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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 배드민턴 복식 동메달전…지고도 미안했고, 이겨서 미안했다[Tokyo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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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한국 선수들끼리 ‘운명의 승부’
“서로 얼마나 고생했는지 알아”

경향신문

대한민국 김소영-공희용(아래)과 이소영-신승찬이 2일 일본 도쿄 무사시노노모리 종합 스포츠플라자에서 열린 2020 도쿄 올림픽 배드민턴 여자 복식 동메달 결정전 경기를 마친 뒤 포옹하고 있다. 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20-17 매치 포인트에서 이소희의 리턴이 네트에 걸리며 승부가 끝났다. 승리한 김소영-공희용(세계랭킹 5위)과 패한 이소희-신승찬(4위)이 각자 파트너를 안은 뒤 네트를 건너가 서로를 힘껏 안았다. 도쿄의 뜨거운 여름, 그 어떤 경기보다 뜨겁고, 잔인했던 승부가 끝났다.

무사시노노모리 종합 스포츠플라자에서 2일 도쿄 올림픽 배드민턴 여자 복식 동메달 결정전이 ‘한·한전’으로 열렸다. 네 명 모두 선수촌에서 방 2개짜리 같은 숙소를 쓴다. 밥도 같이 먹고 잠도 같이 잔다. 대표생활이 길어 자매나 다름없다. 누군가는 져야 하는 2일 아침에도 밥을 같이 먹었다. 맏이 김소영은 “밥 먹으면서 드라마 주인공 송강 얘기를 했다”며 웃었다. 신승찬은 “자꾸 소영 언니가 <알고 있지만> 보라 해서. 난 보기 싫었는데. 보다가 송강한테 빠져. 너무 설레서, 콩닥콩닥거려서 경기를 졌나?”라며 웃었다.

우리끼리 승부니까 보기 편할 것이라는 예상은 첫 서브부터 빗나갔다. 서로를 잘 알기 때문에 더 치열한 승부였다. 약점과 강점을 알고, 어떻게 흔들어야 하는지도 잘 안다. 어떤 경기보다 더 뜨거운 승부가 초록색 코트에서 펼쳐졌다. 치열한 랠리 끝 점수가 났을 때 네트를 등진 채 파트너를 쳐다보며 우렁찬 고함을 질렀다. 무사시노 배드민턴장이 그때마다 쩌렁쩌렁 울렸다. 김소영-공희용 조가 2-0(21-10 21-17)으로 이소희-신승찬 조를 이겼다.

누군가 이기고, 누군가는 질 수밖에 없는 잔인한 매치였다. 서로가 서로에게 미안했다. 이겨서 미안했고, 동메달 땄는데 마음껏 좋아하지 못하는 것 같아 또 미안했다. 김소영은 “원래 그런 말을 하면 안 되는데, 나도 모르게 미안하다는 말이 나왔다”며 울먹였다. 올림픽을 위해 얼마나 고생하고, 얼마나 노력했는지를 서로 너무 잘 알았다. 이소희는 “결승에서 만났으면 좋았을 텐데 3·4위전은 너무 잔인했다”며 “동메달을 따서 누구보다 좋았을 텐데 우리랑 하는 바람에 좋아하지 못하는 거 보면서 너무 미안했다. 진심으로 축하한다. 마음껏 좋아해도 된다”고 말했다.

모두가 모두에게 특별하다. 이소희-신승찬은 중학교 1학년 때 주니어 대표팀에서 만난 동갑 친구로 14년 단짝이다. 김소영과 공희용은 2019년 다시 짝이 됐고 지금은 보기만 해도 서로의 생각을 아는 최고의 조가 됐다. 두 팀 모두 이번 올림픽을 함께하는 마지막이라고 여기고 준비했다. 올림픽이 끝났고 새 시작이 기다린다. 김소영은 “어린 희용이가 허락해주면 붙어 있고 싶다”고 했다. 신승찬은 “소희가 경기 때 나를 챙기느라 온몸이 엉망이다. 나를 계속 받아주면 생큐”라고 했다.

동메달 소감에 김소영-공희용은 “이게 다 ‘귀인님’ 때문입니다. 누구라고 말은 못하는데, 귀인님 감사합니다”라고 입을 모았다. 끝나고 뭐하고 싶냐는 질문에 신승찬은 “술”이라고 짧게 말하더니 “인마(이소희) 데리고 2박3일 달려야겠다”며 웃었다. 그러고 보니 대표팀 막내 안세영이 ‘이제 스무 살이니 술을 마셔보고 싶다’고 했다. 이소희가 “그럼, 승찬이가 한번 데리고 가서 먹이고 앞으로 술 얘기도 안 하게 해야겠다”고 말했다. 신승찬이 “아기가 귀엽더라고. 자, 방역수칙 범위 안에서 제대로 한번”이라고 쿵짝. 역시 모두 단짝.

도쿄 | 이용균 기자 nod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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