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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이슈 드루킹 '댓글 조작' 사건

드루킹 진술만으로 김경수 유죄? 물증이 재판 좌우했다 [좌영길의 법조 레프트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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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수, 드루킹과 20개월간 11차례 만나

스마트폰 로그기록, 보고서 출력물 등 물적 증거 뒷받침

김경수, 드루킹 인사청탁 이력서 실제 청와대 전달

‘센다이 총영사 제안’은 청와대가 먼저

헤럴드경제

'드루킹 댓글 여론 조작' 사건에 연루돼 징역 2년이 확정된 김경수 경남지사가 21일 경남도청에서 입장 표명 중 생각하고 있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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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좌영길 기자] “대법원이 형을 확정한 김 지사 사건도 마찬가지로 드루킹 측 진술이 사실상 전부인데, 이 사건에서 재판부가 거짓과 번복으로 점철된 드루킹 측 진술을 다 그냥 믿어줬다. 국정농단 재판에서 '정유라의 3마리 말은 뇌물이 아니다'라는 최순실을 말을 신뢰한 이동원 판사가 이번에는 드루킹의 말을 신뢰한 결과를 제가 바꿀 힘은 없지만, 저는 개인적으로 김 지사의 진실을 전적으로 신뢰한다.(22일 방송인 김어준 씨의 TBS라디오 발언)”

“선대위 차원에서 대선승리를 위해 뛰었던 우리 모두는 굳이 그런 비정상적인 방식에 관심을 가질 이유도 없었고, 조금의 불법도 개입돼서는 안 된다는 의식에 투철해 있었다. 원래가 선하고 사람을 잘 믿는 김경수 지사의 성정상 광신적 지지자 그룹에 대해 베푼 성의와 배려가 뜻하지 않은 올가미가 됐을 수도 있다. ‘진실은 아무리 멀리 던져도 제자리로 돌아온다는 믿음을 끝까지 놓지 않겠다’는 김 지사의 말을 되새기며 언젠가 어떤 방법으로든 실체적 진실이 분명히 밝혀질 날이 올 것이라고 믿는다.(21일 추미애 전 법무부장관 페이스북 게시물)”

김경수 경남도지사의 유죄 확정 판결을 놓고 정치권에서 비판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드루킹의 일방적 진술만으로 판결했다’는 비판까지 등장하고, 판결에 관여한 판사와 대법관에 대한 공격도 여전합니다. 방송인 김어준 씨와 추미애 전 법무부장관은 김 지사가 드러날 것을 알지 못한 채 포털사이트 여론조작 사건에 대한 문제제기를 했던 당사자입니다. 과연 허익범 특별검사와 1,2,3심 재판부는 물증 없이 진술만으로 김경수 지사의 공모관계를 인정한 것일까요. 사실관계를 따져보겠습니다.

드루킹과의 친분 부인했던 김경수, 20개월 동안 11차례 만났다
헤럴드경제

김경수 전 경남지사가 수감일인 26일 오후 경남 창원시 마산회원구 창원교도소에서 참모진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오른쪽은 부인 김정순 씨.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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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과정에서 확인된 기록과, 3번의 판결 내용을 종합하면 김경수 지사가 ‘드루킹’ 김동원 씨를 만난 것은 2016년 6월 30일이었습니다. 김 전 지사는 송인배 전 청와대 비서관(당시 문재인 대통령 후보 일정총괄팀장)의 소개로 여의도 국회의원 회관에서 처음 드루킹 김동원 씨를 알게 됩니다.

특검과 법원이 판결한 이 사건의 얼개는 이렇습니다. 김경수-드루킹 만남→경공모, 문재인 대표 제안 선플운동 동참→킹크랩 개발→문재인 대통령 당선→일본 대사, 오사카 총영사, 청와대 행정관 등 공직 인사 문제로 갈등 의 구조입니다.

