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F 회의서 남중국해·인권 고리로도 대립각…"한반도 비핵화 촉구"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 [AP=연합뉴스] |
(워싱턴=연합뉴스) 류지복 특파원 = 중국과 갈등이 격화하는 미국이 국제회의 석상에서 중국의 핵무기 개발에 대해 강한 문제 의식을 공개적으로 드러냈다.
중국이 핵무기를 급속도로 늘리려 한다는 우려의 표명이자 핵 군축 문제에서 중국을 지금처럼 자유방임 상태로 내버려 둘 수 없다는 인식의 반영이라는 해석을 낳는다.
국무부에 따르면 토니 블링컨 장관은 이날 화상으로 열린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외교장관 회의에서 중국 핵무기의 급속한 발전에 깊은 우려를 표시했다.
이는 중국이 수십 년간 최소억제에 기초한 핵전략에서 어떻게 급격히 이탈했는지를 강조하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블링컨 장관을 비롯한 조 바이든 행정부가 인권, 남중국해, 대만, 첨단기술 등을 놓고 중국과 전방위로 대립각을 세웠지만, 국제회의에서 핵무기까지 우려를 표명했다는 식으로 국무부가 소개한 것은 흔치 않은 일이어서 주목된다.
최근 미국에선 중국의 핵무기 증강 움직임이 있다는 보도가 잇따랐다.
일례로 뉴욕타임스는 미국 과학자연맹(FAS) 소속 핵무기 전문가들의 위성사진 분석을 토대로 중국의 신장 하미 인근에서 지난 3월부터 핵미사일 격납고 건설이 진행 중이라고 전했다.
앞서 발견된 것까지 포함해 중국이 건설 중인 핵미사일 격납고의 수는 230개에 달한다. 현재 운용 중인 것으로 알려진 격납고가 20개 안팎임을 감안하면 10배 이상을 새로 건설하는 셈이다.
전문가들은 중국이 보유한 핵탄두 수를 300개 정도로 추정하지만, 플루토늄 보유량으로만 본다면 1천 개 이상의 핵탄두를 제조할 능력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바이든 미국 대통령 -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PG) |
이 때문에 미국은 전임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때부터 러시아와 핵 군축 협상을 진행할 경우 중국도 참여해야 한다고 요구했지만 중국의 반대로 성사되지 못했다.
조 바이든 행정부 들어서도 국무부는 지난달 불안정한 군비 경쟁의 위험을 줄이기 위한 실질적 조처에 중국이 관여해야 한다고 요구한 바 있다.
모테기 도시미쓰 일본 외무상이 이날 회의에서 중국이 미국과 군축 회담에 관여하길 촉구했다고 교도통신이 보도한 것도 이런 기류를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현재 미국과 러시아는 군비경쟁 억제 토대를 마련하기 위한 작업 착수라는 지난 6월 양국 정상의 합의에 따라 핵 군축 협상을 진행 중이다.
이와 관련, 중국은 형평성과 상호 존중의 기초 위에서 전략 안보에 관한 양자 대화를 할 준비가 돼 있다는 입장을 밝힌 상태라고 로이터통신은 전했다.
중국의 핵무기 보유 수가 미국, 러시아보다 훨씬 적음을 감안하면 중국의 형평성 언급은 사실상 미국 요구에 응할 생각이 없음을 내비친 것이라는 해석을 낳는다.
블링컨 장관은 이날 회의에서 남중국해, 인권을 고리로 한 중국 견제 기조도 이어갔다.
그는 중국이 국제 해양법상 의무를 준수하고 남중국해에서 도발적 행위를 중단할 것을 촉구했다. 또 티베트, 홍콩, 신장에서 계속되는 인권 학대에 관해 심각한 우려를 제기했다.
한편 국무부는 블링컨 장관이 이번 ARF 회의에서 다른 나라와 함께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촉구하는 데 동참했다고 밝혔지만 세부 발언 내용은 소개하지 않았다.
교도통신은 모테기 외무상이 이날 북한 비핵화를 위한 북미 대화재개에 대한 강한 희망을 표시하고, 아무 조건 없이 김정일 북한 국무위원장과 직접 만날 수 있다는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의 결심이 여전하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한국은 이번 회의에 정의용 외교부 장관이 참석했고, 북한의 경우 안광일 주아세안 대표부 대사 겸 주인도네시아 대사가 참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jbryo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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