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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 ‘호텔 술자리’ 전말···일주일 만에 무너진 40년 공든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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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말하는 “야구로 보답하겠다”는 말도 먹히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인기스포츠인 프로야구가 출범 이래 최대의 위기를 맞았다.

[경향신문]

한국프로야구가 선수들의 비도덕적인 행동으로 신음하고 있다. 시작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었다.

지난 7월 9일 NC 소속 선수 2명이 확진된 사실이 알려졌고, 7월 10일에는 추가로 NC 선수 1명과 두산 선수 2명이 확진됐다는 사실도 알려졌다. 처음으로 1군에서 선수가 확진된 사례가 나오면서 리그 진행에 ‘빨간불’이 켜졌다. 결국 지난 7월 12일 이사회를 열어 1982년 출범 이후 최초로 중단을 결정했다. 이 사태의 원인이 된 NC와 두산은 사과문을 냈음에도 곱지 않은 시선을 받았다.

사태는 NC 선수들이 원정 숙소에 외부인을 들여 코로나19에 확진됐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부터 새로운 국면을 맞이했다. 알게 모르게 쉬쉬하며 퍼졌던 이 소문은 수면 위로 드러났다. “방역당국의 조사를 기다리고 있다”며 입을 다물었던 NC는 방역당국이 나선 뒤에야 조치를 취했다. 서울 강남구는 지난 7월 14일 방역수칙을 위반하고 동선을 허위진술한 혐의로 확진자들의 수사를 경찰에 의뢰했다.

NC는 부랴부랴 확진자 중 1명인 박석민의 사과문을 발표했다. 사과문에는 자신의 방에 함께 있었던 권희동, 이명기, 박민우의 실명도 공개됐다. 박석민은 “지난 며칠간 많은 분께 큰 심려를 끼쳐드려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며 “저를 포함해 일부 선수의 잘못으로 리그가 멈추는 상황이 벌어진 만큼 변명보다는 합당한 처분을 기다리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 징계가 내려진다면 겸허히 받겠다”라고 사과의 뜻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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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C 다이노스 박민우가 지난해 11월 24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한국시리즈 6차전 두산 베어스와의 경기에서 4회초 2사 2,3루 실점위기서 허경민의 타구를 잡아 아웃시키고 환호하고 있다. 이석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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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부인들, NC·키움·한화 선수들도 만나
그는 지난 7월 5일 밤 10시 넘어서 원정 숙소에서 동료들과 야식을 시켜먹었고, 친분이 있는 지인이 잠깐 들렀다 갔다고 설명했다. 이때 ‘치맥세트’에 같이 나온 맥주 3병과 편의점에서 산 맥주 4캔을 마셨다고 밝혔다. 자신들을 향한 의혹에 대해서는 “무분별하게 퍼지고 있는 소문”이라고 표현하면서 “역학조사에서는 사실대로 답했다. 항간에 떠도는 부도덕한 상황이 없었다고 저희 넷 모두의 선수생활을 걸고 말씀드린다”고 강조했다. 박민우는 2020 도쿄올림픽 국가대표 자격을 반납하기로 했다. 김종문 NC 단장도 직무가 배제됐다. 황순현 대표이사도 보도자료를 통해 “사과를 드린다”며 고개를 숙였다.

여러 해명에도 사태는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정순균 강남구청장은 7월 15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술자리는 다음날 오전 4시 21분까지 이어졌다”고 말해 박석민이 거짓진술을 한 것으로 밝혀졌다. KBO는 뒤늦게 칼을 빼들었다. NC 선수 4명은 7월 16일 72경기 출전 정지와 1000만원의 벌금이라는 징계를 받았다. 사실상 시즌 아웃이다. 황순현 대표이사는 사의를 표했고, 김택진 구단주가 사과문을 발표하기에 이르렀다.

사건은 시작일 뿐이었다. NC와 술자리에 동석했던 외부인들이 이전에 키움, 한화 선수들을 만났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해당 구단들은 7월 16일 보도자료를 통해 선수들이 원정 숙소에서 전직 프로야구 선수 1명, 외부인 2명과 만났다는 사실을 알렸다. 선수들의 진술을 토대로 “한화 선수가 방에서 나온 뒤 키움 선수들이 들어갔다”는 내용으로 발표하면서 “코로나19 방역수칙을 위반하지는 않았다”고 강조했다. 그럼에도 비난의 목소리는 더 커졌고, 한현희는 7월 17일 사과문을 내고 태극마크를 반납했다. 대표팀이 처음으로 소집되는 날이었다.

