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일본 아리아케 아레나에서 열린 도쿄올림픽 여자 배구 8강 한국과 터키의 경기에서 승리, 4강 진출에 성공한 한국의 김연경과 선수들이 환호하고 있다. 도쿄 | 연합뉴스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스포츠서울 | 도쿄=김용일기자] 운명의 파이널 세트. 한국이 14-13으로 리드한 상황에서 숨가쁜 랠리가 이어졌다. ‘배구 여제’ 김연경(33·중국 상하이)이 돌고래처럼 솟아올라 강스파이크를 터키 코트에 꽂았다. 승리의 포효를 한 김연경과 선수들이 얼싸안으며 눈시울을 붉혔다. 반대편 터키 선수들은 코트에 쓰러진 채 슬픔의 굵은 눈물을 펑펑 쏟아냈다.
한국 여자 배구가 ‘도쿄의 기적’을 쐈다. 조별리그 한·일전에서도 세트스코어 3-2 극적인 승리를 따내며 8강행을 확정하더니 세계 랭킹 4위의 강호 터키마저 파이널 세트 접전 끝에 넘어섰다. 스테파노 라바리니 감독이 이끄는 여자 배구대표팀은 4일 일본 도쿄 아리아케 아레나에서 열린 2020 도쿄올림픽 배구 여자 8강전에서 터키를 세트스코어 3-2(17-25 25-17 28-26 18-25 15-13)로 누르고 4강에 진출했다. 여자 배구가 올림픽 4강에 오른 건 2012년 런던 대회 이후 9년 만이다. 이제 1976년 몬트리올 대회 동메달 이후 45년 만에 메달 사냥에 도전하게 됐다. 여자 배구는 런던 대회 때 동메달 결정전에서 일본에 져 4위에 머문 적이 있다. 2016년 리우 대회 때는 8강에서 탈락했다.
도쿄 | 연합뉴스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세계 랭킹 13위인 한국은 세계 최정상 리그를 보유한 터키를 맞아 명승부 끝에 기적같은 승리를 따냈다. 마지막 5세트는 그야말로 정신력과 투혼의 승리였다. 한국은 서브 리시브가 흔들리면서 3-6으로 뒤졌다. 하지만 포기란 없었다. 박정아의 오픈 공격과 김희진의 블로킹 등을 묶어 7-7 동점을 만들었다. 이후 치열하게 점수를 주고받았는데 한국엔 ‘갓연경’ 김연경이 있었다. 접전 중 한국은 박은진 서브 차례에서 연이어 득점에 성공했다. 강한 서브에 터키 리시브가 흔들렸고 김연경이 다이렉트 공격으로 12-10 점수 차를 벌렸다. 터키가 김연경에게 서브를 집중한 뒤 블로커도 앞에 세웠으나, 그는 14-13에서 기어코 상대 블로킹 벽을 극복하며 ‘끝내기 스파이크’를 때렸다.
한국은 1세트에 터키의 속공과 타점 높은 공격, 블로킹에 어려움을 겪었다. 그러나 대표팀은 상대 리시브 라인을 흔드는 예리한 서브를 구사하며 속공을 꽁꽁 묶었다. 여기에 양효진이 2세트에만 블로킹으로 5득점을 기록, 터키 공격을 무력화했다. 승부의 균형을 맞춘 한국은 승부처였던 3세트에도 강한 집념을 보였다. 24-22로 먼저 세트 포인트를 따낸 한국은 터키의 메리엠 보즈에게 오픈 공격을 허용하고 네트 범실이 겹쳐 24-24 듀스를 허용했다. 그러나 살 떨리는 26-26 상황에서 상대 네트 터치 범실을 끌어낸 뒤 ‘클러치 박’ 박정아가 블로커 손을 노린 오픈 공격에 성공했다. 한국은 4세트를 다시 내줬지만 결국 마지막 세트 승리를 따내면서 4강에 올랐다.
도쿄 | 연합뉴스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한국은 김연경이 공수에서 맹활약하며 28득점으로 승리의 일등공신이 됐다. 또 박정아가 16득점을, 양효진이 블로킹 6개 포함 11득점을 책임졌다. 이외에 리베로 오지영이 몸을 던져 터키 공세를 막아내고, 김수지는 센터 임에도 여러 차례 번뜩이는 디그로 팀을 구해내는 등 주전 전원이 고르게 활약했다. 터키는 간판스타 제흐라 귀네슈(14득점)와 센터 에다 에르뎀(15득점)이 두 자릿수 득점을 해냈지만 한국 기세에 결국 짐을 싸야 했다.
도쿄 | 연합뉴스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도쿄 | 연합뉴스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김연경은 경기 직후 공동취재구역에서 취재진과 만났는데 목이 크게 쉬어 있었다. 그는 “솔직히 8강 상대로 터키로 결정된 뒤 쉽지 않다고 여겼다. 어젯밤에 (터키전이 마지막 올림픽 경기가 될까 봐) 잠이 오지 않더라. 밤 10시30분에 자려고 누웠는데 잠이 안오더라. 나뿐만 아니라 모든 선수들이 잠을 이루지 못했을거다. 오전 9시 경기는 쉽지 않다. 여러 생각이 났고 잠깐 잔 거 같다. 오늘 새벽 5시30분에 일어났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래도 우리 모두 지지 않으리라는 믿음이 있었다. 여기에 만족하지 않고 4강, 그 이상 결승에 가겠다”고 다짐했다.
김연경은 이날 3세트 24-23에서 주심이 양효진의 공격 때 포히트 반칙을 선언하자 네트를 툭 치며 거칠게 항의하다가 경고를 받았다. 이어 4세트 2-5에서도 또 한 차례 항의로 레드카드를 받으며 상대에 1점을 줬다. 그러나 그가 이렇게 큰 동작을 한 건 모두 전략이었다. 김연경은 “사실 1세트부터 심판의 콜이 마음에 안 들었다. 상대가 항의하는 것은 불어주더라”며 “항의나 콜에 반응하는 심판이라고 생각했고, 얘기하지 않으면 안 될 거로 생각했다”고 했다. 접전 속에서도 상대 흐름을 끊고 심판의 심리를 이용하는 노련미를 뽐낸 것이다.
이번 올림픽은 2012년 런던 대회 4강부터 대표팀을 이끈 김연경과 양효진, 김수지, 김희진 등 황금 세대가 태극마크를 달고 나서는 사실상 마지막 대회다. 여자 배구의 세대교체를 앞두고 황금 세대가 한국에 메달 선물을 안길지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이제 남은 2경기에서 한 번만 더 이기면 올림픽 시상대에 서게 된다.
kyi0486@sportsseoul.com
[기사제보 news@sportsseoul.com]
Copyright ⓒ 스포츠서울&sportsseoul.com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