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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락없는 '숏컷 페미' 논쟁…연예계·외신도 비난 목소리(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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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혜선·김기천·김경란 / 사진=일간스포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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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연합뉴스) 29일 일본 유메노시마 공원 양궁장에서 열린 도쿄올림픽 여자 양궁 개인전 32강 안산(한국) - 아니마르셀리 두스산투스(브라질). 안산이 과녁을 향해 활을 쏘고 있다. 2021.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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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락 없이 불거진 '숏컷 논쟁'에 연예계도 비난의 목소리를 쏟아냈다.

2021 도쿄올림픽 양궁 2관왕에 빛나는 안산(20·광주여대) 선수가 일명 '숏컷 논쟁'에 휩싸였다. '안산은 페미니스트다'는 주장 아래 몇몇 남성 중심 온라인 커뮤니티의 표적이 된 것.

논란의 시작은 안산 선수의 짧은 헤어스타일이다. 또한 세월호 배지를 다른 배지와 함께 착용했다는 것도 비꼬았다. 논쟁에 불씨를 붙인 이들은 나름의 설득력을 더하기 위해 안산 선수가 광주'여대' 출신이라는 점, 그리고 과거 SNS에서 사용한 '웅앵웅' '얼레벌레' '초키포키' '오조오억' 등 표현도 문제삼고 있다.

대응할 가치가 느껴지지 않는 일부 주장을 가만히 내버려뒀더니 이들은 "안산 선수의 메달을 박탈해야 하고 포상, 연금 등도 모두 반납하게 만들어야 한다" "공개 사과가 필요하다"는 횡포를 부리고 있다. 심지어 양궁 협회에 직접 연락하는 움직임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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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구혜선 개인 S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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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영향력 있는 여성 연예인들이 먼저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구혜선은 지난 28일 SNS에 자신의 숏컷 사진을 올린 후 '페미니스트의 의미가 왜곡된 상징이 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글을 남기게 됐다. 우리는 모두 '자유'다'고 적었다.

이튿날인 29일에는 '저는 남성과 여성에게서 태어난 여성이다. 또한 남성을 사랑하는 여성이다. 페미니스트를 혐오적 표현으로 왜곡하고 고립시키는 분위기를 관망하고 있기만은 어려운 일이다. 페미니스트 는 사회가 여성에게 부여하는 관습적 자아를 거부하고 한 인간으로서 독립적 자아를 실현하기 위해 움직이는 사람들이다. 이것은 남성과 여성의 편을 가르기 위함이 아닌 오로지 여성으로 태어나 사람으로 살기 위해 움직이는 것이고, 여성으로 태어나 한 인간으로서의 권리를 행하기 위하여 다시 움직이는 것이다'고 페미니스트의 정의를 명확히 전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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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김경란 개인 S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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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곽정은 개인 S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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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란 역시 '아…너무 열이 받아서 올려봅니다. 숏 컷이 왜?!'라는 메시지와 함께 시원한 숏컷 사진들을 여러 장 공개해 눈길을 끌었다. 오랜시간 숏컷을 유지하고 있는 곽정은은 '숏컷을 계속하는 이유'를 묻는 네티즌에 '이게 편하다. 나답고, 멋있고'라고 깔끔하게 답했다.

남성 연예인의 화끈한 표현은 즉각 화제의 중심에 섰다. 김기천은 '숏X이 세상을 망친다'는 글과 함께 홍고추 사진을 올렸다. '숏X'은 숏컷 논쟁을 저격하는 맞대응의 표현이자, 최근 사회 전반을 들썩였던 '한국 남성 성기 비하' 논란과 일맥상통하는 단어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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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김기천 개인 SNS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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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권에서도 비판의 목소리를 감추지 않았다. 심상정 정의당 의원은 '우리는 안산 선수의 당당한 숏컷 라인에 함께 서서 응원하겠다. 그 단호한 눈빛으로 세상의 모든 편견을 뚫어버리라. 무엇보다 대한체육회는 지금 상황을 엄중하게 생각하고 선수들에게 가해지는 부당한 압박에 단호히 대처해주길 당부한다'고 강조했다.

장혜영 의원은 '능력주의가 세상을 구원할 것처럼 말씀하시던 분들, 그리고 세상에 2030 여성에 대한 성차별이 없다던 분들이 지금 안산 선수가 겪는 일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궁금하다. 아무리 자기 실력과 능력으로 올림픽 양궁 금메달을 따도, 여성에 대한 차별이 사회에 만연한 이상 이렇게 숏컷을 했다는 말도 안 되는 이유로 실력으로 거머쥔 메달조차 취소하라는 모욕을 당한다'고 분노했다.

류호정 정의당 의원은 숏컷 사진을 올리며 '여성 정치인의 복장, 스포츠 선수의 헤어스타일이 논쟁거리가 될 때마다 당사자는 물론, 지켜보는 여성들도 참 피곤할 것 같다'고 토로했다.