실제 김경수 전 지사는 2016년 6월 30일~2018년 2월20일 1년 8개월 동안 11차례 만난 사실이 확인됩니다. 20개월 동안 11번 만났다면, 둘이 매우 친밀한 사이거나 혹은 논의할 현안이 있다는 얘기가 됩니다. 하지만 김 전 지사는 원래 드루킹과 친분이 있던 게 아니라, 송인배 전 비서관을 통해 만난 사이였습니다. 그렇다면 둘은 무슨 현안을 논의했을까요. 1심 판결문에서 드러난 사실관계를 시간 순으로 나열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진한 글자는 드루킹 측근의 공직 제안에 관한 대목입니다.

김경수-드루킹 만남 일지

2016. 6. 30 김경수, 송인배 문재인 캠프 일정총괄팀장 통해 소개받은 드루킹을 의원회관에서 만남

2016. 9. 14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표, '문팬 창립 총회'에서 '선플운동' 제안

2016. 9. 12 드루킹, 선플운동 참여 결정, 댓글 작성 조직 ‘경인선’ 운영 시작

2016. 9. 28 김경수, 드루킹 요청으로 경기도 파주 경공모 사무실 1차 방문

2016. 10. 드루킹, 우모 씨에게 매크로 프로그램 ‘킹크랩’ 개발 제안, 작업 착수

2016. 11. 9 김경수, 경기도 파주 경공모 사무실 2차 방문. 도모 변호사와 명함 교환

2016. 11. 26 경공모, 회원들로부터 킹크랩 운영에 필요한 유심칩과 휴대전화 수집 시작

2017. 1 킹크랩 구동

2017.1.6 김경수, 국회 근처에서 드루킹 만나 ‘고동체 통한 재벌개혁 보고서’ 전달받음

2017. 1. 10 김경수, 경공모 사무실 방문. 경공모 회원들과 간담회

2017. 2.7 김경수, 국회의원 회관에서 드루킹 만나 재별개혁계획 보고 최종본 수령. 김경수는 자신의 보좌관 한모씨를 드루킹에 소개.

2017. 2.17 김경수 보좌관 한모 씨, 경공모 사무실 방문

2017. 3.2 김경수, 국회의원 회관에서 드루킹 만난 뒤 송인배 청와대 제1부속비서관에게 도모 변호사 이력서 전달

2017. 3.14 김경수, 국회의원 회관에서 드루킹과 경인선 활동 지속 여부, 경공모에서 추천한 윤모 변호사와 도모 변호사 인사 추천 논의

2017. 3.27~2017.4.3 경공모, 대통령 후보 경선 참여

2017. 4. 14 드루킹 추천 윤모 변호사,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 볍률인권특보 임명

2017. 6.7 김경수, 국회의원 회관에서 드루킹 만나 지방선거 전략, 경인선 활동 연장 여부 논의. 드루킹, 김경수에게 도모 변호사 일본 대사로 추천해달라고 청탁.

2017. 11. 15 김경수, 국회의원 회관에서 드루킹 만나 도모 변호사를 오사카 총영사로, 윤모 변호사를 청와대 행정관으로 추천하는 문제 논의

2017. 12. 28 김경수, 청와대 인사수석 조현옥과 통화. 김경수 보좌관 한모씨, 드루킹에게 ‘도 변호사를 오사카 총영사는 안되고, 센다이 총영사로는 추천해줄 수 있다’ 입장 전달

2018. 2. 20 김경수, 국회의원 회관에서 드루킹과 만나 도 변호사를 오사카 총영사로 보낼 수 없다고 통보. 사실상 김경수와 드루킹 관계 단절.

김 전 지사는 텔레그램 메신저를 통해 수시로 드루킹 김동원 씨와 연락을 주고받습니다. 김동원 씨가 김 전 지사에게 연락한 내역을 보면, 각종 여론 동향 보고서와 댓글 작업 내역이 포함돼 있습니다. 김 씨가 보낸 기사 건수는 8만건에 달합니다. 법원이 파악한 바에 따르면, 김씨는 일방적으로 댓글 작업 내역을 보내는 데 그치지 않고, 김 전 지사와 서로 전화통화를 주고받습니다. 통화할 때도 텔레그램 메신저를 사용했습니다.

