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년 전 “민족 흡혈귀 전두환” 유인물 뿌려 실형, 재심 무죄

지난해 11월 전두환 전 대통령이 5·18 헬기 사격을 목격한 고(故) 조비오 신부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의 재판을 받기 위해 광주 동구 광주지방법원 법정동으로 들어가는 모습./김영근 기자

1980년 전두환 군사정부 시절 전두환 전 대통령을 비방하는 유인물을 배포했다는 혐의로 실형을 선고받았던 대학생이 40년 만의 재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31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법 형사6-1부(재판장 김용하·정총령·조은래)는 계엄령 위반 혐의로 징역 1년을 선고받은 A(63)씨의 재심에서 원심을 파기하고 무죄를 선고했다.

A씨는 대학교 3학년이었던 1980년 9월 ‘민족의 흡혈귀 팟쇼 전두환을 타도하자’는 취지의 유인물을 제작하고 당시 금지됐던 정치 목적의 집회를 열어 당시 계엄법을 위반한 혐의로 기소됐다, 그는 그달 17일 서울 동교동 인근에서 유인물 약 180매를 출력하고 대학에서 이 유인물을 배포해 국가원수를 비방한 혐의도 받았다. 그해 5월 비상계엄이 전국으로 확대됐고 정치 목적 집회, 국가원수 모독·비방행위가 계엄법으로 금지됐다.

A씨는 계엄보통군법회의에서 징역 2년을 선고받았고, 항소심에서 징역 1년으로 감형돼 복역했다. 이후 검찰은 올해 4월 재심을 청구해 법원에서 재심개시결정이 내려졌고, 40년 만에 무죄가 선고됐다.

재심 재판부는 “이 사건에서 계엄포고는 전두환 등이 군사반란으로 군 지휘권과 국가 정보기관을 장악한 뒤 정권 탈취를 위해 폭력적 불법수단을 동원해 비상계엄을 전국으로 확대 발령한 것으로, 정치·사회상황이 옛 계엄법에서 정한 ‘군사상 필요한 때’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이 계엄포고는 헌법과 법률에서 정한 요건을 갖추지 못한 채 발령됐고, 그 내용도 영장주의와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 원칙, 헌법상 보장된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해 위헌이자 위법한 것으로 무효”라고 설명했다.

[이정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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