올림픽 영웅을 향한 논쟁은 결국 외신의 주목 대상이 되기도 했다. 외신들은 해당 현상을 '온라인 학대'로 표현했다. 로이터 통신은 29일(현지시간) '도쿄올림픽에서 금메달 2개를 딴 한국 양궁 선수의 짧은 머리가 반페미니스트들을 자극했다. 이는 젊은 한국 남성들 사이의 반페미니즘 정서가 배경에 있는 온라인 학대다'고 전했다.

BBC 서울 주재 특파원 로라 비커는 "이번 공격은 자신들의 이상에 순응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여성을 공격하는 소수 인원의 목소리다. 한국이 성평등 문제와 씨름하고, 저출생 문제를 해결하려면 이 문제를 정면으로 다뤄야 할 것이다. 페미니즘은 한국에서 더러운 의미의 단어가 돼 버렸다"고 꼬집었다.

뉴욕타임스 서울지부 객원 기자 켈리 카술리스 조는 "안산 선수가 짧은 헤어 스타일이라는 이유로 남성 네티즌들로부터 비난받고 있다. 헤어 스타일이 아직도 특정 그룹 사이에서 논쟁 거리일 정도로 반페미니즘 움직임이 일어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며 "이번 사태는 일베(극우 보수 커뮤니티)를 떠올리게 한다. 헤어스타일 하나로 혐오 운동이 벌어지고 있다"고 안타까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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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S를 통해 확산되고 있는 '안산 지킴이' 릴레이 포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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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관련 대한양궁협회 자유게시판에는 '안산 선수를 보호해 달라'는 내용의 글이 1만 건 넘게 쏟아지고 있다. SNS에서는 안산 선수 응원 챌린지도 확산되고 있다. #여성_숏컷_캠페인 해시태그와 함께 여성 네티즌의 숏컷 인증이 이어지고 있다. 챌린지를 제안한 한지영 신체 심리학자는 "스포츠 선수가 여성이라는 이유만으로 '혹시 페미인가요'라는 등의 몰상식한 질문이 이어진다. 올림픽 여성 국대 선수 헤어스타일로 사상 검증을 한다"고 비판했다.

이번 '숏컷 논란'은 앞서 터진 '손가락 논란'의 연장 선상으로 볼 수 있다. 지난 5월 GS편의점, 경찰청 홍보물 등에 삽입된 집게 모양 손가락 사진을 두고도 "한국 남성 성기를 비하한 표현(작은 성기라는 의미의 '소추') 아니냐"며 해명과 사과를 요구했다. 당시 유통을 담당하는 GS리테일 측은 해명·사과와 함께 광고를 전면 폐기한 바 있다.

이에 위근우 평론가는 안산 선수를 향한 테러를 맹비난하면서 "아무리 혐오정서라 해도 어느 정도 볼륨이 있는 목소리는 공론장에서 귀기울이고 논의해볼 필요가 있다고 안일한 소리하던 사람들에게 말해야 한다. '너희가 말한 배려와 소통의 제스처를 쟤들은 계속해서 작은 승리의 경험으로 삼아왔다. 그래서 지금 올림픽 영웅에게 저런 말도 안 되는 여성혐오 테러 중인 것이다'"고 분석했다.

또 "논란으로 사과한 GS, 경찰청, 스타벅스 등에게 따져야 한다. 답해줘서는 안 될 일에 답하고 사과한 탓에 뭐가 됐든 자기네 말을 들어줄 것이란 효능감에 취한 혐오주의자들이 지금 여기까지 왔고 그 길은 당신들이 깔아준 것이라고"라며 "이번 기회를 백래시에 대한 터닝포인트로 삼길 제안한다. 백래시가 어느 정도 대중적 차원에서 성공하기 위해서는 거짓 80%에 진실을 그래도 20% 첨가해줘야 한다. 그래야 그럴싸한 가짜 담론이 만들어진다. 하지만 이번에는 그냥 말이 안 되는 소리가 아니라 누가 봐도 말이 안 되는 소리로 우기는 중이다"고 단언했다.

논란을 위한 논란이다. 일각의 억지 논리를 대처해야 할 필요성이 느껴진다. 한지영 신체 심리학자도 "여성을 통제하려는 가부장적 권력 욕구다. 숏컷이면 '페미'라고 낙인찍고, 반대로 너무 꾸미면 '운동을 열심히 안 한다'고 언제든 비난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안산 선수는 30일 오전 치러진 양궁 여자 개인전 16강에서 승리, 8강 진출에 성공했다. 8강 경기는 오후 3시 진행된다.

조연경 엔터뉴스팀 기자 cho.yeongyeong@jtbc.co.kr (콘텐트비즈니스본부)

조연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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