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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이슈 세계 속의 북한

식량난 쿠바서 대규모 시위...美전직관리 “김정은도 두려울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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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정권이 최근 쿠바에서 일어난 대규모 반(反)정부 시위에 불안해하고 있다는 미국 전문가들의 분석이 나왔다. 우방인 공산 국가 쿠바에서 시민들이 식량난과 생활고대대적 반정부 시위를 일으키자, 경제난을 겪는 북한에서도 비슷한 상황이 벌어질까 위협을 느끼고 있다는 것이다.

쿠바에서는 지난 11일부터 전국 40여개 도시에서 수만 명이 길거리로 나와 대대적인 시위를 벌이고 있다. 이들을 길거리로 내몬 건 식량난과 의약품 부족이다. 쿠바는 코로나로 연일 수천 명의 신규 확진자가 발생하며 병상과 의약품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코로나로 주요 산업이던 관광업마저 무너지며 외화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

미 전직 관료 등 미국의 북한 전문가들은 쿠바 사태를 지켜보며 북한이 불안에 떨고 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로버타 코헨 전 미 국무부 인권 담당 부차관보는 “쿠바 시민들이 생활 실태 악화와 생필품 품귀 현상, 코로나19 관련 의약품 부족에 항의해 길거리로 뛰쳐나온 데 대해 북한은 주의해야 할 것”이라며 “정권의 엄격한 통제 때문에 북한에서 그런 시위를 상상하는 것은 어렵지만, 주민들이 굶주림과 빈곤, 불충분한 의료 서비스를 더는 견디지 못하게 되는 정점이 어디인지 북한 지도부는 분명히 궁금해할 것”이라 말했다고 보이스오브아메리카(VOA)는 27일(현지 시각) 전했다.

에반스 리비어 전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수석부차관보는 “전 세계에서 가장 권위주의적 독재 국가인 북한이 최근 쿠바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들 때문에 불안해하고 있다는 데 의심할 여지가 없다”며 “정권을 향한 쿠바인들의 분노가 자발적으로 분출된 시위라는 점에서 더욱더 그렇다”고 했다. 엔서니 루지에로 민주주의수호재단(FDD) 선임연구원도 “쿠바의 반정부 시위는 김정은 정권을 겁먹게 했을 것”이라고 했다.

실제 북한은 쿠바 반정부 시위에 ‘미국 배후설’을 제기하며 예민한 반응을 보였다. 북한 외무성은 22일 홈페이지에 반정부 시위를 “혁명정부에 도전하는 반정부 시위”로, 시위대에 대한 국제 사회의 지지는 “적대세력의 내정간섭 책동”으로 규정하며 “미국의 내정간섭을 물리치고 사회주의 기치를 굳건히 고수해 나가기 위한 쿠바 인민의 투쟁은 반드시 승리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레그 스칼라튜 미국 북한인권위원회(HRNK) 사무총장은 VOA에 “김정은은 어떤 독재 정권도 영원하지 않다는 교훈을 얻어야 한다”며 “재임 중에 개혁과 변화, 개방, 투명성으로 가는 길을 선택해 북한에 평화적 변화가 이뤄질 수 있게 하라”고 촉구했다.

[남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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