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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한국 '믿음의 야구' 압박한 일본 ‘돌다리 야구’ [Tokyo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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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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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도쿄올림픽 야구 준결승 대한민국 對 일본 경기가 열리고 있는 일본 요코하마 스타디움에서 8회말 득점때 일본 선수들이 기뻐하고 있다. 요코하마 | 이준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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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에서 열리는 대회, 한때 국기(國技)로 여겨졌던 야구. 일본으로서는 반드시 우승이 필요했다. 튼튼한 돌다리를 만들어두고도, 두드리고 또 두드렸다.

대회에 참가하는 팀 중 껄끄러운 팀은 한국과 미국이었다. 한국과 미국을 B조에 자연스럽게 몰아뒀다. 적어도 둘 중 한 팀은 경기 수가 늘어날 수밖에 없다. 일본은 고비만 넘기면 최소 경기로 결승에 오를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

일본 대표팀은 4일 한국과의 준결승에서도 ‘돌다리’ 야구를 이어갔다. 선발 야마모토 요시노부는 1회초 잔뜩 긴장한 듯 구속이 나오지 않는 가운데서도 고집스럽게 볼배합 패턴을 바꿨다. 리그에서 속구와 포크의 비중이 거의 비슷했던 야마모토는 한국 타자를 맞아 같은 구종을 연속해서 던지지 않았고, 주무기 포크볼은 아끼고 또 아겼다. 좌타자 몸쪽으로 커터성 속구가 볼 판정이 나와도 꿋꿋하게 그 공을 계속 던졌다. 1사 1·3루 위기가 돼서야 양의지 상대로 첫 포크볼을 던졌고, 삼진을 잡았다.

1-0으로 앞선 5회말 2사 1루 황재균 타석 때 2구째 포크볼이 조금 밋밋하게 떨어지며 황재균의 배트에 스쳤다. 경기 흐름상 대수롭지 않은 장면에 일본 벤치가 부산해졌다. 타케야마 요시노리 투수코치가 마운드를 찾았다. 야마모토가 마운드에서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야마모토는 포크볼의 각을 크게 만들려다 폭투가 나왔지만 이내 조정에 성공하며 황재균을 삼진으로 잡았다. 일본 야구는 아주 작은 변화에도 민감했다. 현미경 야구인 동시에 돌다리 야구였다.

공격도 마찬가지였다. 기회만 오면 번트를 댔다. 1번 야마다 테츠토도, 2번 사카모토 하야토도 각 팀을 대표하는 타자였지만 이나바 아츠노리 감독은 주저없이 번트 사인을 냈다. 그 번트에서 점수가 1점씩 났다. 바둑으로 치면 ‘선수(先手)’를 뺏기지 않겠다는 의도였다. 후수(後手)로 따라가는 팀은 경기 운영에 있어 공수에서 모두 주춤거릴 수밖에 없다.

승부는 일본이 그토록 천착했던 세밀함에서 나왔다. 8회말 고우석의 1루 베이스 커버 실수가 지적되지만, 유격수 오지환의 1루 송구가 조금 급했다. 1루수의 토스가 아니라 유격수의 송구라면, 투수가 베이스에 도착할 여유가 고려돼야 했다. 야마다의 스윙은 ‘닥치고 속구’에 맞춰져 있었다. 초구 볼배합의 세밀함도 못내 아쉬웠다.

8회가 끝났을때, 1회부터 계속된 요코하마 야구장 기자실의 숨막힐 정도의 팽팽한 긴장감도 누그러졌다. 경기가 끝난 뒤 김선우 해설위원을 만났다. ‘이길 수도 있었다’는 우문에 김 위원은 “아니, 저렇게 치밀하게 지지 않는 야구가 진짜 강한 야구”라고 답했다.

요코하마|이용균 기자 nod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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