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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국제망신' 개회식에 사과만 3번…14분만에 끝난 MBC '대국민 사과'[현장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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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티비뉴스=김현록 기자]부적절한 자료사진과 자막으로 '국제망신' 소리까지 MBC의 도쿄올림픽 개회식 중계와 관련, MBC의 박성제 사장이 '대국민 사과' 기자회견을 갖고 사과하며 철저한 진상 조사와 재발 방지를 약속했다.

MBC 박성제 사장은 26일 오후 3시 서울 상암동 상암 MBC 본사 2층 M라운지에서 2020 도쿄올림픽 개회식 중계 중 부적절한 사진 및 자막 사용에 대해 '대국민 사과' 기자회견에 나서서 이같이 밝혔다.

MBC는 23일 도쿄올림픽 개회식 중계 당시 우크라이나를 소개하며 체르노빌 원전 사고 폐허를, 아이티를 소개하며 화염과 시위 장면을 자료사진으로 쓰는 등 부적절한 사진과 자막으로 "나라망신"이라는 비난을 샀다. 이는 외신에도 소개되며 "모욕적"이라는 비판이 일었다. MBC는 개회식 직후 아나운서 코멘트와 자막으로 사과했고, 방송 다음날 한글과 영문으로 공식 사과문을 발표했으나 여론을 누그러뜨리지 못했다. 이에 개회식 3일 만에 사장이 직접 나서 대국민 사과 기자회견에 나서기에 이르렀다.

그러나 이 와중에도 MBC는 지난 25일 한국 대 루마니아의 축구 조별리그 B조 2차전 축구 생중계에서 루마니아 마리우스 마린 선수가 자책골을 넣자 화면 상단에 "고마워요 마린"이라는 조롱성 자막을 넣어 다시 비난에 휩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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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허리를 숙여 인사한 박 사장은 "저희 MBC는 전세계적인 코로나 재난 상황에서 지구인의 우정과 연대, 화합이라는 올림픽 정신을 훼손하는 방송을 했습니다. 지난 23일 밤, 올림픽 개회식 중계 도중 각국을 소개하는 과정에서 일부 국가와 관련해 대단히 부적절한 화면과 자막이 방송됐습니다. 또, 25일에는 축구 중계를 하면서 상대국 선수를 존중하지 않은 경솔한 자막이 전파를 탔습니다"라며 "신중하지 못한 방송, 참가국에 대한 배려가 결여된 방송에 대해 마음에 상처를 입은 해당 국가 국민들과 실망하신 시청자 여러분께 MBC 콘텐츠의 최고 책임자로서 머리 숙여 사죄드립니다"라고 밝혔다.

그는 "지난 주말은, 제가 MBC 사장에 취임한 이후 가장 고통스럽고 참담한 시간이었습니다. 급하게 1차 경위를 파악해보니 특정 몇몇 제작진을 징계하는 것에서 그칠 수 없는, 기본적인 규범 인식과 콘텐츠 검수 시스템의 문제가 있는 것으로 판단됩니다"라고 설명했다.

박 사장은 "철저하게 원인을 파악하고, 책임도 반드시 묻겠습니다. 대대적인 쇄신 작업에도 나서겠습니다. 방송강령과 사규, 내부 심의규정을 한층 강화하고, 윤리위원회, 콘텐츠 적정성 심사 시스템을 만들어 사고 재발을 막기 위한 모든 노력을 기울이겠습니다. 특히, 스포츠뿐 아니라 모든 콘텐츠를 제작할 때 인류 보편적 가치와 문화적 다양성을 존중하고, 인권과 성평등 인식을 중요시하는 제작 규범이 체화될 수 있도록 전사적인 의식 개선에 최선을 다하겠습니다"라고 밝혔다.

그는 또 "그동안 저희는 콘텐츠 경쟁력 강화, 적자 해소를 위해 애써왔지만, 국민의 신뢰를 잃으면 모든 것이 물거품이라는 걸 잘 알고 있습니다. 뼈를 깎는 노력으로 공영방송의 공적 책무를 다하고, 시청자들의 신뢰를 반드시 회복하겠습니다. 다시 한번 머리 숙여 사과드립니다"라고 사과문을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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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진 질의응답에서 박성제 사장은 현재 사안에 대해 1차 조사를 마친 시점이며 관련 인력 중 일부는 현장에서 배재됐고, 일부는 조사가 이뤄지고 있으며, 일부는 여전히 올림픽 방송에 참여하고 있다고 털어놨다. 현재 올림픽이 진행중인 만큼 모두를 배제할 수 없어 끝난 뒤에 정확한 조사가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일단 MBC는 부적절한 사진, 자막이 사용된 당사국인 우크라이나, 루마니아 등에 사과 서한, 메일을 전달한 상태. 박 사장은 "우크라이나, 루마니아 대사관에 사과 서한을 전달했다"며 "우크라이나 대사관의 경우 재택근무라 메일로 전달했고 루마니아의 경우 메일과 우편으로 사과 서한을 전했다. 아이티 대사관의 경우 국내에서 철수해서 아직 전달하지 못했다"고 부연했다. 이어 "다시 한 번 해당 국가 국민들께 사과 말씀을 전했다"며 "(기자회견에 참석하지 못한) 외신들에게도 사과문과 영상을 보내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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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사장은 그러나 올해 초 단행한 대대적인 조직개편으로 인한 구조적 문제점이 원인으로 지적된 데 대해서는 동의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보였다. MBC는 지난 1월 비용 절감 등을 이유로 스포츠국 PD 22명을 10명으로 줄이는 조직개편을 단행했다. 올림픽을 맞아 자회사인 MBC 스포츠플러스 소속 PD가 파견돼 현재 함께 일하고 있는 형편이다.

박성제 사장은 "조직개편으로 갈등이 있었던 것은 사실" "본사와 자회사 직원이 함께하는 것은 사실"이라고 인정하면서도 "조직개편이 문제 이유라는 것은 동의하기 힘들다. 한쪽의 책임을 물을 이유도 아니다. 가장 중요한 원인은 기술적인 것이 아니라 올림픽 정신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참가국을 존중하지 못한 기본적 인식 미비라고 본다. 시스템적으로 걸러내지 못한 점을 일차적인 원인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일이 몰리며 발생했다. 그것이 전부는 아니다. 관리, 데스킹이 이뤄져야 하는데 그러지 못했다"고 언급해 데스킹, 검수 시스템의 문제를 언급하기도 했다.

이날 기자회견에 걸린 시간은 14분이었다. 취재진의 질문이 쏟아졌지만 모든 질문을 소화하지 못한채 기자회견이 끝났다. 변명의 여지 없는 '방송사고'가 지상파 방송국의 올림픽 개회식 방송에서 발생했고,1차조사 결과 시간과 업무에 쫓겨 데스킹, 관리가 미처 이뤄지지 못했다는 것이 밝혀졌다. 그러나 대표이사가 주축이 돼 단행한 칼바람 가까운 조직개편의 문제는 아니라는 해명은 어딘지 개운치 않다. 추후 MBC가 어떤 조사 결과와 재발방지 해법을 내놓을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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