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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쉴 새 없이 “파이팅!”…김제덕의 ‘사이다 포효’는 전략이었다 [Tokyo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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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산 “덕분에 긴장 풀렸죠”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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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리부리한 눈에 담긴 의지, 활시위가 걸린 입매의 단단함, 시위를 당긴 뒤 거침없이 놓는 손가락.

안산(20)과 함께 양궁 혼성단체 금메달을 일군 김제덕(17·사진)은 단숨에 올림픽 팬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시원시원하게 날리는 화살도 매력이지만, 쏘기 전 거침없이 내지르는 ‘포효’가 이를 지켜보던 팬들의 마음에 닿았다. 답답함을 뻥 뚫어주는 사이다 같은 외침이었다.

김제덕은 금메달 소감을 묻는 질문에도 “저는 항상 파이팅입니다”라며 웃었다. ‘오늘 파이팅 몇 번 외쳤냐’는 질문에 “쉴 새 없이 했던 것 같다”며 “분위기에 따라 다른데, 기분 좋을 때는 ‘으악’ 같은 기합을 하고, 쏘기 전에는 ‘파이팅’을 외치는 편”이라고 말했다.

김제덕의 ‘빠이팅’에 가까운 기합은 우연한 애드리브가 아니라 전략이었다. 양궁 대표팀 박채승 총감독은 “김제덕이 뽑힌 김에 우리도 소리 한번 질러보자고 준비했다”고 말했다. 한국 양궁을 향한 견제가 심해졌다. 실력이 아니라 기세로 누르려다 보니 한국과의 경기 때 시끄러운 팀들이 많아졌다. 박 총감독은 “그런데 막상 소리 지른다는 게 쉽지 않더라”고 말했다. 김제덕을 빼면 한국 양궁 대표는 오진혁(40)과 김우진(29)인데 둘 모두 과묵하기가 누구에도 뒤지지 않는다. 김제덕이 대표팀에 선발되자 ‘빠이팅’의 기회가 생겼다. 박 총감독은 “고등학생이라 형들 앞에서 샌님처럼 ‘파~이~팅’할 줄 알았더니 이 녀석이 우렁차게 ‘빠이팅’을 하더라”고 말했다. 옆에 있던 김우진이 그 ‘빠이팅’을 듣고 “얘 도대체 어떤 애예요?”라고 물었다. 우렁찬 ‘빠이팅’이 금메달의 길을 열었다. 안산은 16강 시작 전 김제덕이 외친 ‘코리아 파이팅’ 덕분에 덩달아 긴장이 조금 풀렸다고 했다.

도쿄 | 이용균 기자 nod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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