당초 ‘경공모 인터넷 선플운동’이었던 경인선의 뜻은 문재인 후보를 위한 선거운동을 시작하면서 ‘경제도 사람이 먼저다’라는 의미로 바뀌고, 실제 경공모 회원들은 2016년 10월 터진 ‘송민순 회고록 사건’에서 수백명이 동원돼 인터넷 여론 작업에 참여합니다.

‘킹크랩 시연회’, 스마트폰 기록 등 물적 증거 뒷받침… ‘닭갈비 식사’ 의미 없었다
헤럴드경제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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킹크랩은 인터넷 댓글을 자동으로 조작하는 일종의 매크로 프로그램입니다. 경공모 회원들 사이에서는 특히 2016년 송민순 회고록 사건에서 댓글작업을 하는 게 너무 힘들다는 불만이 나오기 시작했고, 자동으로 작업을 해주는 프로그램을 개발하게 된 겁니다.

그렇다면 김 전 지사는 단순히 드루킹 일당이 여론조작을 한 것을 보고받은 정도에 그친 것이었을까요, 아니면 킹크랩 개발 단계에서부터 의사소통을 한 공범일까요. 특검과 김 전 지사가 가장 치열하게 다툰 부분은 2016년 11월 9일 킹크랩 시연회에 김 전 지사의 참석 여부였습니다.

이날 김 전 지사는 경기도 파주 경공모 사무실을 방문합니다. 허익범 특검이 확보한 물증 중에는 댓글 조작 프로그램인 킹크랩 개발자 우모 씨의 전화기가 있습니다. 이 스마트폰 로그 기록을 보면, 김 지사가 경공모 사무실을 방문한 그날 오후 8시7분15초~오후8시23분53초까지 약 16분 동안 우 씨의 전화기에서 킹크랩이 작동됐습니다. 자동으로 여러 개의 아이디가 로그인과 로그아웃을 반복하며 인터넷 기사에 달린 댓글의 공감/비공감을 클릭하는 작업이 9차례 반복됩니다.

우씨는 “시연일(11월9일)이 예정돼 있어서 개발을 서둘렀다”고 진술합니다. 재판부 역시 휴대전화 로그 기록에 남은 킹크랩 구동 내역은 테스트가 아니라 누군가에게 보여주기 위한 시연이었다고 결론냅니다. 이미 개발이 끝났고, 안정적으로 구동되던 걸 확인한 킹크랩을 갑자기 김 전 지사가 사무실을 방문한 날 다시 16분 동안 구동했다는 건 김 전 지사게에 보여주기 위한 것이었다는 판단입니다.

김 전 지사가 경공모 사무실을 방문한 이날 ‘정보보고’문서가 출력된 점도 중요한 증거로 채택됩니다. 문서 파일을 최종 수정한 시점은 11월9일 오후 5시02분. 인쇄한 것은 그 이전인 오후4시55분이었습니다. ‘킹크랩 시연회’ 약 3시간 전입니다. 여기에는 경공모가 온라인에서 활동할 계획과 댓글 작업을 어떻게 펼칠 것인지 설명하는 내용이 담겼습니다. ‘극비’라고 표시된 마지막 항목에는 킹크랩 운용과 개발 필요성이 구체적으로 나열돼 있었습니다. 경공모 회원들은 이미 그 내역을 다 알고 있는데, 누군가에게 보여줄 게 아니라면 이런 문서를 출력할 이유가 없다는 겁니다. 특검은 그날 김 전 지사가 경공모 사무실에 방문하는 게 예정된 일정이었고, 이 보고서도 김 전 지사를 위해 준비한 것이라고 판단합니다.

