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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원팀의 기적' 브라질도 넘나…라바리니 승부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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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 전적 브라질에 18승 45패로 크게 뒤져

라바리니 감독 "좋은 서브가 첫번째 목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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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일본 아리아케 아레나에서 열린 도쿄올림픽 여자 배구 8강 한국과 터키의 경기에서 승리, 4강 진출에 성공한 한국의 김연경 등 선수들이 4강을 의미하는 손가락 네 개를 펴 보이며 기뻐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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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과 도쿄올림픽 여자배구 4강전에서 맞붙게 되는 브라질. 사진=AP PHOT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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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스타in 이석무 기자] ‘원팀의 기적’을 이루고 있는 한국 여자배구 대표팀이 45년 만에 올림픽 메달 획득이 걸린 운명의 승부를 펼친다.

스테파노 라바리니 감독이 이끄는 한국 대표팀은 6일 오후 9시 일본 도쿄의 아리아케 경기장에서 세계랭킹 2위 브라질과 준결승을 치른다. 이 경기에서 이기면 한국 여자배구는 사상 최초로 올림픽 결승에 진출, 최소 은메달을 확보한다. 1976년 몬트리올 올림픽 동메달 이후 무려 45년 만에 올림픽 메달을 확정 짓는 동시에 역사적인 금메달에 도전하게 된다.

도쿄올림픽에서 한국 여자배구의 여정은 ‘기적’이라 표현해도 틀리지 않다. 한국은 이번 올림픽 예선 조편성 당시 세계랭킹 14위(현재 11위)로 12개 참가국 가운데 밑에서 세 번째였다. 한국보다 세계랭킹이 낮은 나라는 아르헨티나(23위)와 케냐(32위)뿐이었다. 객관적인 전력만 놓고 보면 한국은 8강 진출도 쉽지 않았다.

게다가 한국은 이번 올림픽을 앞두고 심한 풍파를 겪었다. 올림픽 예선에서 활약했던 대표팀 주전 레프트와 세터가 한순간에 빠졌다. 올림픽 직전 열린 발리볼네이션스리그(VNL)에선 16개 팀 가운데 15위에 머물렀다. 희망적인 요소는 찾을 수 없었다.

하지만 올림픽이 시작되자 한국은 전혀 다른 팀이 됐다. 브라질과의 조별리그 첫 경기는 0-3으로 패했지만 이후 승승장구를 거듭했다. 케냐전 3-0 승리에 이어 조별리그에서 8강 진출의 첫 고비였던 도미니카공화국과 경기에서 3-2로 승리하면서 분위기가 살아났다.

특히 일본전 3-2 승리가 결정적이었다. 12-14로 끌려가던 5세트를 뒤집은 것은 선수들의 자신감을 최고조로 끌어올리는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

3승 2패 조별리그 3위로 아시아 국가 가운데 유일하게 8강에 오른 한국은 여기에 그치지 않았다. 세계랭킹 4위 터키와 8강전에서도 기적 같은 3-2 승리를 거두면서 2012 런던 대회의 4강 신화를 재현했다.

‘캡틴’ 김연경(상하이)을 중심으로 12명 선수 전원이 ‘원팀’으로 똘똘 뭉친 모습에 온 국민이 열광했다. 세계 배구계도 한국 여자배구의 예상치 못한 돌풍에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국제배구연맹(FIVB)은 SNS를 통해 “우리가 계속 말했잖아. 김연경은 10억분의 1의 존재라고”라는 극찬을 했다.

한국은 또 한 번 큰 도전에 나선다, 4강에서 맞설 브라질은 객관적인 전력에서 한국보다 월등히 앞선다. 브라질은 한국이 4위를 차지했던 2012년 런던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이번 대회 조별리그에서 이미 한 차례 맞붙었지만 실력 차가 뚜렷했다. 역대 전적에서도 한국은 브라질에 18승 45패로 크게 뒤진다. 이번 올림픽 조편성 당시 세계랭킹은 3위였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조별리그 때 한국과 지금의 한국은 전혀 다른 팀이라는 점이다. 지금 한국의 상승세는 아무도 말릴 수 없다. 도미니카공화국, 일본, 터키 등도 객관적인 전력은 훨씬 앞선 팀이었지만 모두 한국의 제물이 됐다.

조별리그에서 한 차례 대결해봤다는 점은 오히려 우리에게 유리할 수 있다. 브라질의 팀플레이와 선수들의 특성을 미리 파악했기 때문이다.

라바리니 감독은 이번 대회에서 상대 팀에 따른 ‘맞춤 전술’을 꼼꼼하게 준비해 큰 효과를 보고 있다. 대표팀 센터 양효진은 “라바리니 감독의 전략에 따라 엄청난 훈련을 했는데, 그 과정이 결과로 나온 것 같다”고 말했다.

체격조건이나 운동능력은 브라질에게 밀리지만 상대 허를 찌르는 전술이 통한다면 또 한 번 이변을 기대해볼 수 있다. 멤버는 다르지만 2019년 월드컵에서 브라질을 3-1로 이긴 적이 있다는 것도 희망적인 부분이다.

브라질은 주공격수가 따로 없을 정도로 공격이 고르게 이뤄진다. 한국과 조별리그 1차전에선 179cm의 페르난다 호드리게스(17점)와 180cm의 가브리엘라 브라하 구이마라에스(16점)가 가장 많은 득점을 올렸다. 특히 블로킹에서 10-3으로 한국을 압도했다.

한국이 브라질을 이기기 위해선 서브 공략이 필수다. 강서브로 브라질의 리시브를 흔들지 않으면 승산이 없다, 조별리그 1차전에서 한국은 서브 득점이 1개도 없었다.

라바리니 감독은 이번 대회에서 상대 리시브 라인을 무너뜨릴 ‘스페셜리스트’를 승부처에서 전략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중요한 순간에는 서브 방향이나 구질도 직접 지시한다. 지난 터키전에선 박은진(KGC인삼공사)이 5세트에 날카로운 서브로 상대 리시브 라인을 흔든 것이 승부를 좌우했다.

라바리니 감독은 “서브를 누가 효과적으로 넣느냐에 따라 우리 전략은 달라진다”며 “좋은 서브를 넣는 게 우리의 첫 번째 목표”라고 밝혔다.

한국이 브라질을 이기려면 버티고 또 버티는 수밖에 없다. 일본전과 터키전에서 보여준 물샐 틈 없는 수비와 정교한 리시브가 필요하다. 초반에 무너지지만 않으면 뒤로 갈수록 흐름이 한국 쪽으로 넘어올 가능성이 크다.

주장이자 에이스인 김연경은 “우리 팀은 엔트리에 들어간 모든 선수가 모든 경기에 출전했다”며 “누구든지 경기에 뛸 준비가 돼 있는데, 이런 분위기는 우리 팀을 하나로 똘똘 뭉치게 한다”고 말했다. 이어 “경기 전엔 아무도 우리가 준결승 무대를 밟을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았지만 우리는 하나의 팀이 돼 4강에 진출했다”면서 “여기에 만족하지 않고 남은 두 경기 마무리를 잘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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