같은 날 오후 두 구단이 “추가조사 중 새로운 사실을 확인했다”고 말을 바꿨다. 방역당국의 역학조사와 두 구단 선수의 새로운 진술에 따르면 서울 원정 숙소에서 만난 시간이 겹쳤다. 구단이 파악한 총 7명이 모인 시간은 ‘8분’이지만 강남구청이 파악한 위반 시간은 ‘6분’으로 이조차 정확하지 못했다. 거짓이 거짓을 낳는 이러한 과정에서 해당 선수들은 신뢰를 깨 또다시 야구팬들에게 실망감을 안겼다. 아직도 이 자리에 동석한 외부인에 대한 궁금증이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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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C 다이노스의 박석민이 지난 7월 7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두산 베어스와의 경기에서 타석에 섰다. 정지윤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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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수 보호에만 급급한 성적지상주의
선수들의 도덕적 해이는 이뿐만이 아니다. 지난 7월 18일 두산 유격수 김재호는 이날 서울 잠실구장에서 실시된 자율훈련에 자녀 2명을 동반했다. 김재호와 자녀들 모두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았다. 외국인 투수 로켓도 친동생을 데리고 왔는데 마스크 없이 잠실 그라운드에서 훈련했다. 두산은 리그 중단을 초래한 팀임에도 불구하고 선수들은 안이한 행동으로 비난을 샀다. KBO가 “사회적 거리 두기 4단계 지역은 실외 훈련 중에도 마스크를 착용해야 한다”는 내용의 방역 매뉴얼을 배포한 뒤에 벌어진 일이다. 두산 관계자는 “선수 본인도 자신의 잘못을 잘 알고 있다. 경솔하고 사려 깊지 못한 행동이었다면서 반성하고 있다. 팬들께 사죄드린다”고 고개 숙였다. KBO는 7월 19일 두산 구단과 해당 선수에게 ‘엄중 경고’를 내렸지만, 대부분의 팬은 ‘솜방망이 처벌’이라며 목소리를 키웠다.

이 모든 일이 리그 중단이 된 후 일주일 동안 일어났다. 마스크 없이 경기를 치르며 팬들의 응원을 받았던 선수들은 프로로서 책임감 없는 행동으로 실망감을 안겼다. 경계심이 느슨해진 탓이다.

원정경기의 경우 경기가 끝나고 숙소에 도착하면 밤 11시가 다 돼간다. 코로나19 사태 이전에는 동료들과 야식을 먹거나 각자 자신만의 방법으로 그날의 피로를 날려버리곤 했다. 그러나 코로나19 방역에 대한 중요성이 커진 뒤에는 각자 숙소에서 시간을 보낸다. 지난 7월 6일 NC 공식 유튜브 채널에는 ‘우리 선수들은 원정 숙소에서 뭐해요?’라는 질문의 영상이 올라왔다. 선수들은 대부분 TV를 보며 지낸다는 답을 내놓았고, 이번 사건의 중심에 있는 4명의 선수도 “잔다”고 답했다. 실제로 이 같은 수칙을 지키는 선수들이 대부분이지만 몇몇의 일탈 행동이 선수단 전체의 이미지에 타격을 입혔다.

구단 측이 코로나19에 대한 경계심을 제대로 심어주지 않은 것도 문제다. 방 안에서 벌어지는 일을 구단 측에서 일일이 관리할 수 없다. 하지만 성적을 위해 선수 보호에만 급급한 구단들의 입장이 드러나면서 성적지상주의에만 집중하는 모습을 보였다. 확진이 되지 않은 다른 선수들은 오히려 ‘역차별’을 받는 경우도 생겼다. 또한 선수들의 입장만 믿고 섣불리 판단을 내려 방역당국의 역학조사에 혼란을 빚는 모습을 초래하기도 했다.

프로야구는 지난해 코로나19의 직격탄을 맞으면서 각 구단이 적자에 시달리며 운영에 어려움을 겪었다. 하지만 프로의식을 저버린 선수들의 행동으로 그나마 야구장을 찾던 팬들의 발길도 끊길 위기에 처했다. 흔히 말하는 “야구로 보답하겠다”는 말도 먹히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인기스포츠인 프로야구가 출범 이래 최대의 위기를 맞았다.

김하진 기자 hj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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