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경남도 주민 5천명 긴급 대피에…통일부 "협력방안 검토할 것"
지난달 남북 통신연락선이 전격 복원되면서 남북 대화의 물꼬가 트인 데다가, 정부가 그동안 인도협력에 대해서는 정치적 상황과는 무관하게 '지속 추진'한다는 일관된 입장을 취해 온 만큼 재난 상황에서의 협력 가능성이 제기된다.
통일부 당국자는 8일 "수해에 따른 북한 주민의 인도적 상황을 실질적으로 개선할 수 있는 협력방안을 검토해 나가겠다"라고 밝혔다.
이 과정에서 "남북 간 인도적 협력에 대한 정부의 기본입장을 바탕으로 북한의 피해 상황과 국제사회의 대응 등을 종합적으로 볼 것"이라고도 덧붙였다.
다만 이 당국자는 "현재 시점에서 북한의 이번 폭우 피해와 관련한 구체적인 협력방안 등에 대해 정해진 바는 없다"고 설명했다.
향후 북한 매체의 보도 등을 토대로 지원 수요를 파악하고, 방식과 규모 등은 국제사회의 지원 움직임을 지켜보면서 검토하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앞서 유엔 인도주의업무조정국(OCHA)과 유럽연합(EU) 인도주의지원국 등도 언론 인터뷰에서 함경도 수해 상황과 관련한 인도적 지원에 나설 준비가 돼 있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폭우로 무너진 북한 함경남도 다리 |
그러나 북한은 지난해 여름에도 태풍과 집중호우로 곳곳에서 침수 피해를 입었지만, 당시에는 '자력갱생' 기조를 유지하며 외부 지원을 거부하겠다는 뜻을 강하게 밝혔다.
지난해 1월부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국경을 봉쇄해 온 방침도 아직 변함이 없다.
결국 남한을 비롯해 국제사회가 수해에 인도적 지원을 결정하더라도 북한의 수용의지가 관건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다만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 6월 전원회의에서 직접 식량난을 언급할 정도로 상황이 어렵고 최근 남북 연락채널이 복원돼 대화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올해는 지원을 수용할 가능성도 있다.
또 북중 무역통계를 보면 올해 1∼2월까지는 국경 봉쇄의 여파로 교역 중단 수준이었지만 3월부터는 다시 증가하는 상황이라 해상 무역이 일부 재개된 것도 감지되고 있다.
통일부는 북한이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외부 지원을 거부하는 입장일지, 태도 변화가 있을지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이인영 장관은 취임 이후 줄곧 재해·재난 협력을 중심으로 한 인도협력은 정치·군사적 상황과 무관하게 지속해서 추진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혀 왔다.
지난해 8월에는 남북협력기금으로 세계식량계획(WFP)의 북한 영유아·여성 지원사업에 1천만 달러(약 119억원)를 지원하는 것으로 첫 대북 인도지원 결정을 한 바 있다.
정부는 과거에도 북한에서 식량난이 심화하는 때에 국제기구를 통해 북한에 쌀이나 구호물자를 보낸 경우가 있었다.
북한 함경남도 폭우로 주택 1천여호 침수…주민 5천명 긴급대피 |
북한 함경남도에서는 이달 1일부터 폭우가 쏟아지면서 제방이 무너지고 주민 5천 명이 긴급 대피하는 등 피해가 발생했다.
주택 1천170여 세대가 침수되거나 무너졌으며 농경지 수백 정보가 매몰·침수·유실됐다. 또 현재까지 도로 1만6천900여m와 다리 여러 곳이 파괴되고, 강·하천 제방 8천100여m도 수해를 입은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이에 북한은 이례적으로 도당 군사위원회 긴급 소집해 피해 복구를 위해 공병부대와 지역 주둔 군부대를 동원하는 방안 등 대책을 논의했다
on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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