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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우 金에도 안 울었던 막내는 왜 동메달에 오열했을까[도쿄올림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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펜싱 남자 에페 간판 박상영, 사상 첫 올림픽 단체전 메달 견인

노컷뉴스

한국 펜싱 남자 에페 대표팀 박상영(왼쪽)이 30일 일본 마쿠하리메세 홀에서 열린 도쿄올림픽 펜싱 남자 에페 단체 동메달 결정전에서 중국을 꺾은 뒤 눈물을 펑펑 쏟자 마세건이 위로해주고 있다.지바=이한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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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펜싱 남자 에페 대표팀 박상영(왼쪽)이 30일 일본 마쿠하리메세 홀에서 열린 도쿄올림픽 펜싱 남자 에페 단체 동메달 결정전에서 중국을 꺾은 뒤 눈물을 펑펑 쏟자 마세건이 위로해주고 있다.지바=이한형 기자
5년 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에서는 온 국민을 울렸다. 정작 자신은 환한 미소를 지으며 한반도를 온통 '할 수 있다'의 기적으로 들끓게 했다.

그랬던 펜싱 대표팀 막내는 일본 도쿄에서 눈물을 쏟아야 했다. 여전히 막내였지만 단체전에 나선 팀 전체를 이끌어야 했던 가장의 부담이 너무 컸기 때문이다.

한국 펜싱 남자 에페의 간판 박상영(26·울산광역시청)이 또 한번의 기적을 이뤄냈다. 박상영은 30일 일본 지바의 마쿠하리 메세에서 열린 2020 도쿄올림픽 남자 에페 단체전에서 동메달을 이끌었다. 권영준(34·익산시청), 송재호(31·화성시청), 마세건(27·부산광역시청)과 함께 동메달 결정전에서 중국을 45 대 41로 눌렀다.

남자 에페 사상 첫 올림픽 단체전 메달이다. 그동안 한국 펜싱에서 올림픽 단체전 메달 종목은 남자 사브르(2012 런던, 2020 도쿄 금메달), 여자 에페(2012 런던, 2020 도쿄 은메달), 여자 플뢰레(2012 런던 동메달)뿐이었다.

박상영은 두 대회 연속 메달을 목에 걸었다. 2016년 리우 대회에서 짜릿한 역전 드라마로 개인전 금메달을 따낸 데 이어 이번에는 단체전에서 일을 냈다. 비록 개인전에서는 8강에서 탈락했으나 남자 에페의 새 역사를 또 박상영이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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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펜싱 남자 에페 대표팀 박상영이 30일 일본 마쿠하리메세 홀에서 열린 도쿄올림픽 펜싱 남자 에페 단체전 8강 스위스와의 경기에서 승리한 뒤 포효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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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펜싱 남자 에페 대표팀 박상영이 30일 일본 마쿠하리메세 홀에서 열린 도쿄올림픽 펜싱 남자 에페 단체전 8강 스위스와의 경기에서 승리한 뒤 포효하고 있다. 연합뉴스그만큼 활약이 빛났다. 박상영은 스위스와 8강전에서 4점 차로 뒤진 마지막 9라운드에서 믿기지 않는 활약으로 대역전 승리를 이끌었다. 벤야민 슈테펜을 상대로 무려 14점을 폭풍처럼 몰아치며 44 대 39로 승부를 뒤집었다.

중국과 경기도 마찬가지였다. 대표팀은 8라운드까지 34 대 34로 맞섰다. 그러나 박상영이 9라운드에서 또 다시 전광석화와 같은 공격으로 동차오를 혼비백산하게 만들며 승리를 확정지었다.

동메달이 확정되자 박상영은 눈물을 펑펑 쏟아냈다. 피스트 위에 드러누운 막내를 달래며 권영준 등 형들도 함께 눈물을 흘렸고, 고국에서 지켜보고 있을 국민들을 향해 큰절까지 올렸다.

5년 전 금메달 확정 직후 박상영은 눈물보다 환한 미소로 포효했다. 태극기를 들고 뛰면서 21살 젊음의 패기를 발산했다. 그랬던 박상영이 5년이 지나 단체전 결정전에서는 폭풍 오열을 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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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펜싱 남자 에페 대표팀 권영준(왼쪽부터), 마세건, 박상영, 송재호가 30일 일본 지바 마쿠하리메세 B홀에서 열린 도쿄올림픽 펜싱 남자 에페 단체전 시상식에서 메달을 들고 기념촬영하고 있다. 지바=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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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펜싱 남자 에페 대표팀 권영준(왼쪽부터), 마세건, 박상영, 송재호가 30일 일본 지바 마쿠하리메세 B홀에서 열린 도쿄올림픽 펜싱 남자 에페 단체전 시상식에서 메달을 들고 기념촬영하고 있다. 지바=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경기 후 박상영은 "리우 때는 놀이터에 나온 듯 즐겁고 신나게 경기를 했다"면서 "그런데 이번에는 전쟁 준비를 하는 것처럼 고통의 시간이었다"고 털어놨다. "리우 때 금메달은 기쁘고 영광스러웠다"면서 박상영은 "그러나 (도쿄올림픽을 앞두고는) 시간이 점점 다가올수록 부담감이 배가 되어 돌아왔고, 특히 혼자 있을 때는 더 힘들었다"며 눈물의 의미를 설명했다.

막내 가장의 압박감이 엄청났다. 박상영은 "형들이 '(9라운드 전에) 최대한 동점을 만들어서 건네주겠다'고 하는데 너무 부담이었다"면서 "하나라도 실수가 나오면 경기가 끝나니 잡념과 두려움이 많이 생겼다"고 마음고생을 토로했다. 동료들의 개인 랭킹이 모두 50위 밖에 있는 상황에서 팀 전체를 '멱살 잡고' 끌고 온 박상영의 하드 캐리(hard carry)였지만 정작 본인의 심적 부담은 상상을 초월했던 것이다.

박상영 본인의 상황도 좋지 않았다. 박상영은 "리우 이후 수술을 두 번 했고, 성적도 나지 않았다"면서 "작년엔 폼이 좋았는데 코로나19로 도쿄올림픽이 1년 연기됐고, 개최될지 모르는 불확실함이 더욱 힘들 정도였다"고 말했다. 이어 "뜬눈으로 밤을 지새울 때가 많았고, 살도 10㎏이나 빠졌다"면서 "준비하면서 혼자 너무 많이 울었다"고 했다.

이날 단체전에서 지고 있을 때 5년 전 '할 수 있다'를 되뇌던 기억을 떠올렸을까. 박상영은 "그때와 지금의 중압감은 엄청나게 차이가 난다"면서 "복잡한 마음을 단순하게 생각하려고 했다"고 담담하게 말했다.

그 무거운 짐을 털고 동료들과 함께 부둥켜 안고 울었던 막내 가장. "운동을 너무 많이 했는데 결실을 얻지 못할까 두려웠다"면서 "다행히 동메달이지만 이것도 최초잖아요, 따게 돼서 너무 좋았다"며 비로소 미소를 지은 박상영의 얼굴은 5년 전 앳된 21살 청년에서 무한히 성장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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