또는 강판을 맛봤다.
선발투수 짧은 이닝 투구는 중간 투수의 부담으로 이어졌다. 대회에서 조상우의 활약이 눈부셨는데, 그 이면에는 '혹사'라는 말이 나올 수 있을 정도의 등판이 있었다. 조상우는 대회 7경기 가운데 6경기에 마운드에 올라 총 146구를 던졌다. 선발투수들이 길게 던지지 못하기 때문에 불펜은 늘 바빴다.
처음부터 어느 정도 그림이 그려진 투수 선발과 운영이었다. 김경문 대표팀 감독은 선수 선발 당시 단기전이기 때문에 멀티이닝 투구 능력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조상우, 고우석을 제외하고는 모두 선발투수거나 선발로 뛰었던 선수들이었다. 이후 한현희 이탈 대체 선수로 오승환이 뽑혀 전문 구원투수 수가 늘었지만, 큰 차이는 없었다.
경기를 믿고 맡길 수 있는 에이스급 선발투수 부재가 부른 풍경이다. 믿고 맡길 만한 투수가 없기 때문에 멀티 이닝 투구 가능 투수 선발에 힘을 실었다. 결과적으로 큰 효과를 봤다고 보기는 어렵다. 조상우의 괴력만 구경할 수 있었다.
김경문 감독도 이를 인정했다. 7일 동메달 결정전에서 도미니카공화국에 패한 뒤 인터뷰에서 "국제대회에서 우승하기 위해서는 좋은 선발투수들을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을 해봤다"고 털어놨다.
과거 국가대표 감독으로 '국민 감독' 칭호를 얻은 김인식 감독은 이날 경기 후 '박선영의 에이트'에 출연해 "초창기 프로야구 시절부터 따지자면 최동원, 선동열 최근에는 류현진, 김광현, 양현종과 같은 선발투수들이 5이닝 이상, 때로는 7이닝 이상도 던져준다. 너무 일찍 무너지는 게 아닌가 싶다. 그래서 변칙으로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며 국제대회에서도 긴 이닝을 던져줄 에이스 선발투수가 필요하다는 점을 짚었다.
에이스 선발투수 찾기. 과제는 단순하지만 쉽지 않다. 류현진과 김광현 같은 투수가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갑자기 툭 튀어나오길 기다릴 수는 없다. 거의 없는 일이다. 지금 있는 투수들이 시즌을 치르면서 경험을 먹고 성장해 국제대회 에이스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경쟁해야 한다. 소속팀 에이스를 넘어선 선수를 만들지 못한다면, 도쿄올림픽과 같은 일이 반복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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