김 전 지사 측은 이날 경공모 사무실을 방문한 사실 자체는 다투지 못합니다. 다만 킹크랩 시연회에 참석하거나, 여론조작 활동 내역을 보고받은 사실이 없다고 부인합니다. 항소심 단계에선 김 전 지사 측이 ‘닭갈비 식사’를 공론화하며 억울함을 여론에 호소합니다. 김 전 지사는 사무실에 들러 외부에서 주문한 닭갈비를 먹고 있었고, 킹크랩 시연회에 참석할 시간이 없었다는 겁니다. 하지만 정작 김 전 지사는 이 때 뭘 했는지에 관해 명확한 진술을 내놓지 못했습니다. 당시 같이 식사를 했다는 회원도 나오지 않았습니다. 항소심 재판부는 이 사안을 그리 비중있게 다루지 않았습니다. 김 전 지사가 드루킹 사무실을 방문해 킹크랩 구동에 관한 보고를 받은 여러 정황과 진술이 나온 상황에서 ‘닭갈비 식사’ 여부는 김 전 지사의 유·무죄 판단을 가르지 못했습니다.

1,2심 ‘양승태 키즈’, 3심은 적폐 판사? 유죄 확정 대법관 4명 모두 文 대통령이 임명
헤럴드경제

허익범 특검이 21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법정을 나서며 미리 준비한 입장문을 읽고 있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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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승태 전 대법원장과 재판부가 특수관계라는 것이 이번 재판에 영향이 있지 않을까 주변의 우려가 있었다. 그 우려가 현실이 됐다.”

2019년 1월30일, 김 전 지사가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되자 그의 변호인을 통해 내놓은 말입니다. 여기에 전직 판사 출신인 서기호 변호사는 재판장인 성창호 부장판사를 “양승태 키즈”라고 몰아세웠습니다. 사법농단 수사를 받은 성창호 부장판사가 여권 인사에게 보복성 판결을 했다는 논리였습니다. 이런 식의 공격은 항소심에서도 이어졌습니다. 김경수 지지자들은 재판장인 차문호 부장판사가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전속연구관을 지낸 이력이 있다는 점을 문제삼았습니다. 항소심에서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에 대해 무죄가 선고됐지만, 업무방해 혐의 징역 2년이 그대로 유지된 데 따른 비난이었습니다.

그런데 김 전 지사 사건은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이뤄진 사법농단 사건과는 전혀 관련이 없습니다. 게다가 성창호 부장판사는 1,2심에서 모두 무죄를 선고받았습니다. 여권 지지자들이 ‘적폐’ 라고 낙인찍었지만, 국정농단 태 때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과 조윤선 전 장관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하기도 했습니다. 판사나 검사가 이전에 처리했던 사건 중 한쪽 진영의 공격논리로 쓰일 수 있는 내용만 선별적으로 취하는 건 논리적이지 않습니다.

방송인 김어준 씨가 상고심 주심을 맡은 이동원 대법관을 향해 “'정유라의 3마리 말은 뇌물이 아니다'라는 최순실을 말을 신뢰한 판사”라고 비판한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김 전 지사 사건은 대법관 4명이 심리하는 ‘소부’에서 선고됐습니다. 4명의 대법관 중 한 명이라도 이의를 제기하면 사건은 대법관 전원이 심리하는 전원합의체로 넘어갑니다. 김 전 지사의 유죄 확정 판결에 만장일치로 결론을 냈다는 의미입니다. 게다가 이동원 대법관은 김명수 대법원장이 지명했습니다. 이 대법관과 함께 사건을 심리한 조재연 대법관, 민유숙 대법관, 천대엽 대법관 모두 문재인 대통령으로부터 임명장을 받은 인사들입니다. 형식적으로도, 실질적으로도 ‘적폐판사’라는 식의 비난은 앞뒤가 맞지 않습니다.

특히 김 전 지사는 상고심 단계에서 김앤장과 법무법인 태평양, 법무법인 엘케이비를 변호인으로 내세웠습니다. 이상훈 전 대법관, 이광범 전 부장판사 형제를 비롯해 다수의 전관 변호사가 14명이 상고심 변론을 맡았습니다. 돈과 인맥이 없으면 선임할 수 없는, 국내 최고의 실력자들입니다. 굳이 변호인단 구성을 논하지 않더라도, 대법원이 이만큼 사회적으로 주목받는 사건에서 김 전 지사 측 주장을 의도적으로 일축했다는 것은 너무나 막연한 주장입니다. 대법원은 오히려 김 전 지사의 선거법 위반 혐의를 처벌할 수 있다는 법리를 확인하고도 실제로는 무죄를 확정했습니다. 김 전 지사 입장에선 수감자 신분으로 형사재판을 추가로 받고, 형기가 늘어날 수 있는 상황을 모면한 셈입니다.

드루킹, 오사카 총영사직 요구… 실제로 김경수-청와대 움직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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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두관 의원이 21일 오전 경남도청을 찾아 '끝까지 함께 하겠습니다'라는 손팻말을 들고 김경수 지사를 응원하고 있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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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전 지사 사건은 단순히 열성 지지자들이 여론에 열심히 참여한 정도의 사안이 아닙니다. 조직적으로 여론을 조작하고, 그 대가로 공직을 제안했다는 점에서 비난 가능성이 높은 범죄입니다. 김 전 지사와 드루킹 김모 씨, 김 전 지사의 보좌관 한모씨가 청와대 행정관이나 일본 대사, 오사카와 센다이 총영사직을 거래한 정황은 객관적으로 입증됩니다.

드루킹 김씨는 김 전 지사 보좌관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냅니다. ‘우리 조직이 교토에서 일하는게 있어서 오사카가 많이 필요하기도 해요.’ 김씨가 경공모 회원인 도모 변호사를 일본 대사로 앉히려다, 그러면 오사카 총영사라도 보내달라고 요구하자 김 전 지사 측이 이유를 물은 겁니다. 보좌관 한씨는 법정에서 이렇게 진술합니다. “피고인(김경수 지사) 지시를 받지 않는 이상 내가 김동원(드루킹)에게 먼저 전화를 걸 일은 없으니 피고인이 오사카 총영사에 대해 물어보라고 지시한 것 같다.”

김경수 전 지사는 2017년 6월 청와대 인사수석실 선임행정관 김모 씨를 찾아갑니다. 실제 그는 도모 변호사를 오사카 총영사로 인사 추천했고, 이력서도 전달합니다. 같은해 12월, 김경수 지사는 청와대 조현옥 인사수석과 통화하고, 그 뒤엔 인사수석실 행정관 김모씨와 다시 통화를 이어갑니다. 이날 통화 내역을 보면, 김경수-조현옥 인사수석 2분 17초, 김경수-청와대 인사수석실 행정관 2분 17초, 김경수-보좌관 한모씨 3차례, 보좌관 한모씨와 드루킹 김동원 10분 27초가 기록으로 뒷받침 됩니다.

하지만 여기서부터 일이 틀어지기 시작합니다. 청와대 인사수석실에서는 행정관을 통해 김 전 지사에게 ‘오사카 총영사는 안되지만 센다이 총영사로는 추천이 가능하다’고 회신합니다.

1심 재판부는 이렇게 지적합니다.

▶“센다이 총영사 인사 추천 문제는 기존에 김경수와 인사수석실 사이에 전혀 논의되거나 언급되지도 않았던 사항인데, 청와대 인사수석실 행정관이 먼저 적극적으로 정보를 제공하여 제안이 이루어졌다.”

드루킹 김씨는 자신이 요구한 자리가 일본 대사→오사카 총영사로 내려갔는데도, 센다이 총영사직을 역제안 받자 2017년 6월 10일부터 댓글 작업을 중단하고, 더불어민주당에 대한 악플 작업을 지시합니다. 결국 이 사건의 본질이자, 동기는 ‘불법 선거운동에 대한 대가로 관직을 거래한 것’인 셈입니다.

만약 드루킹 김동원이 센다이 총영사직을 제안받고 이를 수락했다면, 도 변호사는 일본 영사가 됐을 것이고, 댓글 조작 사건도 수면 위로 드러나지 않았을 겁니다.

헤럴드경제



jyg97@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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